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7. 부모 자식간 잘 지내는 법

by 장용범

병원에 심혈관 정기검진에 앞서 채혈을 하러 갔다. 이른 시간이라 많이 기다리진 않았지만 약간의 걱정은 된다. 의사가 금지했던 술을 지난 1년간 꽤나 마셨기 때문이다. 그런데 병원을 벗어나는 셔틀버스 안에서 흥미로운 광경을 접했다. 아버지와 아들의 대화인데 내용으로 보아 두 사람이 병원 로비에서 만나기로 하고선 길이 엇갈렸나 보다. 아버지가 먼저 버스에 오르고 조금 있자니 아들이 씩씩거리며 올랐다.

*아버지: 너는 도대체 어디 갔다 온 거냐? 전화를 해도 받지도 않고.

*아들: (짜증 내며) 3층 병원 로비에서 만나기로 했잖아요. 그런데 이렇게 버스에 먼저 오르시면 어떡해요?

*아버지: 전화를 하면 받아야 할 것 아니냐.

*아들: 아버지가 전화로 3층에서 만나자고 했잖아요. (휴대폰을 꺼내며) 전화 온 시간 보여드려요?

*아버지: 말아라. 내가 너 때문에 병 고치러 왔다가 병을 더 얻겠다. 네 형은 알아서 척척 준비를 잘만 하더니만 넌 왜 그 모양이냐?

*아들: 그럼 형 불러서 다니세요. 전 택시 타고 갈게요.(셔틀버스에서 내린다)

*아버지: (뒤따라 내리며) 얘야, 얘야.

셔틀버스는 출발도 않았는데 두 부자의 언성 높은 대화로 살짝 짜증이 났다. 그들은 분명 부자지간이었지만 서로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사람들 앞에서 상처를 입히고 있었다. 우리에게 마음의 상처를 주는 이는 가까운 가족이나 연인, 친구인 경우가 많다. 왜 그럴까? 너무도 친근하다 보니 상대를 나 자신이 확장된 개념으로 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분명한 건 몸과 마음이 다른 개체이고 잘 알 것 같지만 소통하지 않으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 알 수가 없다. 그걸 꼭 말로 해야 아느냐고 하겠지만 말로 해야 알 수 있다. 성년이 된 자녀와 부모가 잘 지내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처럼 서로 다른 개체임을 인정하는 적당한 거리감이라고 본다.


*부모: 자녀의 독립성을 인정해 주는 말

- 요즘같이 빨리 변하는 세상에 나이 든 내가 뭘 알겠니. 네가 알아서 하렴(선택의 책임도 부담하라는 말)

- 도와주고는 싶지만 여건이 안 되는구나(할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주기)

- 고맙구나(부모의 고맙다는 말은 더 잘 해 드려야지 하는 마음이 들게 한다)


*자녀: 부모도 감정 있는 한 인간임을 인정하기

- 부모도 좋은 말을 듣고 싶고 배려도 받고 싶다.

- 부모의 지나친 간섭에는 일정한 거리를 둔다.

- 아무리 자식이라도 부모의 노후를 무한 책임질 수는 없다. 결국 부모의 노후는 스스로 준비했어야 한다. “죄송하지만 저도 여건이 안 됩니다.“


좀 삭막한가? 그럴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모 자식 간에도 상황과 감정은 분리하는 게 맞는 것 같다. 내가 낳은 자식이지만 엄연히 다른 사람이고, 나의 삶도 팍팍한 상황에서 부모의 노후를 전부 책임질 수도 없는 노릇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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