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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16. 2020

[DAY107] 잠들지 않는 도시, 암스테르담

지수 일상 in Amsterdam


프랑크푸르트에 도착한 어젯밤, 나는 언니와 친구가 살고 있는 집으로 함께 돌아갔다. “따라라라라~(러브하우스에서 나올 법한 음악)”90년대생이면 모를 수가 없는 그 음악을 자연스럽게 흥얼거리며 들어간 나는 두 사람 덕분에 짐도 맡기며 편하게 잘 수 있었다. 두 사람은 출근을 해야 했기 때문에 이른 아침 약간의 부스럭대는 소리를 내며 준비하고 길을 나섰다. 늦잠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들보다 뒤늦게 일어난 나는 이부자리를 정리해 놓고 남은 여행 동안 필요한 짐만을 작은 캐리어에 담았다. 플랫 셰어를 하는 그들의 특성상(부엌, 화장실 등 공용 공간은 다른 룸메이트들과 공유하고 방만 따로 계약한 주거 형태) 방문 열쇠를 어딘가에 숨겨두고 나와야 했다. 어디에 둘까 고민하다가 결정한 곳은 바로 현주의 워커. 그녀에게 인증사진을 보내 줄 겸 증거로 남겨 놓았다.



프랑크푸르트를 떠나 네덜란드로 떠나는 날! 저렴하게 떠나는 법을 찾다가 역시 가성비는 Flix bus를 따라 올 자는 없다는 생각에 오늘도 버스터미널로 향했다. 이미 플릭스 버스를 많이 타본 언니와 친구는 이곳 플릭스 버스터미널이 꽤 찾기 힘들다고 경고해주었다. 전날 맛있는 저녁을 먹고 난 후 이들은 미리 버스 터미널의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해서 나와 함께 시험 삼아 다녀왔다. 덕분에 나 홀로 이곳까지 와서 길을 잃어버리지 않고 한 번에 찾아왔다. 고마워. 버스에 타자마자 아침 겸 점심을 해결하기 위해 샌드위치를 입에 물었다. 중앙역에 잠시 들러 사온 바게트 샌드위치, 워낙 샌드위치를 좋아하는 입맛이라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이제는 샌드위치가 질린다. 이젠 그만...



버스는 한참을 달렸다. 약 6시간 정도가 지났을까? 주차장처럼 생긴 버스터미널에 정차를 한 우리의 플릭스 버스는 드디어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다. 나는 곧장 근처의 가게로 들어가 블로그를 통해서 알게 된 3일 치 교통권을 구매했다. 악명 높기로 유명한 네덜란드 물가임에도 불구하고 이 교통권만큼은 19유로로 꽤 합리적이었기 때문이다. 3일 동안 무제한으로 사용 가능한 이 든든한 티켓으로 이제 암스테르담의 어느 곳이나 갈 수 있다. (사실 어느 곳은 아니고 지정된 구역만 갈 수 있는데 관광객들이 갈만한 곳은 모두 커버가 가능하기 때문에 걱정 안 해도 된다) 캐리어 하나와 등에 매는 배낭 하나, 그리고 크로스백 하나를 가지고 온 나는 우선 숙소로 먼저 향했다. 이후 암스테르담에 도착한 첫날이기에 오늘만큼은 혼자 저녁을 먹기 아쉬워 유랑을 통해 동행을 구했다. 암스테르담 시내에서 만나기로 했기에 짐만 잠시 두고 곧장 나와야 했다. 이제부터가 제대로 된 암스테르담을 둘러본다는 생각에 괜히 설렜다. 그래서일까 숙소 근처의 버스정류장에서 앉아 기다리며 바라본 동네도 너무나도 평화롭다. 



버스를 타고 메트로와 가까운 버스정류장에서 내렸다. 그곳은 환승이 꽤 많은 곳이었는데 구글 맵을 잘 보지 않으면 길을 잃을 수도 있을 법했다. 다행히 해가 아직 지지 않았고 나의 데이터는 많이 남은 상태라 곧잘 메트로 입구를 잘 찾을 수 있었다. 환승 후 얼마 안지나 시내에 도착했는데 지상으로 올라오자마자 드디어 암스테르담에 온건가 싶었다. 너무나도 굵직굵직한 건물들과 많은 사람들, 그리고 자전거와 트램이 섞여 정말 북적북적한 큰 도시의 느낌이었다. 베를린과는 또 다른 도시 성격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동행과 만나기로 한 약속 장소로 향하는 길은 처음 가보는 길이기도 하고 불금이라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는데 조금은 인상이 무서워 그 어느 때보다 긴장하면서 걸었던 것 같다. 괜히 빠른 걸음으로 걷기도 했다. 그래도 골목에는 유럽뿐만 아니라 동남아시아, 인도, 러시아, 호주 등 다양한 국가의 음식이 모여있었는데 눈을 이리저리 굴리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었다. 



