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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Dec 16. 2022

664. 돈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의 구분

세상에는 많은 직업들이 있다. 그리고 그 직업들은 각자의 이미지가 있다. 의사나 약사는 하얀 가운을 연상하고 경찰이나 군인은 제복을 떠올린다. 그럼 무당은 어떨까? 오색 한복을 입고 모자를 쓰고 오방기를 들고 있는 모습이다. 딸아이의 책장에 ‘신령님이 보고 계셔’라는 특이한 제목이 있어 뭔 책인가 하고 보았다. 직업이 무당인 ’홍칼리‘라는 저자가 쓴 책이었다. 무당이 책을 낸 것도 특이한데 그의 행색과 일하는 방식은 내가 떠올리는 무당의 이미지가 아니었다. 청바지나 면바지를 입고 카페에서 아이패드를 두고 아메리카노를 마신다. 온라인으로 상담도 하고 몸에는 타투를 그린 다소 도발적이고 평범한 청춘이다. 그런 그녀가 신내림을 받은 무당이라고 한다. 활동 영역도 다채롭다. 유튜브, 인스타는 물론이고 방송 출연도 여러 차례 했나 보다. 상대에게 존댓말에 조곤조곤 그냥 인생 상담가의 역할을 하는 것 같다. 카페에서 책 읽고, 글 쓰고, 그림 그리는 청바지 입은 젊은 여성의 무당 이미지가 와닿지 않아 유튜브에서 그녀의 영상을 찾아보았다. 차분히 이야기하는 예쁘장한 젊은 여성의 모습이다. 이렇듯 시대가 변하면 무당도 바뀌는가 보다.

예전에 잠시 은퇴 후 직업으로 고려했던 것이 사주명리학을 익힌 개인자산관리가였다. 융합의 시대라고 하니 주식이나 부동산 등 개인의 자산관리를 전문 상담하면서 사주 명리를 덧붙이면 차별성 있는 직업이 될 것 같았다. 창조란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게 아니라 이미 있는 것들을 이리저리 연결하는 것이라는데 직업의 차별성도 다르지 않다. 만일 전문의 자격을 가진 변호사라면 의료분쟁 사건에 유리할 것 같고, 증권사에 근무하는 사주명리학을 배운 투자 상담가는  어쩐지 고객의 돈을 더 불릴 것 같다. 이처럼 직업의 세계도 꼭 한 가지 이미지로만 갈 것은 아니다.

직업과 직군은 비슷하면서도 좀 다르다. 나는 금융회사에서 오랜 기간 근무했지만 직군은 주로 영업조직 관리 업무를 수행했다. 만일 은퇴 후 새로운 직업을 얻는다면 금융상담은 오히려 낯선 영역이고 업종 불문 영업조직을 관리하는 일이 더 친근할 것이다. 어쩌면 영업관리자에겐 지금이 좋은 기회이긴 하다. 회사마다 코로나로 무너졌던 대면 영업조직을 다시 세우려는 움직임도 있고 그러기 위해선 영업관리자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분야는 크게 내키지가 않는다. 사람 관리, 목표 관리, 각종 민원 관리 등 그 일의 스트레스를 잘 알기 때문이다. 은퇴 후엔 하고 싶은 일 하면서 좀 조용히 지내고 싶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다. 은퇴 후 동해바다 보이는 강릉이나 제주 살이를 하고 싶었는데 마침 그 지역의 계약직 업무를 수행할 기회가 생겼다. 주변에서는 그동안 고생도 많았는데 실업 급여나 받으면서 좀 쉬었다 생각하지라는 소리를 듣는다. 하지만 나에게는 앞으로 하려는 일이 일터와 놀이터를 한곳에 둔 멋진 선택이다. 홍칼리라는 무당의 일을 하면서 하고 싶은 책 읽기나 글쓰기, 그림 그리기를 즐긴다. 나 역시 강원과 제주지역에서 일을 하며 글쓰기와 책 읽기를 병행할 것이다. 이처럼 돈 버는 일과 하고 싶은 일을 분리하는 것은 여러모로 장점이 많은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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