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92. 50대는 건강도 능력

by 장용범

또다시 부산행이다. 상경한지 나흘 만에 고모님이 돌아가셨다. 향년 94세, 오랜 병수발하시느라 70대 고종 형이 고생을 많이 했다. 노인이 노인을 돌본다는 말은 사실이었다. 조금 특이한 초상집 분위기였다. 상주가 노인이라 조문객 중에 젊은 사람은 거의 없고 초로의 노인들만 가득하다. 상가는 호상을 치르는 분위기라 침울하지는 않았다. 이처럼 어떤 죽음은 슬픔의 무게가 가벼운 죽음도 있는 법이다. 부모형제 다 돌아가신 내 아버님은 이제 당신의 죽음도 생각하실 것 같다. 어머님 말씀에 의하면 동생분이 돌아가셨을 때는 한 달 동안 음식을 제대로 못 드셨는데 누님들이 돌아가셨을 때는 덤덤하신 편이었다고 하신다. 이렇듯 죽음도 나이 순서를 지키는 게 남은 사람들에 대한 도리인 것 같다. 물론 마음대로 되는 일은 아니다.

부산역

오전에는 심혈관병원에 들렀다. 1년에 한 번씩 돌아오는 정기검진일이다. 부정맥으로 시술받은 지도 벌써 6년이 지났다. 담당 의사의 주름과 흰머리도 더 많이 늘어났다. 사실 이번엔 조금 긴장되었다. 지난 1년간 금감원 감사 뒤치다꺼리와 실태 평가, 고객만족도 평가, 내부 감사 등 굵직한 일들을 워낙 많이 겪었고 그로 인한 스트레스를 직원들과 술로 풀었던 면도 있었다. 부정맥에는 술이 가장 경계해야 할 대상이다. 당시 심정으로는 ‘에이, 죽기 밖에 더 하겠나’였지만 정작 검진을 앞두고는 아무래도 재발의 느낌이 들어 새 가슴이 되고 만다. 잔뜩 긴장한 채로 지난 1년간 몸 관리를 제대로 못 했음을 고백했는데 의외로 모든 게 정상이란다. 게다가 이제는 2년에 한 번씩 보자고까지 했다. ‘어, 이상하다. 이럴 리가 없는데?’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그간 지은 죄(음주)를 생각하니 내 몸이 정상일 리 없다는 자기암시를 주었나 보다. 아무튼 다행이다. 그래, 올해는 정말 ’금주 실천‘을 다짐해 본다. 남들에 비해 늦게 배운(?) 술이었는데 영업 관련 직책을 맡다 보니 자연스레 술자리가 많아진 면도 있었다.

생로병사는 인생사의 프로세스이다. 하지만 태어난 순서는 있지만 가는 데 순서는 없다. 우리는 건강은 당연한 것으로 여기고 돈과 명예, 직위를 추구하며 대부분의 시간과 에너지를 쏟는다. 50대 이전에는 그래도 된다. 몸을 이루는 세포들도 회복력이 왕성해 웬만한 과로나 과욕, 과음에도 잘 버텨낸다. 하지만 50대를 넘기면 몸에 조금 다른 신호가 온다. 전날 과음의 영향이 하루 이상 가기도 한다. 그럴 때가 몸의 건강을 챙길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다. 이때 건강이 무너지면 남은 생의 퀄리티가 현저히 떨어지고 만다. 이제부터 건강은 주어지는 디폴트 값이 아니라 챙겨야 할 필수값이 되는 것이다. 방법은 적당한 운동과 뭐든지 적게 하는 걸로 해야 한다. 적게 일하고, 적게 먹고, 적게 마시고, 욕심도 줄이는 방향으로 말이다. 그게 인생 3 막을 현명하게 보내는 방법이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은 20-40대는 너무 이르고 50대 이후에는 반드시 적용해야 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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