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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시호 May 26. 2020

마스크, 일단 쓰고 보자

코로나19 확산 초기부터 현재까지 가장 많이 언급된 아이템은 무엇일까? 개인적으로 '마스크'라고 생각한다. 코로나19의 역사는 마스크의 역사라 불러도 무방하다. 확산 초기에는 '쓰냐 마냐', '쓴다면 어떤 것을 써야 하나'의 문제가 있었다. 한창 확산이 진행될 때는 마스크 공급 대란이 생겼고, 대응책으로 공적 마스크가 탄생했다. 생활 방역으로 전환한 현재는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을 의무화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과거 마스크는 호흡기 질환 환자 또는 추위, 미세 먼지 등 환경 요인에 의해서만 수요가 발생했다. 코로나19 이후로는 타인과 접촉하는 사람이라면 모두 마스크를 필요로 하게 되었고, 마스크는 몇 달 만에 전 국민이 매일 사용하는 생활 필수 용품이 되었다. 마스크가 뉴 노말이 되어버린 현재, 타인의 가려지지 않은 코와 입을 보는 것이 어색해졌고, 부직포를 통과하여 나오는 답답한 목소리에는 익숙해졌다. 우리는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할까?


먼저 의료진이 마스크를 언제 쓰는지 살펴보자. 결핵에 걸린 환자는 병실에 격리되는데, 의료진은 그 병실에 들어가기 전에 마스크를 쓴다. 마스크는 균이나 바이러스가 호흡기를 통해 몸에 들어오지 못하게 막는 효과를 가지고 있다. 다른 경우를 보면, 수술에 참여하는 모든 의료진은 아프지 않음에도 마스크를 쓴다. 본인의 코나 입에서 나오는 분비물이 환자에게 영향을 주는 것을 막기 위함이다. 마스크는 나도 모르는 나의 병이 타인에게 가지 못하게 막는 효과 역시 가지고 있다. 의료진의 마스크 사용을 보면, 지금같이 언제든 감염이 생길 수 있는 상황에서는 비감염자와 감염자 모두 마스크를 착용하는 게 맞다.


현재 마스크 착용을 강조하는 이유는 코로나19 무증상 감염자 때문이다. 코로나19가 전국적인 감시에도 불구하고 감염자가 나오고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무증상 감염자는 증상이 없으니 마스크를 쓰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마스크를 안 쓴 채로 학교도 가고, 회사도 나가고, 밤에 친구들과 놀 수도 있다. 바이러스를 열심히 퍼뜨리고 주변 사람이 확진되면 비로소 본인이 범인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 것이다. 반대로 2주에서 3주 정도 마스크를 잘 쓰고 다녔다면? 그 누구도 아프지 않고 넘어갈 수 있을지도 모른다. 다른 가능성으로 감염자가 만난 모든 비감염자가 마스크를 착용했다면? 마찬가지로 결과는 좋을 수 있다.


우리가 언제까지 마스크를 써야 하냐는 질문으로 돌아가면, 답은 알 수 없다. 확실한 것은 더 많은 사람이 마스크를 쓸수록 그 기간이 더 짧아질 거라는 것이다. 전 국민이 한 명도 빠짐없이 4주 동안 마스크를 완벽하게 쓴다면 4주 뒤에 한국의 코로나19는 종식될 수도 있다. 강력하지만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방법이므로, 대중교통 이용 시 마스크 착용 의무화부터 시작하는 것이다. 


이 정책은 감염 경로가 불분명한 '깜깜이' 확진자 비율이 증가하고 있는 최근 상황에 대항하는 정책이다. 깜깜이 확진자는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고 대중교통을 이용하다가,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무증상 감염자에게 감염됐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는 것이다. 많은 사람이 이용하는 대중교통에서의 감염은 역학 조사로 감염 경로를 찾는 것이 사실상 불가능하다. 차라리 대중교통 이용자 모두에게 마스크를 강제하는 것이 바이러스 확산을 막는 좋은 방법이 될 수 있다. 이미 마스크를 착용한 이용자 비율이 매우 높아서 크게 부담되는 정책도 아니다.


올해 여름은 평년보다 더울 것이라 한다. 무더운 날씨는 마스크 착용에 강력한 걸림돌이다. 가장 얇은 마스크를 쓴다 해도, 마스크를 쓴 채로 더위를 참아내기란 쉽지 않을 것이다. 마스크의 핵심 기능인 '차단'을 유지하면서 '통풍'이 되는 마스크는 불가능하다. 강제하지 않으면 마스크를 쓰지 않는 사람이 더 많아질 것이고, 마스크를 써야 하는 기간은 더 길어질 것이다. 지금 우리는 한여름이 오기 전에 코로나19를 정리하느냐, 마스크와 함께 지옥의 여름을 보내느냐의 기로에 서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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