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한 사람의 배우가 마약으로 사라져 갔다. 유아인이다. 남부러울 것 없는 인기에 돈도 많았을 텐데 그는 왜 마약으로 자신의 모든 것을 망치고 말았을까? 연예인들의 자살이나 도박, 마약 투여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지만 그들이 느끼는 심적 고통이 무엇인지는 잘 알려져 있지 않다. 짐작건대 정상 자리를 위해 모든 것을 뒤로 미루고 참고 살아왔는데 막상 그 자리에 오르고 보니 느껴지는 공허감 내지 무료함 같은 것은 아니었을까?
정신의학자 전미경의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는 책을 읽고 있다. 환자 중에는 무료함과 공허감을 항우울제 약으로 해결하려는 사람들이 있나 보다. 하지만 재미없고 공허한 기분을 낫게 해주는 항우울제는 없다고 한다. 삶이 무료해지고 재미 없어지면 사람들은 자극과 쾌락을 좇아 마약까지 찾는 경우가 있다는데 재미는 스스로 해결할 문제라고 한다.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무엇을 추구하는지 아는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잘 아는 사람이다. 사람은 자신의 욕망을 잘 알고 실현할 때 행복하다.”_전미경의 <당신은 생각보다 강하다>중에서
공허함을 느끼는 사람은 자신에 대한 질문에 ‘잘 모르겠다’는 말을 자주 한다는데 이를테면 뭘 좋아하는지, 취미나 흥밋거리는 뭔지, 자신과 잘 맞는 사람은 어떤 유형의 사람들인지 같은 질문들이다. 이에 대해 잘 모르겠다는 답은 자신의 정체성을 모른다는 것이며 이럴 때 사람은 그가 가진 것이나 누리는 것과는 상관없이 사는 게 재미 없어지고 무료하거나 공허해진다고 했다.
우리는 부처가 아닌 이상 살면서 어떤 욕망을 품게 되는데 남에게 피해를 끼치지 않는 욕망은 인생에 긍정적 욕심이 있다는 의미라고 한다. 이리 보면 욕망은 삶의 에너지가 되기도 한다. 적어도 하고 싶은 것 없이 축 늘어진 사람보다는 뭐라도 하려고 애쓰는 모습이 좀 더 살아있는 모습이긴 하다. 저자의 말을 빌면 우리는 재미를 추구하는 가운데 자신의 욕망을 파악하고 자신이 누구인지를 알 수 있게 된다고 했다.
배우 유아인은 인간 유아인을 발견하지 못했기에 손쉬운 마약에 손을 댔을지도 모른다. 빅뱅의 태양이나 가수 정준영이나 그들이 채우지 못한 것은 돈이나 인기가 아니라 인생이 무료해지고 재미없다고 느꼈을 때 자기 정체성을 찾지 못한 데 있다. 거기에 대한 질문들은 대략 이런 것이다.
* 나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사는가?
* 내 삶의 가치와 의미는 무엇인가?
* 나는 무엇을 좋아하고 추구하는가?
다만 이런 질문들은 정답이 없기에 너무 오래 머물 대상은 아니다. 그래서 제현주 작가는 정답이 없는 질문의 경우는 객관식으로 문제를 바꾸는 게 좋다고 했다. 이럴 테면 이런 식이다.
예시) 나는 무엇을 위해 인생을 사는가?
1) 돈
2) 명예나 인기
3) 권력
4) 자기만족
정답이 없는 문제라고 하겠지만 그중에서도 특별히 더 추구하는 게 지금의 답이 된다. 자기가 처한 상황에 따라 답은 달라질 수는 있겠지만 적어도 지금은 그게 답이다.
은퇴 후의 삶은 자칫 재미에서 점점 멀어지는 삶이 될 수도 있다. 가축도 아니고 매일 밥때만 기다리는 것으로는 공허감이나 무료감이 커질 수도 있다. 이는 마약에 손댄 유아인의 마음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 같다. 지금 무료함과 공허함으로 무채색의 삶을 살고 있다면 내가 쓰는 방식인데 다음을 권해본다.
* 일단 집 밖을 벗어나 어디든 간다.
꼭 어디를 가겠다는 목적지가 없더라도 괜찮다. 일단 나간다. 사람들의 사는 모습에서 조금씩 에너지를 받게 되는 것 같다.
* 카페에 앉아 종이에 끄적인다.
카페에 앉아 멍하니 거리를 보거나 종이를 꺼내어 끄적인다. 그리고 그 행위 자체를 즐긴다. 사람이 꼭 무언가를 해야만 재미는 아니다. 그냥 그런 행위 자체도 재미라면 재미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