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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와 공유에 대하여

by 장용범

<공유 오피스 이야기>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다 보니 주변의 사람들은 무얼 하나 궁금할 때가 있다. 주로 20-30대 젊은 층이 대부분이고 같은 공간이지만 정작 옆 사람이 무얼 하는지는 모른다. 하지만 모두 얼마나 열심인지 모르는 사람이 이곳을 일반적인 회사로 알고 들어오면 몰입하고 집중하는 모습에 감동받을 것 같다. 현재 이용하고 있는 위 워크(We Work)는 세계 여러 곳에 지점을 둔 글로벌 기업인데 이곳 회원이 되면 다른 나라나 다른 지역에 가더라도 이용할 수 있어 좋다.


나의 경우 서울과 부산을 오가는 상황이라 다른 공유 오피스보다는 여러모로 장점이 있다. 그리고 시설도 꽤나 훌륭하지만 커뮤니티 팀이라 하여 공간 이용을 도와주는 2-3명의 직원들이 9시부터 6시까지 상주하고 있고 폴 바셋에서 제공하는 커피를 수시로 내려 마실 수 있다. 카페와 공유 오피스를 비교해 보면 아무래도 공유 오피스가 집중이 더 잘 되는 것 같은데 모두가 일을 하는 분위기라 그럴 것이다.


<공유의 세계>

제레미 레프킨은 그의 저서 <소유의 종말>에서 앞으로의 사회는 소유에서 이용의 개념으로 변할 것이고 렌탈 사업이 번성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공유 오피스나 카페는 사실상 공간 렌탈 사업이다. 소유권이란 그 물건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권리라고 정의되니 이중 사용에 관한 권리를 돈을 주고 빌리는 셈이다. 내 것이라 할 수는 없으나 직접 소유하는 것보다 관리가 더 잘 되고 나는 시설에 대해 신경 쓸 일 없이 내 일만 하면 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나의 일상 대부분은 공유로 이루어진다. 거주하는 부모님 집도 그렇고 지하철이나 버스 같은 대중교통으로 이동하여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으니 하는 말이다.


<공유를 잘 활용하는 법>

무언가를 소유하고 싶은 마음은 인간의 강력한 본성이다. 그리고 국가는 법으로 개인의 소유권을 사용, 수익, 처분할 수 있는 배타적 권리로 규정하여 인정해 주고 있다. 하지만 소유를 위해서는 개인이 참으로 많은 것을 희생해야 한다. 사무실 하나를 소유하려 해도 돈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고 설령 소유했더라도 관리가 만만치 않다. 그러면 어떤 것은 소유하는 게 낫고 또 어떤 것은 공유하는 게 더 나을까? 지극히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소유와 공유에 대해 정리해 보았다.


1. 사적인 것은 소유하기

집이나 자동차, 노트북 등은 공유보다는 소유가 나은 것 같다. 이들은 나와 가족들의 프라이버시적 개념이 강하다. 뭐랄까? 어느 정도 감성이 깃드는 대상 같다.


2. 비즈니스적인 것은 공유하기

사무공간이나 업무적으로 필요한 것들을 굳이 소유할 필요는 없어 보인다. 트렌드가 수시로 변하고 새것을 따라가기에 바쁘기 때문이다. 사무공간이나 OA 기기 같은 것들이다.


3. 비싸고 이용 빈도가 낮은 것은 공유

보트나 별장 등은 좋아 보이지만 구입하면 유지관리가 골치 아픈 자산이다. 이런 것은 소유보다는 이용의 개념으로 접근하는 게 낫다. 대한항공에 아는 친구가 비행기 격납고를 보여 주어 견학한 적이 있는데 자가용 제트 비행기가 있었다. 삼성이 넘긴 것이라는데 결국 그들도 비행기는 소유에서 이용으로 선택을 했던 것 같다.


4. 콘텐츠 매체는 소유가 낫다.

책이나 음반은 도서관 등을 이용해 손쉽게 공유할 수 있지만 이것으로 새로운 콘텐츠를 만들어 판매할 생각이면 소유하는 게 더 낫다. 메모나 페이지 접기 등 좀 편하게 대할 수 있어서다.


5. 시간은 공유와 소유를 적당히 섞자

함께하는 시간 못지않게 개인의 시간도 반드시 필요하다. 상황에 따라 비중은 달리 지겠지만 7 대 3에서 5 대 5까지는 소유와 공유가 필요하다고 본다. 은퇴하니 확실히 혼자 소유할 수 있는 시간이 많긴 하지만 여전히 가족이나 지인과의 공유 시간도 남아있다.


소유와 공유할 것을 정리해 보니 내가 확실히 소유할 만한 게 그리 많지는 않겠다. 시간, 경험과 지식, 감성 등은 확실히 내 것으로 소유하겠지만 나머지는 매매로 언제든 소유권이 바뀔 수 있어서다. 어쩌면 인간은 이용만 가능하지 소유는 불가한 존재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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