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아침 6시에 일어나 무언가 생각해보기
우리 집엔 수건이 많다. 정말 너무 많아서 항상 빨래를 하면 수건이 반 이상을 차지한다.
돌잔치에서 받고, 개업식에서 받고, 어떤 할머니의 칠순잔치, 팔순잔치 등등 이곳저곳에서 받은 수건들.
생활에서 필요한 물건이라 선물하는 사람과 받는 사람 모두 만족할 만한 물건이다.
어제 화장실에서 손을 씻고 수건에 닦으면서 수건에 적힌 메시지를 봤다.
"OOO 아기의 첫 돌을 축하합니다"
평소엔 그냥 지나치는 이 문장이 어제 괜히 눈에 띄었다.
그리고는 생각했다.
'이 아기는 지금쯤 많이 컸겠지?', '잘 지내려나?' 괜히 안부가 궁금해지기 시작했다.
외국에 있을 때는 항상 마트에 파는 수건 세트를 사서 썼던지라 수건에 메시지가 적혀있는 걸 본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한국에서는 수건에 문구를 넣어 선물하는 경우가 참 많다.
좋은 생각이다.
수건에 기념할 만한 것, 축하할 만한 것 등 짧은 문구와 날짜를 새겨 선물한다는 것. 다른 사람은 뭐라고 적히든 신경 쓰지 않고 그냥 수건의 기능으로 잘 쓰고 있겠지만, 나는 수건을 쓸 때마다 한 번씩 문구에 눈길이 가곤 했다.
그 문구 덕분에 기억도 안나는 누군가가 떠오르기도 하고, 과거에 선물을 받았던 상황을 생각해 보기도 하고, 누군가를 그리워하며 잠깐이나마 추억할 수 있기도 하다. 외할머니의 팔순을 기념해 수건을 만든 적이 있는데, 그 수건을 보면서 돌아가신 외할머니가 제일 그립다. 이렇게 수건에 적힌 짧은 문장을 내가 오래 생각해 볼 거라고는 상상도 못 했지만 ㅋㅋㅋㅋㅋ 문득 문구를 새겨 선물을 한다는 것이 누가 생각해 낸 아이디어인지 칭찬해 주고 싶다. 덕분에 어떤 사람을 추억할 수 있는 좋은 시간이 되었습니다.
요즘은 워낙 개성 있는 선물들이 많이 생겨나는 추세라, 수건에 기념 문구 대신 센스 있고 재치 있는 문구를 새긴 경우도 많다. 응원 문구, 그림, 하고 싶은 말 등 과거에는 단조로웠던 메시지에 에너지가 더해졌다.
이렇게 누군가에게 마음을 전할 때, 실생활에서 꼭 필요한 물건에 마음을 담은 한 마디를 새겨 선물한다는 것은 그 어떤 값비싼 선물보다 실용적이고, 오래 기억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가 일상생활에서 수건을 쓸 때마다 보게 되는 이 메시지는 그냥 지나칠 수도 있지만, 그래도 새겨져 있는 문구에 한 번씩 눈이 갈 때가 있다.
또, 이 문구 덕분에 마음이 몽글몽글해 지거나 오히려 힘을 얻을 수도 있다.
사실 예전에는 별 관심 없던 사소한 것들이 이제는 더 눈에 띄고 마음에 담게 된다.
누군가의 존재를 궁금해하고, 그 사람을 그리워해 보고 또 그때를 추억해 보는 시간을 가져보며 바쁜 하루에 잠시나마 생각하며 쉬어가는 것도 필요하지 않을까.
괜히 수건 쓰다가 이런저런 생각이 들었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