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9. 국화빵 노부부

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무언가 생각해보기

by 제인더베스트

'겨울'하면 생각나는 음식들이 있다.

붕어빵, 어묵, 떡볶이, 계란빵 등등...

하지만, 나는 국화빵을 가끔씩 떠올리곤 한다.

풀빵이라고도 하는 국화빵.


초등학생 시절,

내가 다니던 학원 건물 바로 옆에서 국화빵을 파는 노부부가 계셨다. 항상 귀를 덮는 털모자를 쓰고, 목도리를 하고 하나하나 느린 속도로 국화빵을 굽던 아주머니와 아저씨. 빌딩 옆 조그마한 공간에서 나란히 서서 국화빵을 구우시는데 그 모습이 얼마 전부터 문득 떠올랐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지 그때가 더 생각났나 보다.


지금 기억으로는 8개 2000원이었던 국화빵. 사실 나는 팥 들어간 빵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 이 국화빵은 왠지 계속 먹게 되었다. 평범하지만 평범하지 않았던 맛. 정이 들어가서 그런 걸까.

학원을 매일 가다 보니까 1주일에 3번 정도는 국화빵을 사 먹었는데, 그래서 아주머니 아저씨가 꼬마 애들이 귀여워서 그랬는지 가끔 몇 개씩 더 담아주시기도 했다.

사실, 아주머니와 아저씨가 친근한 느낌은 아니었다. 항상 말없이 빵만 구우시고, 많이 웃지도 않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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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도 그때의 그분들이 따뜻하게 느껴진다. 하루도 빼놓지 않고 매일을 나와서 장사하시고, 언제나 같은 자세로, 같은 모습으로 변함이 없으셨다. 내가 어른이 되어보니, 항상 같은 모습을 유지하며 한결같은 사람이 된다는 건 힘든 일이라는 것을 알게 돼서 그런가. 그분들이 새삼 멋있게 느껴졌다.


지금은 국화빵 파는 곳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 특히, 내가 사는 동네는 붕어빵 파는 곳도 겨우 한 곳 찾아야 있다. 그래서 추운 날이면 붕어빵을 양 손 가득 사서 가족들과 나눠먹으면서 겨울을 보내고 있는데, 가끔 그곳의 그분들이 만들어주는 국화빵이 그립다. 나의 초등학생 시절 내내 함께했던 그 국화빵, 그리고 노부부.


청솔학원 옆 국화빵 아주머니, 아저씨 잘 지내시나요....?

학원을 그만 다니게 되고서는 그곳을 가볼 일이 없었는데, 얼마 전 우연히 그 동네를 지나갔을 때 국화빵을 팔던 그 자리는 비어있었다. 시간이 꽤 흘렀기에 당연하다고 생각이 드는 반면, 괜스레 아쉬웠다. 그 당시에도 나이가 지극하셨기 때문에 지금도 국화빵을 팔고 계시진 않을 거라고 생각은 했지만, 정말로 그 자리가 비어 있는 걸 봤을 땐 그냥 무언가 허전했다.


시간이 지나면서 과거의 것들이 하나하나 그리워지기 시작했다. 지금 더 좋은 환경에서 살고 있지만, 그래도 그때의 그 순간에 내가 경험한 모든 것들은 이 좋은 기술, 환경과는 절대 바꿀 수 없다. 그만큼 소중하다. 그렇기에 국화빵 할머니, 할아버지가 꼭 지금도 잘 지내시길 바란다. 그분들은 날 기억 못 하겠지만...

그래도 내 과거에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 주신 분들이기에. 가끔 이렇게 생각하며 그리워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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