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 단어 중 See와 Watch는 둘 다 ‘본다’라는 뜻을 가졌지만 서로 다른 의미라고 배웠다. See가 눈에 보이는 것을 단순히 보는 행위라면 Watch는 어떤 목적을 가지고 유심히 본다는 의미라는 것이다. 명탐정 셜록 홈즈와 그의 친구 왓슨과의 대화에 이런 내용이 있다. 왓슨이 셜록 홈즈에게 뛰어난 탐정이 되는 법에 대해 묻자 홈즈는 무언가를 볼 때 목적을 가지고 보라고 했다. 하지만 이것도 개인의 경험과 관심 영역에 따라 다를 것 같다. 왓슨의 직업이 의사이니 적어도 사람의 신체나 병에 대해서는 좀 더 관심 깊게 볼 수 있을 것이지만 세상 모든 것에 관심을 가지고 본다는 것은 지나친 오지랖일 것이다. 물론 소설이지만 셜록 홈즈도 본인의 직업이 탐정이다 보니 관찰력을 키웠던 것이지 상점 점원이거나 공장의 단순 조립공이었다면 굳이 그런 관찰력을 키울 이유가 없었을 것이다. 이렇듯 세상의 사물이나 사건을 Watch 수준으로 보려면 무언가에 관심을 좀 가져야 한다. 관심도 없는데 굳이 한정된 뇌 인지능력을 피곤하게 혹사할 이유는 없기 때문이다. 무엇을 위해 Watch 할 것인가. 사실 이게 더 중요한 문제이다.
올해 코로나로 달라진 일상 중 하나가 온라인 쇼핑으로 인한 배달의 급증일 것이다. 부작용도 있는데 주문 상품을 꺼낸 포장박스는 다음 분리수거일까지 집안에 차곡차곡 쌓여 간다. 여기 집의 한편에 쌓여가는 포장박스를 보며 스트레스받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고 하자. 분리수거일이 일주일에 두 번 정도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든다.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사람은 See의 관점을 가진 사람이다. 그런데 이런 시국에서도 ‘돈’이라는 화두를 두고 세상을 보는 사람이 있다. 코로나로 배달 수요는 점점 늘어날 것이고 결국 골판지로 만든 포장박스 수요도 많아질 텐데 대체 저 포장박스는 어디서 만들어내지라는 생각에 이른 사람이다. 그리고는 국내 대표적인 골판지 제작회사인 ‘태림포장’이라는 회사를 찾아내서 그 주식을 매수한다. 그는 연초 저점 대비 세 배나 오른 주가로 인해 수익률 300%를 거뜬히 챙겼다. ‘돈’이라는 목적을 두고 포장박스를 Watch 한 결과다. 그는 은행 정기예금 금리가 1%대인 시대에 300%의 수익률을 올리는 사람이 된 것이다.
기회는 없는 것이 아니라 못 보는 것이다. 왜 기회를 못 보는 것일까? 내가 관심을 둔 것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애매하다면 세상은 그냥 나와는 무관하게 보인다. 하지만 내 관심 영역이 확실하다면 주위의 것들이 그것과 연결 지어지고 그때부터는 포장박스 하나도 달리 보이기 시작한다. 그래야 그 대상을 탐색하게 되고 행동으로 검증하는 과정을 거쳐 변화의 물결을 타는 것이다. 사실상 세상에 별다른 관심을 두지 않고 See의 관점으로 살아도 별 문제는 없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그렇게들 살아간다. 하지만 내가 지금의 삶에 만족하지 못하겠고 좀 달리 변화된 삶을 살고 싶다면 의도적으로 See를 Watch의 관점으로 바꿔야 한다. 어찌해야 할까? 우선 나의 욕망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 미국의 대통령도 원하는 것을 다 가질 수는 없는 노릇이니 세상의 다양한 것들 중 내가 원하는 것을 특정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고 그것과 연관 지어 주변 세상을 바라보는 연습을 해 본다. 누가 아는가. 쌓여가는 택배 포장박스를 보면서 골판지 제조회사의 주식을 매수할 생각을 하게 될는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