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량 생산 포르투갈 올리브 오일

포르투갈 시골 일기 41 - 음식, 올리브 오일

by 마싸

알비토Alvito는 포르투갈 남동부 알란테주 지역에 있는 인구 2천 명의 작은 마을이다. 이 지역은 인구밀도가 낮고 농축산업과 와인 생산이 활발한 곳이다. 차로 달리다 보면, 인가 대신 소와 양들, 올리브 나무, 코르크나무가 끝도 없이 보인다. 수도인 리스본에서 차로 1시간 3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고 평화로운 포르투갈 시골 마을인 알비토는 신랑인 알베르토의 고향이다. 동티모르, 한국, 포르투갈을 오고 가는 우리 가족의 "마음의 고향" 같은 곳이자, 충만하고 천천한 삶이 흐르는 곳!



2019.8


작년에 사촌 안토니오가 '아빠 친구분이 짜셨다는' 올리브 오일을 한 번 권해준 적이 있다. 어찌나 향긋하고 부담스럽지 않게 진하면서 좋았는지, 그런 올리브 오일을 다시 맛보고 싶었다 - 신선하고, 향긋하고, 미각과 후각을 기분 좋게 자극해 주는 오일!


신랑에게 이야기했더니, 리스본 나들이 가는 길에 포르투갈 올리브 오일 가게를 한 번 가보잔다. 물론 포르투갈 일반 슈퍼마켓에도 무척 다양하고 많은 종류의 올리브 오일들을 판매한다. 하지만 포르투갈 올리브 오일만을 파는 곳이라니, 좀 더 전문적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게다가 가게 홈페이지에 게시된 주인장의 "우리 소개"도 마음에 들었다.

"... 지역 생산자와 함께 일합니다... 커다란 규모가 아니거나, 큰 시장에서 경쟁하려는 의도가 없는 소규모 생산자, 자연을 존중하는 생산자, 제품의 우수성과 디자인을 중요시하는 생산자... 우수한, 하지만 쉽게 (일반 시장에서) 찾을 수 없는 오일을 누구나 맛볼 수 있습니다..."

가게는 LOA Olive World라는 곳.

리스본 제로니무스 수도원과 식물원에서 가까운 곳에 있다. 한참 관광지인 이곳들로부터 약 5분 정도 걸으면 나오는 한적하고 깨끗한 주택가에 있는 조그만 가게다. 올리브 오일은 물론, 올리브 절임, 올리브 스프레드, 올리브 초콜릿, 올리브 비누, 올리브유를 쓴 생선 통조림 등등의 제품을 구경하고 살 수 있다.

규모는 조그맣지만, 꽤 알찬 가게!

포르투갈 올리브 오일에만 특화된 전문점이어서 그런가, 설명을 너무 상세하고 친절하게 해 주셔서 배운 것도 많고, 느낀 것도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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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가게 안으로 들어서면, 어떤 방법으로 시음해보고 싶냐를 주인장께서 친절하게 물어 봐 주신다. 빵에 찍어먹거나, 전용 용기에 넣고 올리브 오일만 음미하거나, 스푼으로 떠먹거나 등등의 방법을 선택할 수 있다.

우선은 빵에 찍어서 맛보는 걸로 선택.

주인장께서 추천해 주신 5종류를 부드러운 맛부터 좀 더 풍미가 있는 맛 순서로 차례차례 맛보았다. 사실 4번째 정도가 되면 맛을 느끼는 것이 덜 예민해진다. 하지만

"아~ 이건 진짜 후추 맛 같은 톡 쏘는 풍미가 있네."

"이건 상당히 풀향이 진하네"

"이건 쌉쌀한 끝 맛이 있네"

등과 같은 차이점은 분명 느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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빵 시음 다음엔, 전용 용기와 스푼 시음을 시도!

좀 더 톡 쏘는 풍미의 올리브 오일, 알란테주 지방 것, 북쪽 지방 것 등으로 4종류를 더 맛보았다.

2종은 전용 용기에 담아 냄새를 주의 깊게 맡은 후, 마셔보는 방식으로 맛보았는데 확실히 전해져 오는 정도가 달랐다. 그리고 처음 입안에 들어갔을 때와, 조금 지나서 느껴지는 맛과 향이 또 달랐다.

