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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장용범 Jan 23. 2021

072. 일상을 생각하다

나에게 일상이란 무엇일까. 아침에 일어나  챙겨먹고 출근하는 . 그곳에서 동료들과 일하며 수다떨기도 하고 어울려 점심먹고 커피   마시는 . 그리고 가끔 저녁 술자리는 있지만 보통은 퇴근할  편의점에 들르고 가족들과 저녁먹고 TV 보다 잠드는 . 코로나의 상황이 닥치기  나의 일상은 대개 그런 모습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언제부터 나의 일상이었을까? 너무나 익숙했기에 오래전부터 그랬던  같지만 생각해 보면 그런 것도 아니었다.

서울에 혼자 올라와 생활할  나의 일상은 일찍 헬스장에 가서 운동하고 식당에서  챙겨 먹고 출근하는 일상이었다. 퇴근 길에는 맡겨둔 와이셔츠를 찾기 위해 세탁소가 문닫기 전에 가야 했고, 금요일 퇴근길에는 서울역에서 KTX 타고는 집으로 내려 갔다군대에서의 일상은  어떠했던가. 기상 나팔 소리에 일어나 정해진 시간에 밥을 먹고 규칙대로 움직여야 했다.  시절엔 가능하면 단순한 생각이 좋았는데 머리가 복잡하면 몸은 군대에 있어야 하는데 마음만 심난했기 때문이었다.

이렇듯 일상이라는 것은 처음부터 정해졌던 것이 아니었다.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는 다른 일상을 만들어야 했고 그렇게 반복하다 보면 어느덧 익숙해진 새로운 일상으로 자리 잡았다. 지금의 코로나 일상도 마찬가지이다. 지난 1년간 마스크 챙기기와 거리두기를 지켜야 했고 여행도 자유롭지 못한 상황이 어느덧 일상이 되었다. 아침에 문앞의 택배 박스를 챙기야 하고 하루종일 가족들과 지내는 시간이 많다보니 깔깔거리기도 하지만 딸과 아내의 불협화음도 듣고 지낸다. 이제는 그것이 나의 새로운 일상이 되었다.

일상으로 돌아가야 한다는 말들을 하지만 어느정도 마음을 내려 두는게 좋아 보인다. 지금은 이게 일상이니까. 엊그제 군대에 입대했는데 어서 군생활을 끝내고 대학 캠퍼스로 돌아가야 한다는 생각만 있는 군인은 현실의 군생활이 괴로울  밖에 없다. 지금은 그냥 받아들여야 한다. 그래야 마음이 편하다. 그렇다고 포기해야 한다는 말이 아니다. 근거없는 희망을 가지지 말고 현실을 수용하라는 의미이다. 조심하긴 하되 코로나에 걸리면 치료를 받는 거다.  외에 무엇을   있을까. 그렇다고 내가 백신이나 치료제 만드는 일을 하는 것도 아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다른 어느 나라보다 그럭저럭 생활은 이어지고 있다. 그것이 발전된 온라인 환경 때문이든 일사불란한 국민성 때문이든 미국처럼 음식상자 받으려고 줄을 끝없이 서고 있지도 않고 일본처럼 국민보다는 정치인이나 행정관료 위주로 정책이 진행되는  같지도 않다. 세련된 맛은 떨어지지만 적어도 국민들 눈치는 보는 정부이다.  

일상은 반복되기에 일상이라 부른다. 과거에 어떤 반복된 생활 패턴이 있었다면 그것이 코로나든 전쟁이든 어떤 계기로 변화가 생겼고 이제 그것이 반복되고 있다. 이전 생활이 정상적인 일상이었고 지금은 일상이 아니라는 마음이 강하면 현실을 수용 못하는 자기학대로 이어질  있다. 세상에는 내가   있는 것도 있고 어쩔  없는 것도 있다. 이것은 어떤 정치인의 의지나 구호로 극복할  있는 일이 아니다. 이번에 영국에서 변종코로나가 생겨나 주변국가들이 영국으로부터 들어오는 모든 교통편을 막았다고 한다. 하루 아침에 나라 전체가 고립된 상황이 되었다. 앞으로 2, 3 이런 상황이  온다는 보장이 있는가. 근거없는 희망은 현실의 삶을 갉아 먹는다.          

일상을 보는 관점을 바꿔야  때이다. 우리는 지금 과거와 다른 일상을 살고 있고 그것을 당연하게 받아들여야  때이다. 작년 이맘  정은경 질병관리본부장의 코로나 초창기에 했던 말이 떠오른다. “지금부터 코로나 이전의 일상은 잊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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