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빛 아래, 옛 명절을 그리다

by 노준성

어린 시절의 명절은
바람에도 설레임이 묻어 있던 날이었다
새 옷의 고운 주름처럼
우리의 웃음도 곱게 접혀 있었고
할머니 손끝의 온기가
마당까지 번져 나가던 시간

솥뚜껑에서 피어오르던 김 사이로
조용히 들려오던 어머니의 손맛
송편 속 깨소금 냄새에
별빛마저 달콤히 녹아내렸다

이제는 도심의 불빛 아래
고향 길을 잃은 마음이 산다
차창 너머 스치는 들판 대신
휴대폰 불빛 속에 얼굴을 비춘다
그리움은 말없이 흐르고
손끝에서 멀어진 온기가
가슴 속에 오래 머문다

문득, 바람결에 들려오는
어릴 적 웃음의 메아리
그 속에서 나는 아직도
달빛 어린 마당에 앉아 있다
그때의 냄새 그때의 숨결 속에서

명절의 시간이 흘러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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