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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17. 2021

066. 단단한 마음의 근육

소설가 김훈은 인터뷰 중에 이런 말을 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작당해서 나를 욕할 때도 나는 이렇게 생각했어요. '네 놈들이 나를 욕한다고 해서 내가 훼손되는 게 아니고, 니들이 나를 칭찬한다고 해서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거다. 그러니까 니들 마음대로 해봐라. 니들에 의해서 훼손되거나, 거룩해지는 일 없이 나는 나의 삶을 살겠다.”

혼자 사는 세상이 아니다 보니 우리는 이런저런 관계로 엮이면서 지내게 된다. 그런 중에 사람들로부터 차별이나 왕따와 같은 심리적 학대를 겪기도 한다. 어쩐지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소리가 들리는 것도 같아 억울한 마음도 든다. 그렇다고 뒤에서 욕하는 사람들을 일일이 찾아가 해명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아니 애당초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에서 가장 쉬운 것이 남을 소재로 삼아 뒷담화하는 일 아니겠는가. 그들은 한 상대가 무너지고 나면 이번에는 다른 대상을 찾아 또다시 수군거림을 이어갈 것이다. 그래서 차별성이 두드러지거나 대중에게 더 많이 노출될수록 상처를 더 입게 되는 것 같다.

마음의 근육이 단단하다는 것은 이처럼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주변의 소리에 흔들리지 않고 자신의 길을 뚜벅이처럼 가는 사람을 두고 하는 말일 것이다. 그들이 수군거림을 멈추면 좋겠지만 그것은 나의 몫이 아니다. 다른 사람을 내가 원하는 대로 하겠다는 자체가 망상이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들은 그들대로 두고 나는 나의 길을 갈 수밖에. 김훈의 말처럼 그들이 나를 욕한다고 내가 훼손되는 것도 아니고, 칭찬한다고 내가 거룩해지는 것도 아닐 테니까.

가끔 대중의 악플에 시달리다 극단적 선택을 하는 연예인들을 보게 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그 원인을 생각해 보면 악플이 1차적인 원인이겠지만 그것을 받아들이는 자신의 마음이 좀 더 직접적인 원인인 것 같다. 보통의 사람들은 칭찬과 비난을 동시에 듣게 되면 비난이 더 오래 기억에 남아 있다. 왜 그럴까. 심리학에서 말하는 ‘손실회피 편향’이 남들이 나를 두고 수군거리는 말에서도 그대로 적용되기 때문일 거다. ‘손실회피 편향’ 이란 얻은 것의 가치보다 잃어버린 것의 가치를 더 크게 평가하는 것을 말한다. 실험에 따르면 2배까지 차이 난다고도 하니 칭찬 2개와 비난 1개가 맞먹는다는 말이기도 하겠다.

매슬로는 자존감을 내적 자존감과 외적 자존감으로 나누었다. 내적 자존감이 나에 대한 긍정적 신념이라면 외적 자존감은 나에 대해 타인이 갖는 신념이라고 했다. 내적 자존감은 나의 영역이지만 외적 자존감은 다른 사람들이 나를 두고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이니 도리가 없어 보이기도 하다. 현실적인 방법은 내가 어쩔 수 없는 외적 자존감의 비중을 줄이고 내적 자존감의 비중을 늘리는 수밖에 없을 것 같다.

작은 나의 경험이지만 자존감 회복에 도움이 되는 일들이 있긴 하다. 지금까지 생활하던 세계에서 벗어난 색다른 경험을 해보는 거였다. 생소한 분야의 사람들을 만나기도 하고 이전에는 생각도 못한 새로운 작업들을 하다 보면 그동안 나에게 전부로 여겨졌던 그 세계도 세상의 작은 일부에 불과하다는 느낌이 들면서 한 발짝 떨어져서 보인다. 또 하나는 누구든 나에게 권력을 행사하지 못하게 하는 방법도 있다. 권력이란 내가 원하는 것을 상대가 가졌을 때 발생한다고 했다. 이렇게 보면 권력은 내가 누군가에게 주는 것이다. ‘나를 좋게 봐줘’라고 원하는 마음을 사람들에게 내면 그들은 나에게 권력을 행사하는 위치에 서게 되지만 그런 기대가 애당초 없다면 사람들의 말은 나에게 별다른 영향을 못준다. 그냥 그렇게 나는 나의 길을 가는 것이다. 심리학자 유은정은 자존감에 대해 이렇게 썼다.

“자존감은 결국 자신에게 유리한 것을 취사선택해 나가는 힘이다. 좋은 선택을 많이 할수록 그 삶은 더욱 건강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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