조삼모사, 익숙한 사자성어이다. 아침에 세 개, 저녁에 네 개라는 뜻으로 당장의 차이에 신경 쓰지만 결과는 매한가지라는 의미다. 또는 잔꾀로 남을 농락하는 것을 말하기도 한다. 이번 현충일은 월요일이어서 3일 연휴이다. 여기에 대학원 기말시험 일정으로 7일까지 휴가를 내다보니 갑자기 시간 부자가 된 것 같다. 그런데 연휴 앞날에 휴가를 내는 것보다 뒷날에 휴가를 내는 것이 더 여유로운 기분이 든다. 왜 그럴까? 기분 탓일 수도 있겠지만 연휴를 끝내고 모두가 출근하는 상황에서 하루 더 쉰다는 게 나를 더 여유롭게 하는 것 같다.
마지막 학기에 전공 아닌 다른 학과의 과목을 하나 수강하고 있다. ‘콘텐츠 마케팅’인데 은퇴 후 하고 싶은 것이 결국 콘텐츠 쪽이기에 도움이 될까 싶어서다. 조금 고달파서 그렇지 선택은 만족스럽다. 출판, 영화, 웹툰, 방송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그간 몰랐던 콘텐츠의 제작과 유통, 소비에 이르는 과정을 배우고 있어서다. 금번 기말 과제를 준비하면서 영화 스타워즈의 콘텐츠 마케팅 사례를 정리하다 보니 조지 루카스 감독이 얼마나 큰 통찰력을 가진 인물인지 알게 되었다. 그는 70년대 자신이 쓴 스타워즈 각본을 영화화할 때 제작과 배급사인 ‘20세기 폭스’에 다음과 같이 제안을 했다. 첫째, 만약 차기 시리즈를 내게 되면 자기를 감독으로 써 줄 것. 둘째, 영화 라이선스에 따른 상영 수입은 20세기 폭스사가 가지지만 부대 판권은 자신에게 달라고 했다. 부대 판권이란 OSMU(One Source Multi-Use)의 개념으로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하게 활용할 수 있는 권리를 말한다. 당시에는 그런 개념조차 없던 시절이라 폭스사는 그 제안을 수용했다.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 2020년까지 총 아홉 편의 시리즈물이 나왔던 스타워즈는 영화 티켓 판매액이 76억 달러로 대박을 쳤지만, 조지 루카스의 부대 판권으로 만들어낸 책, 장난감, 게임, 음악, 영화 DVD 등의 매출액은 대략 250억 달러 규모였다. 그 후 조지 루카스는 <스타워즈 에피소드 3 : 시스의 복수>를 찍고는 더 이상의 시리즈는 없다고 선언했는데 여기에 디즈니가 스타워즈 부대 판권 사업체인 ‘루카스 필름’을 인수하겠다고 나선다. 그렇게 그의 ‘루카스 필름’은 디즈니에게 40억 달러에 매각되었다. 루카스와 폭스사의 계약 이후 할리우드의 비즈니스 모델은 완전히 바뀌어 버렸다. 영화 티켓을 팔아 수익을 내는 구조에 부대 판권 사업으로 까지 확대된 것이다.
나는 콘텐츠의 미래를 밝게 본다. 진성의 ‘안동역에서’의 작사가는 내가 속한 지역 문인협회 부회장이신데 원래는 시인이셨다. 그분이 그 노래 한 편으로 벌어들인 저작권 수익이 10억 원이 넘는다고 한다. 선진국일수록 IP(지적 재산권)의 가치는 더욱 강조될 것이다. ‘가장 개인적인 것이 가장 창의적인 것이다’는 말도 있듯이 개개인은 누구나 자신만의 경험과 지식에 기인한 콘텐츠 자원이 있다. 다만 그것을 세상에 글이나 그림, 영상으로 표현하느냐 마느냐의 차이이다. 그리고 그렇게 제작된 콘텐츠는 다양한 미디어 플랫폼을 활용하여 지금 당장 지구 반대편에 유통시킬 수 있다. 비록 내 콘텐츠가 세상에서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괜찮다. 적어도 내가 살다 간 흔적 하나는 남겼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