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인의 나이는 몇 살부터일까? 공식적으로는 65세부터이다. 그 나이가 되면 지하철도 공짜로 탈 수 있는 지공 스님이 된다. 어버이날을 맞아 아내와 함께 창원에 있는 요양원에 갔다. 딸들 내외가 장모님을 하루 모시기로 한 날이어서다. 가는 길에 처형 내외를 픽업했다. 장모님은 이제 제대로 걷기도 힘드셔서 휠체어를 함께 실었다. 올해 들어 두 번째 뵙는 장모님이다. 점심을 먹고는 어디로 모실까 잠시 고민하다 가까운 철도 박물관으로 갔다. 주변에 더 좋은 곳도 있었지만 이동이 불편하신 장모님에게는 구경보다는 짧은 외출시간에 도란도란 딸들과 지내는 시간이 더 소중할 것 같았다. 함께 철도 박물관의 정원을 산책하고 기차 객실을 개조해 만든 카페에서 환담하며 시간을 보냈다. 그리고 돌아갈 때가 다가오자 나는 장모님께 조금 특별한 경험을 시켜드리고 싶었다. 요즘 세대에 유행하는 ‘인생 네 컷’이라는 사진관에 들러 딸들 내외와 함께 다양한 분장을 하고는 사진을 찍기로 했다. 휠체어를 밀고 들어간 사진관에는 평일 낮 시간이라 사람이 없었다. 정말이지 이것저것 다 뒤집어쓰고 다양한 연출로 사진을 찍었다. 이렇듯 장모님과 맘껏 웃고 즐긴 하루였지만 다시 요양원으로 보내드리는 길은 가슴이 조금 먹먹했다. 오늘 고마웠다며 손을 흔들고 요양원으로 들어가시는 장모님의 뒷모습을 뵙기가 뭣해 잠시 고개를 돌렸다.
장모님은 아이들의 육아를 곁에서 직접 도와주셨다. 아내는 쌍둥이를 출산 후 집 가까운 처가에서 장모님의 든든한 조력을 받으며 육아를 했다. 그래서인지 장모님의 우리 아이들에 대한 애정은 지금도 각별하시다. 나는 장모님의 백발과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모습이 많이 낯설다. 극성이다 싶을 정도로 당신의 자식들과 손자들을 챙겨주시던 모습에 너무 익숙해서다. 아울러 내 인생의 마지막을 보낼 곳이 저런 요양원인가 싶을 때는 마음이 조금 울적해지기도 한다.
늙는다는 것은 모든 인간에게 공평하게 주어진 조건이다. 피할 수 없는 것은 대처하는 방법이 중요하다. 나는 노화를 어떻게 맞이할 것인가? 사실 맞이하고 말고도 없다. 자연스럽게 다가올 테니까. 그러니 거부한다거나 한탄할 이유도 없다. 나는 내 인생에 처음으로 노인이 되는 경험을 하는 것이니까.
가끔 저 노인은 참 잘 늙으셨구나 싶을 때가 있다. 자신의 말수를 줄이고 귀를 여는 노인을 볼 때이다. 작은 도움이라도 받았으면 감사의 인사를 할 줄 아는 노인도 좋아 보인다. 무언가를 직접하기보다는 젊은 세대들이 하는 것을 지원하고 응원하는 모습도 좋다. 그리고 육체의 노화를 한탄하기 보다는 자신의 지난 삶과 그 많았던 인연들에게 감사함을 지니며 살아가는 노인을 볼 때 나도 저렇게 늙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