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대로 사랑하고 마음대로 떠나가신“, “마음먹은 대로 해라”, “마음껏 먹어라” , “내 마음이 아파” 등등. 대체 마음이란 무엇일까?
불교에 관심을 둔 이후로 나에겐 두 분의 가르침을 주시는 분이 계시다. 법륜 스님과 정신의학자 전현수 박사이다. 유심히 듣다 보면 내용은 같은데 접근 방식이 좀 다른 것 같다. 법륜 스님이 즉문즉설을 통해 질문자들의 괴로움을 한 방에 해결하는 명쾌함이 있다면 전현수 박사는 불교의 이론에 입각한 논리적 설명을 조곤조곤해 주시는 편이다. 전현수 박사도 자신의 개인 의원을 잠시 닫고는 미얀마로 가 수행승으로 잠시 살기도 했던 이력이 있으신 분이라 그분의 불교에 대한 가르침도 체험적인 면이 강하다. 아침 산행 중에 불교 방송에서 강의했던 전현수 박사의 마음에 대한 강의를 다시 듣는다. 이미 수차례 글로도 썼던 내용이지만 스스로에게 한 번 더 상기하는 차원에서 정리해 본다.
1. 육체는 마음이 가는 대로 간다
그러니 그 자체로 가치판단의 기준이 될 수 없다. 육체가 자동차라면 마음은 운전자 같은 것이다. 그러면 마음을 알아야겠다. 대체 마음이란 무엇인가? 그전에 마음의 속성부터 알아보자.
2. 마음의 속성은 두 가지다.
마음은 항상 어딘가로 가려는 속성이 있는데 오직 한 번에 한 군데만 갈 수 있다.
마음은 한 번 갔던 곳으로 계속 가려는 속성이 있는데 그곳으로 길이 생겨 단박에 가게 된다.
마음 자체는 선악의 기준이 없다. 그냥 습관적으로 늘 가던 곳으로 계속 간다. 담배나 마약을 끊기 힘들 듯 마음도 그런 속성이 있다. 그러니 마음과 의지가 맞서면 항상 마음이 이긴다. 알콜중독자는 술을 안 보는 것으로 해야지 보면서 이기겠다고 하면 반드시 지고 만다. 그렇다면 마음의 속성을 이용하여 이왕이면 좋은 곳, 바람직한 곳으로 마음을 이끄는 게 맞겠다.
3. 마음은 저절로 일어난다. 내가 마음을 일으키는 게 아니다.
내가 볼펜을 들고 왔다. 그전에 볼펜은 책상 위에 있었다. 이것은 내가 개입한 것이다. 하지만 가만있는데 볼펜 툭 하고 떨어졌다면 이것은 내가 개입한 것이 아니다. 마음은 후자와 비슷하다. 마음은 나의 의지나 생각과 상관없이 아지랑이가 피어나듯 모락모락 생겨난다. 몸은 강의를 듣고 있지만 마음은 자기도 모르게 여자친구를 떠올릴 수도 있다. 여기에 어떤 의지도 개입되는 것이 없다. 그냥 일어난다. 그래서 마음대로 한다는 것은 좀 이상한 말이다. 그 마음은 자기가 내는 게 아니라 그냥 생겨나기 때문이다.
4. 그럼 어디서 생겨나는데?
의식, 무의식이 담겨있는 커다란 생각의 저장고이다. 여기에 있다가 어떤 계기가 되면 쑥하고 올라온다. 어릴 적 할머니가 주신 홍시를 먹었다면 수십 년이 지나도 홍시를 보면 쑥하고 그 일이 떠오른다. 그럼 그 저장고에는 대체 무엇이 담겨있고 그게 담기게 된 이유는 무언인가? 내가 살면서 경험하고 사고한 모든 것이 담겨 있다. 여기서 ‘안이비설신’이라는 감각기관과 생각들이 일으킨 모든 것이 담겨 있다.
5. 인간의 의식 저장고는 삭제 없는 하드디스크
컴퓨터의 하드디스크는 삭제라는 기능이 있지만 인간의 의식 하드디스크에는 삭제 기능이 없다. 그리고 그 기억이나 인식이 담기게 된 원인은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의 피부로 느껴지는 감각으로 입력되지만 생각이라는 정신작용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입력되는 과정을 육식(六識)이라고 한다. 이 생각, 저 생각하다 보면 그것도 그대로 저장되는 것이다. 그러니 생각이 많은 것도 좋지 않다.
6. 삭제 없는 하드디스크에는 담아야 할 것은?
좋은 것을 담아야 괴로움이 덜하다. 산모가 임신하면 좋은 것만 보고 좋은 생각을 하라고 권하듯이 그런 데이터를 입력시켜야 한다. 눈으로 보고, 귀로 듣고, 코로 냄새 맡고, 혀로 맛보고, 몸으로 느끼는 것들의 대상을 좋은 것으로 하는 것이다. 영화를 보더라도 폭력이나 공포물은 피하는 것이 좋다. 뉴스도 해로울 수 있다. 생각도 긍정적인 것으로 한다거나 가급적 좋은 것에 내 감각기관을 열어두는 게 좋을 것이다.
7. 세상에 좋은 것, 좋은 일만 겪고 살 수 있나?
맞다. 그래서 나온 말이 “첫 번째 화살은 맞을지언정 두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이다. 여기서 첫 번째 화살은 감각기관과 첫 번째 사고 작용을 통해 들어오는 어쩔 수 없는 것들이다. 두 번째 화살은 그 일을 두고두고 되새겨 정신작용을 일으키고 다시 저장고에 쌓아 담는 것이다. 상사에게 욕을 듣고 두고두고 곱씹는다면 두 번째, 세 번째 화살을 맞고 있는 것이다. “산은 산, 물은 물”이나 “그것은 다만 그것일 뿐”이라는 말과도 같다. 산은 산일뿐인데 좋은 산, 높은 산, 험한 산이라는 것은 의식 작용일 뿐이다.
여기서부터 중요한 것.
그래서 마음을 어떻게 다루어야 하는가이다. 마음을 건강하게 다루려면 현재에 집중하라는 것이다. 마음이 과거나 미래에 가 있다면 제대로 된 마음 다루는 법이 아니다. 그 연습 가운데 하나가 몸을 움직이거나 물건을 들고 놓을 때 소리 내지 않도록 의식하는 것이다. 이상은 전현수 박사의 강의를 듣고 내 나름의 해석을 붙인 내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