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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18. 우크라이나 전쟁 1년

by 장용범

과음금지. 오랜만의 반가운 만남이 과음으로 이어져 거의 하루를 비몽사몽으로 보내고 말았다. 이제 내 육신도 회복력이 많이 떨어지긴 한 모양이다. 내 몸도 좀 아끼며 살 일이다.


러시아와 중앙아시아에서 외교관으로 재직했던 박 공사님의 책이 출간되었다. “우크라이나 전쟁, 이렇게 봐야한다”

전쟁 1년을 지났지만 여전히 현재진행형인 우크라이나 전쟁을 보는 공사님의 생각이 담겨있는 책이다. 지난 이틀 전 뵈었을 때 균형 잃은 한국 외교에 대한 우려를 많이 하셨었다. 그런 공사님의 견해를 정리해 본다.


* 전 세계 1/4 국가만이 러시아 제재에 동참했다.

이번 전쟁은 국내 언론의 보도처럼 전 세계가 러시아 제재에 동참한 것이 아니다. 친 서방계인 1/4 정도의 국가들이 제재에 동참했고 우리도 그 중 하나이다. 제재의 시간이 길어질수록 러시아의 힘이 빠질 것으로 예상했으나 오히려 타격을 입고 있는 것은 제재를 가한 당사국들이다.


* 러시아도 할 말이 많다.

소련연방 해체 당시 우크라이나 지역은 지리적으로 이미 러시아계가 사는 동부지역과 우크라이나계가 사는 서부지역으로 나뉘어져 있었다. 2014년 친 서방계인 포로셴코 대통령 집권당시 러시아계에 대한 대규모 인종 탄압이 일어나 유엔에서 파악하기로 거의 1만명 정도의 러시아계가 죽는 상황이 벌어졌다. 당시 시위 군중을 향해 발포하는 상황이 있었는데 아직 그 배후를 알 수가 없고 미국 CIA라는 설도 강력하게 돌고있다.


소련해체 당시 미국과 나토는 단 1인치도 러시아를 향해 동진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으나 그 후 많은 구 소련 연방들이 군사조직인 나토에 편입되었고 이제는 러시아 턱 밑까지 위협하는 상황에 이르렀다. 여기에 우크라이나까지 나토에 편입되면 미국의 미사일 기지가 모스크바를 바로 겨냥하는 지경이 되고 만다. 60년대 소련이 쿠바에 미사일 기지를 세우려고 했을 때 케네디는 3차 대전도 불사하겠다며 쿠바 해상봉쇄까지 단행했는데 역으로 보면 러시아의 입장도 이해가 된다.

*이 전쟁은 미국이 끝낼 수 있다.

러시아와 독일을 잇는 해저 가스관 노르트스트림은 여러 정황상 미국이 파괴한 것으로 드러나고 있다. 지금 미국은 다른 외국에 주둔하고 잇는 나라들의 포탄을 우크라이나로 돌리고 있는 상황인데 러시아 포탄이 떨어져간다는 국내 보도와는 다른 양상이다. 결국 이 전쟁은 미국이 끝낼 수 있다. 우크라이나는 미국의 대리전을 수행하고 있고 미국의 지원없이는 한시라도 전쟁을 수행할 수 없는 형편이다. 한국이 이번 전쟁을 통해 K9 자주포 등 방산장비 수출을 많이한다고 좋아라 하는데 과연 그게 평화를 사랑한다는 나라가 할 말인지 생각해 볼 문제다.


박 공사님은 이번 전쟁을 통해 우리가 배울 교훈을 이렇게 정리하셨다.

1. 국제사회는 착한 나라도 악한 나라도 없다.

각 나라들은 자기의 이익을 위해 움직일 뿐이고 선악의 개념으로 접근할 게 아니다. 약한 것이 선하다는 생각도 큰 착각이다. 우크라이나는 전쟁 전 유럽에서 가장 부패한 나라라는 오명을 쓰고 있었고 전쟁 영웅이라는 젤린스키의 재산은 전쟁 후 1조원 정도 더 늘어난 걸로 파악되었다.

2. 어리석은 자는 결코 동정받지 못한다.

우크라이나는 자신의 처한 상황을 제대로 파악 못하는 어리석음을 범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당하고 만다. 이는 한국의 상황과도 무관하지 않다. 4대 강대국들 틈바구니에서 어느 한쪽에 치우친 외교가 얼마나 위험한지 일깨우는 대목이다.

3. 가치외교? 강대국의 자기 이익 추구 합리화를 위한 외교적 수식어다.

도덕적 이상을 추구하는 그런 외교는 없다. 오직 자기 이익만을 추구하는 것이 외교의 기본이다. 이는 강대국이라고 예외는 아니다. 인권을 내세워 상대를 압박하지만 정작 자신이 저지른 인권침해 사례들은 애써 무시한다.

4. 국제사회의 비정함은 여전하다.

세상에 믿을 놈은 없다. 오직 자기 자신을 믿고 힘을 기르고 나아갈 일이다.


이성적이라고 하면서 동물들도 하지 않을 가장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게 인간들이다. 수십 년에 걸쳐 만든 자신들의 문명과 아까운 생명들을 한 순간에 파괴하는 전쟁은 어떡하든 피해야 한다. 남북한이 대치하고 있고 미중 패권의 중간에 끼인 대한민국이 앞으로도 잘 헤쳐 나갔으면 하는 바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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