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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7. 서로 잘 지내려면

by 장용범

인간관계는 늘 상대가 있다. 그런데 그 인간관계가 틀어지면 내 삶이 많이 고달파진다. 잘 보이고 싶은지 잘 지내고 싶은지 구분하라는 한 정신과 의사의 메시지가 그래서 인상적이다. 이 말은 권력이 상대가 원하는 것을 내가 가지고 있을 때 발생한다는 것과도 상통하는 것 같다. 누군가에게 잘 보이고 싶은 마음이 나에게 있다면 그와 나는 심리적 수직관계로 나누어진다. 이것은 직위나 나이 등 통념상의 상하관계와 좀 다른 이야기다. 나는 잘 보여야 하니 심리적으로 아래에 있고 그는 나를 보는 위치에 있으니 위에 있게 된다. 권력으로 보자면 그가 내가 원하는 것을 가졌으니 권력자인 것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다행히 그가 잘 보아주면 나는 원하는 것을 충족했으니 만족하겠지만 그렇지 못하면 마음의 상처를 받게 된다. 이는 나의 좋고 나쁨, 행복과 불행이 내가 아닌 상대에 의해 좌우되는 것이다. 내가 내 마음의 주인이 되지 못 하고 그에 의해 좌우되는 심리적 노예와 같은 삶이 되고 만다. 그럼 어찌해야 할까. 인간관계는 서로 잘 지내는 관계가 바람직한데 그 방법으로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자고 그 선생은 말한다.

내가 생각하는 현명한 개인주의자가 되는 방법은 상대에게 원하는 바가 없는 상태에서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는 것이다. 한 마디로 기대하지 않는 것이다. 말이 좀 이상한데 예를 들자면 이렇다. 직장에서 상사와 직원은 전형적인 수직관계이다. 그런데 내가 상사에게 기대할 바가 없다면 이 관계에서도 큰 스트레스 없이 잘 지내는 사이가 될 수 있다. 상사의 나에 대한 평가나 승진 등에 내가 연연하지 않는다면 할 말을 못하고 상사의 눈치 보느라 전전긍긍하는 일은 없을 것이다. 이 관계가 오히려 상사와 잘 지내는 관계로 발전하게 된다. 상사는 상사의 역할 나는 나의 역할에 충실하는 것이지 내가 상사의 아래라는 생각을 할 필요가 없어진다. 너무 이상적인 것 같지만 실제로 직장 내에서 드물지 않게 보이는 현상이다. 직원이 기가 세다는 말도 하는데 틀린 말도 아닌 것이 바라는 바가 없으니 그는 공(空)의 상태이고 공(空)의 상태에서는 엄청난 에너지가 있다는 게 명상의 가르침이다.

잘 보이고 싶은가 아니면 잘 지내고 싶은가. 답은 잘 지내는 것이다. 내가 사람을 대할 때 기대하고 원하는 바가 없으면 심리적 수직관계에서 벗어나게 되고 그 결과 당당한 내 모습이 스스로도 좋아 보이게 될 것이다. 이때 나의 자존감이 올라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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