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89. 석양을 보는 어른들

by 장용범

이번 설날 귀성은 인생의 무상감을 느끼게 한다. 인간은 늙어가게 마련이고 늙는다는 게 육체적, 정신적으로 쇠약해짐을 뜻하지만 익숙한 이들에게서 그런 모습을 보게되니 이제 나의 일로 다가온다.


설 명절이지만 차례상은 없이 가족들과 식사 한끼 하는 모임으로 바뀌었다. 60년 가까이 기제사와 명절 상을 준비하셨던 어머님의 결단 덕분이다. 하지만 작은 아버님은 3년 전에 돌아가셨다. 훌쩍 커버린 조카들과 이제 중년인 동생들의 모습에서 이렇게 한 세대가 지나는가 싶다. 부모님은 최근 흙침대를 하나 장만하셨다. 세배 올리는 아들 내외에게 인생은 한 바퀴 돌아 제자리에 오는 것 같다며 자식들 독립시키고 부부가 건강하게 함께 사니 신혼 같다고 하셨다. 웃음도 났지만 그저 감사하고 보기 좋았다.

아직 한창 일 할 나이의 동생들은 연휴가 끝나면 다시 일터로 가야 한다. 40-50대는 가정에서나 직장에서나 역할이 남아있는 시기이다. 스트레스도 받고 기쁨과 좌절의 시간도 겪을 것이다. 그 사이 아이들은 무럭무럭 자랄 것이고 자신들은 점점 힘이 빠져갈 것이다. 그런 모습을 그려보니 자식들은 부모의 젊음을 양분으로 자라는 것 같다.


60대 중반에 혼자 살게 된 외삼촌을 뵈었다. 외양은 여전히 활달하고 젊어 보였지만 가족없는 그늘이 느껴진다. 70대가 되어서도 지금의 모습을 간직하실 까? 쉽지는 않으실 거다. 나이가 든다는 건 새로 시작할 수 있는 기회가 사라짐을 의미한다.

장인, 장모님이 병원에 계신 처가는 차분한 명절분위기였다. 완치가 어려운 노인성 질환은 이제 삶이 막바지에 다달았음을 의미할지도 모른다. 당신들의 왕성했던 시기에 자식들을 키워냈고 손자가 또 2세까지 낳았으니 살아생전 3대를 보신 것이다. 90대의 장인 어른은 당신의 죽음에 대해 어떤 마음을 내고 계실까?


인생의 기승전결에서 마지막 ‘결’에 가까운 이들이 주위에 많이 계시다. 그리고 그 모습이 앞으로 20-30년 후의 내 모습이라 생각하니 새삼 인생의 무상감마저 느껴진다. 지금의 내 위치는 노을진 석양을 보면서 아침의 여명이라고 착각하는 일을 조심해야 할 시기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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