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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호 Mar 29. 2020

슬기로운 간식 생활

인턴이 먹는 간식

한 과의 레지던트 전체가 소속된 부서를 ‘의국’이라 한다(내과 의국, 외과 의국 등). 인턴의 경우, 인턴 전체가 하나의 의국을 이룬다. 각 의국에는 의국장(인턴의 경우 인턴장)이 있으며, 의국장의 주요 업무는 병원에서 지급되는 의국비로 간식을 주문하고, 회식을 진행하는 것이다. 우리 병원 인턴 의국의 경우에는 매월 1인당 7만 원의 의국비가 지급된다(레지던트는 1인당 15만 원). 여러 용도로 쓸 수 있는 돈이지만 굉장히 빠듯하기 때문에 오로지 식비로만 사용하게 된다. 인턴장으로서 1년 동안 열심히 주문한 간식들을 나열해 본다.


#컵라면+햇반+김치+음료수: 절대 없으면 안 되는 필수 메뉴. 주로 바쁠 때 뚝딱해서 점심으로 많이들 먹는다. 개별 제품으로 소비될 때도 많다. 김치는 한 100g씩 포장되어 한 끼 식사용으로 나온 제품이 용이했고, 컵라면은 종류를 다양하게 시켜줘야 컴플레인이 없다. 음료수는 처음에 캔으로 주문했는데, 바쁘다 보니 한 입 먹고 그냥 두고 나가는 친구들이 많아서 페트병+종이컵 조합으로 바꾸었다.  

 

#시리얼+우유: 아침 한정 스테디셀러. 아침 6~7시에 출근 또는 퇴근 시 꼭 한 사발 말아먹고 가는 인턴들이 많았다. 이것도 떨어지면 난리 난다. 나는 별로 안 좋아했다.


#과자: 과자는 초반에는 골고루 시켰는데, 갈수록 옛날 과자 위주로 시키게 됐다. 베스트셀러는 엄마손, 짱구, 쌀로별, 홈런볼 등으로, 인턴 평균 연령이 꽤 높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계절 별미: 여름에는 아이스크림, 겨울에는 찐빵을 주문했는데 호응이 상당히 좋았다. 아이스크림은 평범하게 골고루 시키다가 ‘엑설런트’라는 작은 조각이 포장지에 담겨 있는 아주 역사 깊은 제품을 시켜봤는데, 나이 많은 형누나들이 보고는 다 같이 추억여행을 떠나더라. 찐빵은 호응이 너무 좋아서 잔뜩 시켰는데, 2주 차부터 의외로 인기가 떨어졌다. 유통기한을 보니 일주일밖에 안되어서 대부분 버리고 이후로 조금씩 주문했다.

#헛개차, 비타 500, 꿀물: 인턴들의 건강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될까 하여 간간히 섞어서 시켰다. 그렇게 인기가 좋지는 않았지만, 제품마다 마니아 층이 있었다.


#냉동 핫도그+케첩, 머스터드: 인턴 최애 간식 1호이다. 하나 쓱 까서 전자레인지에 1분 돌리고 취향 따라 소스 뿌려먹으면 출출할 때 딱이다. 자매품 치즈 핫도그도 인기가 상당했다.


# 비피더스(유산균 요구르트): 인턴 최애 간식 2호이다. 처음에는 나의 변비 치료를 위해 슬쩍 주문했는데, 다른 인턴들 역시 워낙 바쁘다 보니 급한 일을 참는 경우가 많은 것을 간과했었다. 30개 정도 주문했는데, 도착한 날 요구르트가 동났다. 그리고 다들 시원한 표정으로 인턴장 센스가 참 좋다고 칭찬해 주었다. 그 뒤로는 빼놓지 않고 시키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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