동행과 만난 나는 무슨 음식을 먹을까 하다가 역시 맛있고 실패할 가능성이 적은 음식을 골랐다. 네덜란드에서 먹는 첫끼는 태국 음식! Thais Restaurant BIRD. 달다구리 한 음료를 하나씩 주문했는데 아직까지 이름을 기억을 못 한다. 혹시라도 아는 사람이 있다면 꼭, 꼭 알려주면 감사하겠다. 고기반찬 하나 볶음밥 하나 주문했는데 먹다 보니 다 밥이라 조금 물렸다. 하지만 양도 엄청 많았고 가격도 매우 착한 편이라 더욱 맛있게 먹었다. 암스테르담으로 오는 사람이 있다면 첫 식사로 이곳을 추천하고 싶을 정도!



저녁을 다 먹고 나왔는데도 불구하고 아직까지 밝은 암스테르담. 너무 좋다. 함께 저녁을 먹은 동행분은 나보다 하루 일찍 암스테르담에 도착했는데 전날 만나서 함께 여행한 사람들이 근처 펍에서 맥주를 마신다고 했다. 나만 괜찮으면 맥주 한잔 하는 게 어떻냐는 말에 고민하지 않고 가겠다며 덥석 물었다. 이 좋은 날씨에 맥주면 당연히 가야지! 이곳 암스테르담은 도시 자체가 물 위에 있어서 그런지 그냥 고개만 돌려도 화보였다. 정말 도시에 물이 흘러야 낭만이 있는 게 맞나 보다. 벌써 이곳에 빠져버렸다.



노을 지는 하늘은 주황색과 노란색으로 물들어 가고 있었다. 멀지 않은 곳에 있던 펍이라 금방 도착했고 그곳에는 꽤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한 5명? 간단하게 인사를 한 후 맥주를 주문하기 위해 펍 안쪽으로 향했다. 동행분의 캐리로 가게에 있던 여러 가지 맥주를 시음해 봤다. 그러다가 이왕 암스테르담까지 왔는데 이곳에서 만든 맥주를 마셔야지 라는 말에 곧장 이곳 맥주를 주문했다. 날씨가 선선했기에 테라스에 앉았는데 노을 지는 풍경이나 길거리를 다니는 사람들 모두 행복해 보이는 분위기, 그리고 낯선 여행지에서 만난 다양한 배경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서일까. 자신이 다녀온 여행지에 대해 이야기하면서 신이 났고 다들 행복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암스테르담에서 꽤 오래 여행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앞으로의 여행 계획을 세워보기도 하니 시간은 금방 흘렀다. 하지만 나의 배는 꺼질 줄을 몰랐고 주문한 맥주는 아쉽게도 반 밖에 마시지 못했다. 이 아까운 걸 버릴 수는 없다는 동행분의 말에 나 또한 미련 없이 맥주를 토스했다. 



사실 해가 졌음에도 불구하고 저녁은 밤이 되지 않았다. 하늘은 아직 초저녁처럼 보이지만 이래 봐도 11시가 넘은 시각. 너무나도 밝은 하늘에 집에 들어가는 게 양심에 찔릴 지경이었다. 아까와 같이 메트로를 타고 환승을 하기 위해 지상으로 올라왔다. 그런데 버스정류장과 멀지 않은 펍에서 정말 많은 사람들이 우글우글 있는 걸 발견했다. 분명 아까 시내로 나갈 때까지만 해도 이렇게 많지는 않았는데 말이지? 펍의 규모가 그렇게 크지도 않은데 최소 3~400명이 모여있었다. 이야 암스테르담 사람들은 불금의 민족인가? 그래도 나는 곧장 집으로 향했다 첫날이니만큼 얼른 씻고 자야겠다. 피곤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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