같은 감각 기관이라도 어떤 방법으로 쓰느냐, 얼마만큼 집중하느냐에 따라, 느껴지는 풍부함이 달라지다니!

물론 일상의 식탁에서는 개개의 식재료의 풍미를 섬세하게 구분하고 느끼는 것이 어려울 것이다. 게다가 나는 그렇게 예민하고 섬세한 미각과 후각의 소유자가 절대 아니다.

하지만 이렇게 잠시 잠깐이나마 집중해서 내 감각을 일깨우고, 내게 익숙하다고 생각했던 식재료의 풍미를 진하게 느끼는 것은 분명 즐거운 경험이다. 게다가 주인장께서 들려주는, 각각의 올리브 오일 별, 생산지와 생산자들 이야기도 같이 들으니 더 흥미진진하다. 단순히 돈을 내고 물건을 사는 것보단, 물건의 생산자와 교류하는 느낌이 좀 든다.


신랑은 나보단 시큰둥이다.

물론 포르투갈 올리브 오일의 품질과 맛, 향이 좋은 것은 두말하면 잔소리란다.

그러나 평소

"올리브는 말이야, 와인과 같은 거야. 조금씩 다른 게 정상이야. 우리 집이랑 근처만 해도 오래된 올리브 나무가 정말 많거든. 종류별로 또 같은 종이래도 위치별로 조금씩 맛이 달라. 햇빛 받는 정도와 기후, 토질에서도 영향을 받아. 그래서 당연히 연별로도 차이가 나. 그런데 대량 생산하는 올리브유는 블렌딩을 통해 맛을 똑같이 맞추거든. 자연스럽지 않아. 물론 대량으로 생산하고 팔려면 그렇게 해야만 하겠지... 구르메니 비싸게 파는 그런 것들은, 사실 옛날 시골에서는 아주 당연한 것이었다니깐!"

라는 의견을 가진 신랑은 '대량 생산과는 조금 다른 다양한 맛들'을 당연하게 여기고, 익숙해져 있는 시골 사람이다.

(어렸을 때는 이웃 중 올리브유 짜는 집에 가서, 기름을 사 오곤 했다나. 40여 년 전, 알비토 시골에서는 다들 그렇게 사고팔았단다. 이 집과 저 집의 기름 맛이 다르고, 같은 집이어도 매년 기름 맛이 다른 것은 당연한 일. 뿐만 아니다. 기름을 사러 갈 때는 당연히 기름통을 따로 가져가야 했다고. 번거롭고 불편하지만 쓰레기 없는 소비가 될 수밖에 없다!)


(이전 글 참조)

https://brunch.co.kr/@njj0772/31


이에 비해, 시골을 책으로 배운 도시 출신인 나는, 대량생산이 아닌 맛들이 새롭고 경이롭다.

물론 구르메니 유기농이니 하는 레벨을 붙여, 소비자의 허영심과 '무늬만 다를 뿐, 다국적/대기업 시장자본주의'의 본질에 슬그머니 기대려고 하는 소비는 경계하려고 한다. 하지만 가끔씩 들여다보는 (구르메/유기농 꼬리표가 붙은) 소규모 가게는 흥미로운 것이 사실이다.


모든 제품이 다 그런 것은 아니지만, 조금조금씩 만들고 파는 방식도 신기하고, 무언가 균질화되지 않고 그때그때 다른 맛과 향도 재미나다.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사람들이, 다르게 내어 놓는 음식들을 통해 전해지는 다른 감각들이 좋다. 아기자기하고 독특하게 자신들만의 이야기를 디자인으로 표현한 것을 들여다보는 재미도 좋다. 이런 소소하고 다양한 제품들을 모아놓은 작은 가게에서 주인장과 친밀하게 이야기를 주고받고, 설명을 들으면서 제품의 가치와 이야기를 알아가는 경험이 마음에 든다.

IMG_0961.JPG LOA에서 구매. 오래전 여인의 초상화가 그려진 라벨이 붙어있다. 할머니의 이름을 딴, 할머니께 헌정하는 올리브 오일 안젤리카. 알란테주 지방, 오래된 올리브 나무에서 수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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