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구상의 가장 오래된 생명체는 무엇일까? 바이러스이다. 지구가 46억 년 전에 생겨났다고 하는데 바이러스는 38억 년 전에 생겨났다고 한다. 그동안 삼엽충이나 공룡처럼 한때 지구를 지배했던 생명체들은 생겨나고 멸망하기를 반복했지만 바이러스는 끝까지 살아남았다. 유전자를 남기는 것이 생명체의 목적이라 보면 바이러스는 그런 면에서 아주 성공한 생명체인 것이다.
조금 흥미로운 상상을 해본다. 만일 바이러스의 특성을 벤치마킹한다면 그것도 경쟁력이 되지 않을까 하는 것이다.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었던 경쟁력을 정리해 보았다. 여기에 개개인이 참고할 만한 벤치마킹 거리가 있는지 살펴보자.
1. 작고 단순한 구조
바이러스는 매우 작고 단순한 구조를 가지고 있다. 크기는 0.02~0.25 마이크로미터로, 세포보다 훨씬 작다. 이로 인해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침투하기 쉬웠다.
=> 작고 단순하다는 게 경쟁력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인간의 사회에서 가장 작은 단위는 개인이다. 개인은 힘이 없는 게 아니라 그 자체로 경쟁력이 될 수도 있겠다. 그러고 보니 역사적으로 보면 많은 국가나 기업, 가문의 명멸은 있었지만 개인이란 존재는 꾸준히 명맥을 이어오는 사회 단위이긴 하다. 1인 기업도 그런 면에서 경쟁력을 찾을 수 있을까?
2. 빠른 변이
바이러스는 매우 빠르게 변이한다.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은 DNA 또는 RNA로 이루어져 있는데, 이들은 매우 안정적이어서 오랜 시간 동안 변하지 않는다. 하지만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감염할 때마다 숙주 세포의 물질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전 물질을 복제한다. 이때 바이러스의 유전 물질은 약간의 변이를 일으킬 수 있는데, 이러한 변이가 바이러스의 생존에 도움이 될 수 있다.
=> 변이는 스스로를 바꾼다는 것이다. 하지만 DNA, RNA라는 핵심 역량은 가능한 유지하되 그것도 숙주의 상태에 따라 약간의 변이를 일으킨다. 자연계에서는 강한 놈이 살아남는 게 아니라 살아남은 놈이 강하다는 말이 있다. 그 핵심은 상황에 따라 스스로를 조금씩 바꾸어 가는 능력에 있을 것 같다.
3.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
바이러스는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가 존재하는 곳이라면 어디서든 생존할 수 있다. 바이러스는 공기 중, 물, 음식, 그리고 흙 등 다양한 환경에서 발견되고 있다.
=> 다양한 환경에서 생존할 수 있는 능력은 스스로의 변화와도 관련이 있다. 변화의 지향점은 생존이다. 한반도에 명멸했던 국가들은 많으나 주변 강대국에 흡수되지 않고 독자적인 문화와 정통성을 유지할 수 있었던 이유를 연구한 학자가 있었다. 그는 원인 중 하나로 국제정세를 잘 파악하여 주변 강대국에 맞서지 않는 사대주의를 들었다. 인정하긴 싫지만 부정할 수도 없는 사실 같다. 한 마디로 환경에 적응을 잘 해왔다는 것이다.
4. 숙주 세포에 감염하여 증식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에 감염하여 증식한다. 바이러스는 숙주 세포의 표면에 있는 수용체와 결합한 후, 숙주 세포 안으로 침투한다. 숙주 세포의 물질을 이용하여 자신의 유전 물질을 복제하고, 새로운 바이러스를 생성한다.
=> 바이러스의 이런 특성을 적은 비용으로 실리를 취하는 것이라고 본다. 바이러스가 숙주세포의 물질을 이용한다는 자체가 자신에게 없는 것을 어떤 식으로든 활용하는 것이다. 성장전략 가운데 남들 따라가는 패스트팔로우 전략이 있다. 후발 주자들이 성장의 기간을 단축하는데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다.
바이러스의 생존전략을 보며 인간을 본다. 과연 앞으로도 인간은 계속 지구상에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바이러스가 출현한지 38억 년 이후에도 지구를 지배했던 생명체는 많았다. 하지만 죄다 멸종되었다. 환경의 변화에 적응 못했기 때문이다. 과학기술 200년의 역사로 이제야 세상에 대한 지식이 조금 쌓였지만 그 지식으로 스스로를 파괴하는 데 사용하는 일이 잦으니 장담 못 할 일이다. 인간이 지구를 구한다는 말은 오만이다. 지구는 과거에도 그랬듯이 지구상의 생명체가 멸종해도 아무 일 없이 잘 버텨왔으니 인간이 없어도 강한 복원력을 나타낼 것이다. 정작 구해야 할 것은 우리 인간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