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익스피어가 중년에게 주는 9가지 조언
자신은 꼰대 아니라고 우기는 사람이 가장 꼰대처럼 사는지도 모른다. 작년에 은퇴를 하고서 10개월 정도 지내보니 사람이 자기 객관화를 한다는 게 쉬운 일이 아님을 알게 된다. 마침 ‘셰익스피어의 중년에게 주는 9가지 교훈’이라는 것을 접했는데 내 나이에 이런 자세로 살면 남은 생의 만족도가 클 것 같았다. 조언 하나하나에 나 스스로 평가해 본다.
1. 학생으로 계속 남아 있어라.
배움을 포기하는 순간 우리는 폭삭 늙기 시작한다.
=> 그렇지!
은퇴 후의 시간들을 정말 잘 보내고 있는데 그 중심에 배움과 글쓰기가 있다. 개인적으로는 직장 생활의 시련기에 접한 글쓰기가 은퇴 후 길게 오래갈 활동이 되었으니 감사한 일이다. 배움을 즐기는 걸 넘어 때로는 너무 과한가 싶을 때도 있다. 그래도 시험 같은 평가에 맞추기 위함이 아니라 스스로 좋아서 하는 배움은 스트레스가 없다. 나는 죽는 순간까지 학생으로 살아가자.
2. 과거를 자랑 마라.
옛날이야기밖에 가진 것이 없을 때, 당신은 처량해진다. 삶을 사는 지혜는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는 것이다.
=> 요즘 스스로 경계하고 있다. 주의하자.
하고 싶은 것을 마음껏 하고 누렸던 직장 생활이다 보니 이런저런 이야깃거리가 많다. 때로는 했던 이야기 또 하는 경우도 있어 내가 꼰대인가 싶을 때도 있다. 이제 과거는 잊고 지금 가지고 있는 것을 즐기고 누리기로 하자. 이야기도 현재 내가 하고 있는 것을 화제로 삼는 게 좋다. “너의 과거는 알겠다. 그래서, 지금 넌 뭘 하는데?”
3. 젊은 사람과 경쟁하지 마라.
대신 그들의 성장을 인정하고, 그들에게 용기를 주고 그들과 함께 즐겨라.
=> 경쟁할 생각도 없다. 나의 길을 갈 뿐
배움을 즐기다 보니 젊은 강사들을 만날 때가 있다. 젊음은 진취적인 에너지가 느껴져 함께 있는 것으로도 기분이 좋아진다. 나는 젊음 사람을 경쟁자로 여기기보다는 필요한 도움을 주고받는 동료로 여기고 있다. 그러려면 그들의 탁월한 부분을 인정하고 배우려는 자세가 필요하다.
4. 부탁받지 않은 충고는 굳이 하려고 하지 마라.
늙은이의 기우와 잔소리로 오해받는다.
=> 이건 새겨야겠다. 가끔 이런 경향이 있다.
각자는 각자의 삶이 있는데 좀 더 살았다고 조언한다는 건 무례한 짓이다. 어제 어머니의 잔소리를 듣다가 건성으로 “네, 네, 알겠습니다”라고 하니 한 마디 더 하신다. “다 너 잘 되라고 하는 이야기지.” 한편으론 내 어머니가 이렇게 잔소리가 많은 분이셨나 싶었다. 잔소리나 충고는 상대를 위한 게 아니라 말하는 자신을 위한 것이다.
5. 삶을 철학으로 대체하지 마라.
로미오가 한 말을 기억하라.
"철학이 줄리엣을 만들 수 없다면 그런 철학은 꺼져버려라"
=> 이 정도는 아닌 것 같다.
나의 하루는 꽤나 역동적이어서 관념으로 사는 것 같진 않다. 시작을 잘 하는 편이라 오히려 너무 많이 벌렸나 싶을 때도 있다. 하지만 그것도 할 수 있는 체력과 에너지가 있으니 가능한 것이라 여기기로 했다. ‘끌리면 시작하고 재미있으면 계속한다.’는 자세를 견지한다.
6. 아름다움을 발견하고 즐겨라.
약간의 심미적 추구를 게을리하지 마라.
그림과 음악을 사랑하고 책을 즐기고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는 것이 좋다.
=> 이것도 높은 점수를 주자.
최근 시작한 해파랑길도 그렇고 공연이나 갤러리도 비교적 자주 찾는 편이다. 예술이나 자연의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건 잔잔한 즐거움이다. 취향은 있다. 좀 밝고 경쾌한 것을 좋아하지 어둡고 칙칙한 것은 꺼린다. 아름다움을 즐기는 일은 주위를 의식하지 않게 가급적 혼자서 누리는 게 좋았다.
7. 늙어 가는 것을 불평하지 마라.
가엾어 보인다. 몇 번 들어주다 당신을 피하기 시작할 것이다.
=> 늙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철이 없는 건지 늙었다는 생각이 안 든다. 나이를 의식하지 않고 하고 싶으면 하는 주의라 이건 패스!
8. 젊은 사람들에게 세상을 다 넘겨주지 마라.
그들에게 다 주는 순간 천덕꾸러기가 될 것이다.
두 딸에게 배신당한 리어 왕처럼 춥고 배고픈 노년을 보내며 죽게 될 것이다.
=> 동의하고 따르고 있다.
나는 성인이 된 아이들의 인생에 개입할 생각이 없다. 지지하고 응원하지만 엄연히 각자의 삶이고 자기 삶은 스스로 책임져야 한다고 여긴다. 냉정한 것 같지만 그게 부모 자식 간의 사이가 틀어지지 않는 방법이다. 남의 인생은 함부로 개입하는 게 아니다.
9. 죽음에 대해 자주 말하지 마라.
죽음보다 확실한 것은 없다. 인류의 역사상 어떤 예외도 없었다. 확실히 오는 것을 일부러 맞으러 갈 필요는 없다. 그때까지는 삶을 탐닉하라. 우리는 살기 위해 여기에 왔노라.
=> 죽음을 직시하니 삶이 보였다.
나 스스로 7초 안에 벌어진 자동차 전복사고를 겪고, 두 차례 수술대에 누워보니 자연히 죽음이라는 화두를 생각하게 되었다. 그게 붓다의 가르침에 입문하게 된 계기였다. 큰 경험이었고 감사히 여기고 있다. 이제 죽음에 대해서는 사는 날까지 재미있고 의미 있게 살다가 죽을 때는 미련 없이 죽자는 마음이다.
정말 이 조언을 셰익스피어가 했는지는 모르겠다. 은퇴 후의 삶을 살고 있는 나에게 적절한 조언이라 여겨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