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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24. 2021

073. 집에서 정장 입는 사람

드레스코드라는 단어를 우리말로 어떻게 번역해야 할까. ‘격식에 맞는  입기’라고 하면 적당하지 않을까 한다. 이처럼 옷은 그날 자신이 가야  장소나 해야  일의 종류에 따라 달리 입어야 한다. 예식장을 가면서 편한 츄리닝 바람으로 가는 사람은  이상한 사람 대우를 받을 것이다. 그런데 재미난  자신이 입은 옷이  사람의 태도에도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오래된 이야기지만 영어토론에 모임에 가입하여 활동한 적이 있었다. 그때 만난  젊은 판사가 있었는데 그는 청바지에 티셔츠를 입고  모임에 나타났었다. 토요일 아침 밝게 웃으며 토론에 참여하는 모습을 보니 업무상 소송으로 법정에서 보던 법복 입은 판사들의 이미지와 너무도 달라 신선했던 기억이 있다.

인간의 복잡한 감정을 어찌 희로애락이라는  글자로 나타낼  있을까 마는 그래도  카테고리에서 보면 웬만한 감정의 범주를 포함한  같다. 사람의 감정은 주로 얼굴에 나타난다. 슬픈 감정이면 슬픈 얼굴로 나타나고 기쁜 감정이면 기쁜 얼굴로 나타나는 법이다. 생겨난 감정이 먼저이고 그로 인한 표정이 뒤를 따른다. 처음에는 그렇다. 그런데 그다음은  달리 전개되는데 슬픈 감정이 올라와 표정이나 태도가 슬퍼지면 이번에는  표정이나 태도 때문에 슬픔이 더욱 깊어진다. 서로 되먹임 현상이 일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어느 순간  연결고리를  끊어버리면 슬픔도 더 이상 깊어지지 않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추스를 때 표정이나 언어가 그래서 중요하다. 붓다가 말씀하신 ‘ 번째 화살은 맞더라도  번째 화살은 맞지 말라’는 것은 현대 심리학에서도 정확한 조언인 것이다.  

요즘은 코로나로 재택근무를  때가 많은데 사실 집에서는 회사일을 하기가 쉽지 않다. 그래서 재택근무라 하면 일한다는 마음보다 쉰다는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이다. 다른 이유보다 집은 쉬는 곳이라는 관념이 자리 잡고 있기 때문일 거다. 이럴 경우 효과적인 방법이 있긴 하다. 집안에서 옷을 출근복장으로 갈아 입고 일을 대하는 것이다. 마음이 달라진다. 해이해진 마음이  하나 바꿔 입었을 뿐인데 긴장 모드로 전환되는 스위치가 되는 것이다. 휴일이라고 너무 풀어져 지내면 다음날 맞을 월요일이  힘든  같았다.  때도 최소한의 마지노선을 정하고 쉬는 것도  방법이다. 평일에 6시에 일어난다고 하면 휴일에는 늦어도 7 이전에는 일어난다거나 평상시와 다름없이 면도와 샤워를 마치고 식사도 정해진 시간에 한다는 식이다. 그러지 않고  없이 늘어져 자다가 식사도 거르고 면도도 하지 않는 등의 하루를 보내고 나면 휴일의 후유증이 월요일까지 이어지는  같았다. 휴식도 적당한 절제가 필요한  같다.

박근혜 대통령 시절 김기춘 비서실장에게는 이런 일화가 있었다. 6 공화국 시절 법무부 장관에서 물러나 야인이 되었을  그는 매일 2 서재로 출근을 했다 한다. 그런데 그때의 옷차림이 정장이었다는 것이다. 집에서 정장을 입었다는 말이다. 처음  말을 들었을  정말 특이한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달리 생각해 보니 그만한 이유가 있었던 것이다. 비록 결말은 불행이었지만 그처럼 철저한 자기 관리가 오랜 세월 동안 권력의 요직에 있게  힘이었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마음을 밝게 하고 싶으면 밝은 표정을 짓고 밝은 색채의 옷을 입어 보자. 알아차릴  있다면 관리할 수도 있는 것이 마음이고 감정인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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