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나의 공유 오피스 이용기

by 장용범

공유 오피스를 이용하고 있다. ‘We Work’이라는 곳인데 지금까지는 만족하는 편이다. 무엇보다 다국적 기업이다 보니 회원들은 전 세계 3,000여 곳의 사무공간을 이용할 수 있다고 한다. 나는 부산과 서울을 오가며 이용하는 편이다. 매월 부담 금액이 20만 원이 넘지만 그것도 수용되는 수준인데 가능하면 카페보다는 이곳에 와서 제공되는 커피를 마시고 무엇보다 고정적으로 갈 곳이 정해져 있다는 것으로 저으기 안정이 된다. 평일 이곳은 참 바삐 돌아간다. 오늘은 소파에 앉아 잠시 차 한잔하면서 드는 생각이 있다. 같은 공간 심지어는 옆에 앉은 사람조차도 서로 모르는 사람들이라는 것이 새삼 이상하게 여겨져서다.


직장 사람들끼리 하는 말 중에 한솥밥을 먹는 사이라는 것이 있다. 하지만 이곳 공유 오피스는 각자의 솥으로 밥을 지어 각자가 먹는 사람들인데 다만 한곳에 모여 있다는 게 다를 뿐이다. 나는 옆의 사람이 무슨 고민을 하는지 알지 못한다. 때로는 서너 사람끼리 동료 의식을 보이기도 하는데 그들은 같은 프로젝트를 수행 중이거나 스타트 업으로 사무공간을 빌려 이용하는 사람들이다. 군중 속의 고독이란 이런 상황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래서 외로우냐고? 천만에. 나는 이런 분위기가 좋다. 다른 사람에게 신경 쓰지 않고 나의 일만 하면 된다. 출퇴근 시간이란 것도 없고 심지어 여러 날 안 나와도 그 누구도 신경 쓰지 않는다. 설령 죽었다고 해도 We Work에서는 비용 입금이 안 되어 ID 삭제 수준으로 처리될 것이다. 당연히 부고를 알리는 등의 일도 없을 것이다.

여기서 나의 일은 스스로 만들어야 한다. 그 누구도 나에게 업무 지시를 한다거나 다른 인간관계로 스트레스 받는 일도 없다. 당연하지만 서로 모르는 남남이기 때문이다. 공유 오피스가 나에게는 맞지만 사람의 성향에 따라서는 아닐 수도 있겠다. 일은 한데 어울려 으쌰 으쌰 하는 분위기에서 해야 한다는 사람들에게 이런 분위기는 맞지 않을 것 같다. 다행히 나는 혼자 있는 시간을 즐기고 누리는 편이다.


평일 늦은 오후, 공유 오피스로 출근했다. 어제 너무 늦은 귀가로 아침을 토스트로 먹고는 다시 잠이 들어서다. 주변의 직장인들이 삼삼오오 몰려 담배 피는 모습이 낯익다. 일에 관해 이야기하고 직장 동료들을 화제로 올리고 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온전히 나의 시간을 가져본다. 내가 생각하는 일정으로 내가 생각하는 구상을 현실화 시키는 일을 진행 중이다. 나는 이런 일들이 좋다. 나이가 들면 더 이상 누군가의 지시를 받는다거나 강요된 일이 싫어지는 법이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