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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하나 Dec 07. 2023

꿈이기를

#5

몇 개월 전 겪은 일이 꿈에서처럼 어렴풋하지만, 한때 내가 겪는 일이 꿈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있다.






병원에서 문자를 받았다.

'염색체검사결과지 오늘일자로 착불등기 발송되었습니다.'


순간 '염색체'라는 단어를 염색체 이상 없음으로 착각했다.

기뻐서 속으로 외쳤다.

'파인! 너 괜찮대!'


아차, 파인은 이곳에 없다




며칠 후 출산 예정이었던 병원에서 16~18주 임신정보 안내 문자를 받았다.

벌써 이 주수가 되었구나 싶어서 눈물이 터졌다.


- 전화해서 문자 보내지 말라고 할게!

며칠 후 내가 전화를 했지만 당시에는 남편을 말렸다.


이렇게라도 파인과 연을 이어나가고 싶었달까.




배에 손을 얹어 보았다. 고요하다.


애초에 느껴지지 않았는데 느껴진다고 믿었던 건지

실제로 더 이상 느껴지지 않는 건지.


깊게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여행지에서 사람 2, 개 1

지금껏 그래왔듯이 우리는 완전체였다.


사람들은 여행에 대해 일상에서 해방되는 일탈이라고 말하기도 하지만, 그때 나에게 여행은 있고 싶은 곳이 아니라 내가 어디에 있는지 깨우쳐주는 시간이었다.


일상알리미 같은?


유산을 하고 한 달 후에 태안으로 여행을 갔는데, 이 시기 여행은 적절했다.







최근 무기력하고 우울한 날들이 이어졌다.

다행히 상담을 받고 와서 떨어졌던 감정 지수는 5~6 정도로 올랐다.



시시포스 신화가 떠올랐다.


시시포스가 바위를 산 위로 올리자마자 아래로 굴러 떨어져 밀어 올리기를 끝없이 반복한다는 그 신화.


지금은 바위가 떨어지면 힘겹게 다시 올리지만 언젠가는 자연스럽게 굴리는 날이 오지 않을까?

청소를 하듯, 환기를 하듯 일상에 자리 잡은 습관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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