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보통의 나
감히, 가난을 꿈꿨다.
춥고 배고파 움츠리는 중에도 부끄러움 없이 오롯이 빛나는 지성, 사유, 고결한 인품 같은 것.
부자도 아니면서, 내가 가진 것들 때문에 내적 아름다움의 빛이 바랜다는 생각을 했다.
생각의 결을 과시하려고 고안한 욕망이 고작 손에 쥔 것의 초라함을 꾀하는 것이었다니.
그렇게 자신이 없었다, 내가 보고 느끼고 만들어 낸 것에.
불안한 사랑을 꿈꿨다.
나도 그도, 가진 것 없는 둘이 만나 불꽃처럼 검은 밤을 수놓는 사랑을.
가진 것 없음으로 더욱, 다만 서로의 본질을 알아보고 선택했음이 증명되길 바랐다.
그렇게 자신이 없었다. 그 사람이 그리운 내 마음에, 나를 욕망하는 그의 마음에.
그 시절, 책에서 만난 사람들.
가난함 속에서 새롭게 생각하고, 다르게 보고, 꼿꼿이 살다 간 사람은 아름다웠다.
가진 것을 버리고 신념을 지켜간 사람은 빛났다.
욕망 속에서 서로를 포기하지 못하고 마침내 자살로, 병구완을 향해 치닫던 눈 먼 사랑만이 진짜였다.
나는 변했다. 변해가는 나를 남 보듯 응시하던 때를 지나, 이제 나는 내 것이 되었다.
가난을 꾀하지 않고 아무것도 버리지 않고, 나와 주변을 소중히 아끼며, 자아를 지키고 키우며 오랫동안 살아가는 사람.
나는 이제 아름답지도 빛나지도 않는 그 사람이 되고 싶다.
그런 내 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다 웃어주는 당신을 감사함으로 돌보고 싶다.
우리가 그런 미지근하고 오랜 사랑이었으면, 그것이 지금 손에 쥐고도 아쉽고 그리운 나의 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