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80. 저녁 루틴의 재설정

by 장용범

루틴은 반복적인 행위를 말한다. 루틴이 좋은 이유는 별다른 고민 없이 하면 된다는 데 있다. 문제는 어떤 루틴이냐에 따라 나중에 만족감이 달라진다는 것이다. 요즘 나의 저녁 루틴에 개선이 필요해 보인다. 퇴근 후 식사를 마치면 자연스레 휴대폰의 유튜브를 보고 있다. 콘텐츠도 그냥 자극적인 제목에 끌려 보고 있는데 아무리 봐도 이건 좀 아닌 것 같다. 그렇다고 몸도 마음도 피곤한 저녁에 에너지 넘치게 뭔가를 하는 것도 아닌 것 같아 대체 다른 사람들은 저녁 시간을 어떻게 보내는지 궁금해진다. 한창 일에 치일 때는 여유로운 저녁에 대한 동경도 있었는데 막상 코로나 이후 저녁에 시간이 충분히 주어지다 보니 그냥 낭비적으로만 보내는 것 같다. 저녁은 아침이나 낮시간과는 달리 휴식의 시간이고 정리하는 시간이다. 가족들과 함께 식사를 하며 각자의 하루 일과를 나누는 소통의 시간이기도 하다. 그런데 요즘은 아이들도 제각기 스케줄이 있어 식사를 함께 하려 해도 미리 약속을 잡아야 한다. 갈수록 이런 현상은 더 할 것 같다. 예전에는 퇴근 후 동료들과 어울리는 시간이 많았다. 상사나 선배들이 저녁 모임 분위기를 잡으면 우리는 따라가서 분위기를 맞추어 주는 역할을 했다. 하지만 지금의 직장 문화는 많이 바뀌었다. 개인주의가 팽배하다 못해 삭막하다는 표현이 맞을 정도다. 상황이 이러하니 저녁의 여유로운 삶은 좋은데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다소 혼란스러운 처지가 되어버렸다.


일단 나의 저녁 루틴을 재설정하기 전에 먼저 내가 자제하거나 버려야 할 행동들을 정해 보자. 퇴근시간이 되면 직원들에게 저녁 먹자는 말은 하지 말자. 나의 경우엔 편하게 지내는 직원들에게 가끔 이런 경향을 보이는 것 같다. 어쩌면 속으로 욕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리고 야근은 하지 말자. 회사의 분위기도 PC OFF 제도 시행 이후 야근을 못하게 하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 야근한다고 열심히 하고 유능한 직원이라는 것은 이제 옛말이다. TV나 유튜브도 자제하자. 이상하게 저녁이면 유튜브에 과몰입하고 있는 나 자신을 보게 된다. 휴대폰의 편리성만큼이나 쉽게 접하는 채널이 유튜브이다. 당분간 금단 증상이 나타날지도 모르겠다. 자, 그러면 이제 뭘 할 건가?


저녁시간에는 뭔가를 의욕적으로 할 생각을 말자. 저녁이 주는 이미지는 휴식, 정리, 감성, 어둠, 조용함 등이다. 이런 분위기에 맞는 활동들은 무엇이 있을까? 조용한 음악 듣기, 책 읽기, 가벼운 산책, 글쓰기, 차 마시기, 부담 없는 강의 듣기, 악기 배우기, 직장 외 사회적 모임 등이 떠오른다. 아무튼 이런 활동들로 저녁시간 루틴을 다시 짜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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