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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Oct 26. 2023

이기적 욕망의 인간

웬만큼 큰 조직에서는 KPI라는 것이 있다. Key Performance Indicator의 약자로 우리말로 번역하면 ‘핵심성과지표’이다. 주로 회사의 경영진을 평가할 때 경영성과로 사용하지만 조직 내에서는 구성원들을 평가하는 지표이기도 하다. 이를테면 수익을 얼마나 내었는가, 매출은 얼마나 성장시켰는가 등을 숫자로 나타내는 지표이다.


어제 출장길에 모 지점장이 월초 제주도 워크샵에서 대표께서 FC조직의 판매 자회사 설립에 대해 언급하셨다며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현직에 있을 때 처음 그 안을 제시했던 나의 의견을 물어왔다. 오래된 일이다. 보수적인 조직의 특성상 공격적인 보험영업에는 맞지 않고 내부적으로 사업가형 지점장이 많았던 상황에서 최선의 선택이라 보고 경영진에 건의드렸던 내용이다. 당시에는 조직 규모도 상당해서 나름 경쟁력이 있었다. 결과는 불수용이었다. 그때 느낀 문제점이 경영진의 KPI였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경영진의 이미지와 달리 그들도 하나의 인간이다. 자신의 자리 보존이 중요하고 더 많은 성과 보상이 필요한 사람들이다. 만일 내가 조직의 CEO로 부임했다 치자. 임기는 2년인데 주주가 평가하는 KPI 중에 가장 큰 비중이 수익이라면 나는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그 달성 수준에 따라 나의 퇴직금 규모가 억 단위로 달라지는데 성공 여부가 불확실하고 당장 수익도 안 나는 사업에 눈을 돌리진 않을 것이다. 그런 새로운 시도는 최소 5-6년이 지나야 성패가 결정되는 법이다. 아무리 괜찮은 사업이라도 지금 내가 하기엔 내키지 않는 일이다. 그리고 경영진이 참여한 행사의 소위 한 말씀은 그의 의견이라기보다는 실무부서의 의견을 전달하는 경우가 많다. 보통 그런 행사 전에는 대표의 입을 통해 전달할 내용을 미리 제출하라는 요청이 해당 부서에 내려온다. 그렇지 않으면 아무리 대표라 해도 그 많은 회사의 일들을 어쩜 그리 속속들이 알 것인가.

지점장의 물음에 나의 답은 약간 시니컬했다. 내부 속 사정을 아는 까닭이다. 될지도 불분명하고 설령 된다 해도 이제는 큰 의미가 없을 것 같다고 했다. 시기를 놓친 탓이다. 회사의 설계사 조직이 너무 줄어들어 괜한 비용만 쓸 수도 있다. 내가 보기엔 전국의 지점장들 앞에서 대표의 체면도 있으니 부서가 써준 내용을 읽은 수준이 아니었을까 싶다. 비록 안 되더라도 안 된 이유를 내세우기란 너무도 쉬운 일이니까. 보통 의지가 아니면 하기 힘든 일이다.


사회생활을 통해 경험적 지혜를 얻은 탓인지 드러난 사건의 속 사정이 언듯언듯 보일 때가 있다. 그 핵심에는 항상 인간의 이기심과 욕망이 따라붙는다. 그래서인지 사람의 말을 약간 비틀어 듣게 된다. ‘과연 그럴까?’, ‘저 사람은 왜 저런 말을 하는 거지?’, ‘저것이 실현되면 자신에게는 어떤 이익이 돌아갈까?’ 등이다. 상대가 아무리 높은 지위에 있더라도 외양의 거품을 걷어내고 개인의 이기심과 욕망의 필터링을 통해 상대의 말이나 행동을 살피면 그 사람의 속마음을 보게 된다. 보편적인 인간들은 다 비슷한 것을 욕망하고 이기심을 내기 때문이다. 사람의 겉모습에 속지 말아야 한다.


아들의 50억 퇴직금이 뇌물이냐 아니냐로 곽상도 의원이 1심에서는 무죄로 판결 났다. 뇌물이 아니라는 것이다. 그리고 다시 항소심이 진행되나 보다. 우스운 일이다. 사람의 마음은 그리 믿을 게 못된다. 특히 높은 자리에 있다거나 많은 돈을 벌었다는 것은 그만큼 욕망과 이기심이 강하다는 반증이다. 이 세상은 타인을 믿고 살기에는 너무도 험난하다. 그러니 나는 나를 믿고 살아야 한다.


그 지점장에겐 회사의 미래는 그 사람들에게 맡기고 지점장님은 지점만 생각하시라고 했다. 그리고 노동자에게 중요한 것은 통장에 돈이 제대로 들어오는 가이지 경영을 잘하고 못하고는 노동자의 일이 아니라고 말이다. 경영의 입장에서 노동자는 비용의 한 요소일 뿐 회사의 주인이 아니다. 또한 노동자가 일을 하는 이유는 스스로를 위함이지 회사를 위함이 아니다. 직장인의 노동은 돈을 버는 게 가장 큰 목적이고 일을 통해 개인의 경험과 성장치를 올리는 것은 부차적인 것이다. 결국 노동자도 이기적인 욕망을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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