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륙학교 동문회 특강에 군사전문가이기도 한 김종대 전 의원이 초청되었다. 강사는 미국의 IT기술이 지금의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수행하는 역할이 얼마나 대단한지 소개해 주었다.
일례로 한 러시아 병사의 시신을 우크라이나 병사가 발견해서 그의 얼굴을 카메라로 찍어 전송한다. 전송된 러시아 병사의 얼굴은 인공지능의 안면인식 기술을 거쳐 7-8분 만에 신원을 파악해서는 러시아 정부보다 먼저 가족들에게 병사의 전사사실을 알려주고는 우크라이나 정부에 시신인도를 요청하도록 한다. 일종의 심리전이다. 이 역할을 수행하는 업체는 클리어 뷰 AI사이다. 그들이 가지고 있는 개인들의 얼굴 사진은 10억 장 정도라고 밝히고 있으며 이를 분석하는 인공지능을 통해 95% 이상의 정확도로 신원을 밝히고 있다고 스스로 발표했다. 이 기술은 미국에서 불법으로 규정되었으나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제한 없이 적용되고 있다.
보통 전쟁이 일어나면 주요 통신망이 파괴되어 연결이 끊어진 상태에서 두려움과 공포를 느끼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이번 전쟁은 일론 머스크의 스타링크로 인해 정보의 연결이 유지된 채 치러지는 인류 최초의 전쟁이 되고 있다. 여기에 맥사 테크놀로지 사는 상업용 위성사진으로 러시아 전차의 이동경로를 파악하여 미국 정찰국에 알리고 이는 다시 군사정보로 가공되어 우크라이나군에 전달하여 러시아 전차를 파괴하는데 이용되고 있다. 평상시 호출 고객에게 자동차를 보내는 우버 택시 운영시스템은 전쟁터에서 보급품을 공급할 뿐 아니라 적에게 포탄까지 배달하여 파괴하는 식으로도 운영되고 있다. 최근에는 무인 드론 외에도 공격용 무인 로봇까지 등장했다 한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한 마디로 인류의 신기술 테스트 장이 되고 있다. 평상시에는 인권침해 등의 문제로 각종 법률상 규제를 받아 사용 못한 기술들이 전쟁이라는 특수상황에서 진가를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김종대 강사의 한 마디 한 마디에 완전 새로운 세상을 보는 것 같았다. 대강 알고는 있었지만 구체적으로 어떤 기술이 어떻게 적용되어 전쟁을 이끌고 있는지는 처음 들었기 때문이다. 또한 이번 전쟁이 끝나면 그간 사용되었고 테스트했던 기술들이 어떤 식으로든 상업용으로 대거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과거 인터넷이나 내비게이션이 그랬던 것처럼 말이다.
여기에 인간은 없었다. 실리콘 밸리의 기업들은 이번 전쟁으로 상당한 기술의 발전을 이룰 것이다. 어쩌면 이런 양상은 미국 정부의 의지와 달리 기업들의 이해관계 때문에 전쟁이 더 장기화될 수도 있다. 자국의 군인이나 국민들은 피 한 방울 흘리지 않고 기술적 우위를 확실히 하여 패권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 기회를 과연 미국이 그만두려 할까? 전쟁은 일으키기는 쉽지만 끝내기가 어렵다고 한다.
이런 세상에 살고 있는 나에게는 어떤 시사점이 있을까? 어쩌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부분은 따라가기 힘들 테니 감성적이고 정서적인 영역, 결과보다는 과정을 중시하는 영역이 더 인간적 일지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