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수 Dec 17. 2020

[DAY108(1)] 반 고흐는 어떤 사람이었을까

지수 일상 in Amsterdam


오전 아침부터 준비하고 나오느라 정신이 없었다. 아침도 먹지 않고 도착한 이곳은? 바로 반 고흐 미술관! 까만 버스가 가리고 있어서 잘 보이지는 않았지만 하여튼 이곳은 반 고흐 미술관이다. 현장 예매를 하면 되겠지라는 안일한 생각을 갖고 있다가 한 블로거의 후기를 보고 암스테르담으로 향하기 한 달 전 예약을 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면 한 달 전이라도 성수기가 아니어서 오전 시간에 예약을 할 수 있었지 아마 성수기였다면 한 달 전에도 예약을 하지 못했을 것이다. 미리 표를 구하지 못한 사람들은 이곳에 도착해서 한참을 기다려야 한다. 하지만 세상에서 웨이팅 하는 것을 제일로 싫어하는 나에게는 절대 있을 수도, 있어서도 안 되는 일! 당당히 예약표를 가진 사람들을 위한 라인에 섰고 1분도 되지 않아 입장할 수 있었다. 투명한 창으로 둘러싸인 이곳, 들어서자마자 벌써부터 심장이 두근댄다.



내가 얼마나 오고 싶었다.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의 수많은 명소가 있었지만 그중 이곳에 너무나도 와보고 싶었다. 한국에 있을 때 반 고흐가 그림을 사랑하는 엄청난 팬은 아니었지만 미술에 대해 무지한 나도 그의 그림을 보고 생명력을 느낄 정도로 매혹적인 작가라는 것은 알 수 있었다. 네덜란드를 대표하는 작가인 반 고흐, 그의 인생이 담긴 작품을 두 눈으로 볼 수 있는 것뿐만 아니라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깊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생각에 전시를 아직 보지 않았음에도 그의 대표적인 작품 해바라기만 보고도 흥분되었다. 점심시간에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불구하고 전시장에는 사람이 우글우글했다.



우연히 학교 교수님들과 미국에서 수많은 박물관과 미술관을 다녀와보기도 하고 유럽에 교환학생으로 와 많지는 않아도 유명한 미술관을 다녀본 경험이 있다. 하지만 뉴욕의 모마를 제외하고는 한국인들을 위한 한국어 설명을 오디오로 제공해주는 곳은 본 적이 없다. 오디오 가이드를 대여해주는 곳에서 일본과 중국의 국기를 본적은 수도 없이 많지만 말이다. 하지만 반 고흐 미술관은 달랐다. 현대 자동차가 후원을 해서일까? 덕분에 한국어로 반 고흐의 작품에 대한 자세한 설명과 더불어 그가 살아온 인생에 대해 알 수 있었다. 이 자그마한 기계가 반 고흐에 대한 나의 팬심을 더욱 불러일으켰다고 해도 무방하다. 오디오 가이드에서 제공하는 모든 설명은 다 찾아서 들었기 때문이다. 너무나도 행복했다.

 


포토 스팟이 있길래 혼자 왔지만 나도 줄을 섰다. 그리고는 나의 뒤에 서있던 외국인에게 사진을 찍어달라고 부탁했다. 한 두장 정도 찍어줄 것 같았는데 생각보다 많은 장을 찍어줘서 나도 그들의 사진을 찍어주고 해맑게 웃으며 헤어졌다. 그리고 뒤돌아 그곳을 빠져나오고 나서 핸드폰을 확인해본 나는 역시나 하는 뒤통수를 맞았다. 사진을 엄청나게 못 찍은 결과물만이 나를 반겼기 때문이다. 이런 똥을? 생각해보니 그들은 찍는다는 하나, 둘, 셋 조차 외치지 않았다. 내가 움직이고 있을 때 파바박 찍어버린 것이다. 에잇 나는 엄청나게 잘 찍어줬는데. 역시 사진은 한국인들이 평균적으로 잘 찍는다는 게 맞는 것 같다. 대부분의 전시가 촬영 금지라 아쉬웠지만 오히려 작품에 더욱 집중할 수 있어서 좋았다. 전시공간 중간에는 반 고흐와 관련된 책과 도록을 살 수 있는 공간이 있었는데 동시에 암스테르담을 담은 책도 여러 권 있었다. 그중 암스테르담에 대해서는 무지한 나에게 꽤 매력적인 공간을 소개해주는 책도 있었는데 핫플레이스를 콕콕 집어놓은 모음집이라 촤라락 넘겨가며 나의 취향에 맞을만한 곳을 몇 개 기억해두기도 했다. 네덜란드의 캐릭터 미피도 만났다.



반 고흐 미술관 창밖으로 바라본 하늘은 구름이 몽글몽글 있어서 꽤 어두웠지만 내부는 노랑노랑 해서 그런지 꽤나 밝았다. 창문틀에서도 반 고흐를 상징할 수 있는 쨍한 노란색이 있다니.



다양한 작품을 관람했지만 그중 대표적으로 유명한 작품 말고도 다양한 작품이 나의 마음속에 남았다. 그중 가장 인상 깊었던 작품이 있었는데 잊지 않고 기억하고 싶어 작품명만 사진으로 찍어 남겼다. 다들 구글링 해보는 약간의 부지런을 떨어 눈을 호강시켰으면 좋겠다.



당신의 그림, 삶에 대해 잠시나마 알게 되어서 행복했어요.(잠깐 눈물이 날 만큼?) 반 고흐 미술관, 꼭 한번 다시 오고 싶다.



미술관에서 약 3시간 정도 있었나 보다. 미술관에서 나와 시계를 보니 벌써 2시가 다 되어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점점 더 많아졌고 더욱 활기를 띄었다. 역시 유럽인가? 싶은 생각이 들게 만드는 장면이 내 앞에 펼쳐졌는데 바로 비눗방울로 아이들과 노는 아저씨가 계셨기 때문이다. 분명 몇 번의 비눗방울을 만들어 아이들과 놀아주고 나면 그들의 부모나 지나가는 행인들로부터 약간의 기부금 형식으로 돈을 받을 것이다. 하지만 그 어떤 버스킹만큼이나 사람들의 눈을 무지갯빛으로 만들어 잠시나마 행복하게 만들어준다. 그 점은 삭막해질 수 있는 도시를 더욱더 로맨틱하게 만들어주는 seasoning 같은 요소인 것 같다.



아침도 먹지 않고 오늘 하루를 시작한 나는 3시간이나 서서 전시를 봐서 그런지 꼬르륵 소리가 배에서 절로 나왔다. 미술관에서 멀리 갈 것도 없고 일단 입에 넣고 봐야겠다는 생각으로 구글 지도 앱을 켜서 아침 겸 점심을 먹을만한 곳을 찾았다. 너무 비싸지 않고 맛있지만 혼자 먹어도 괜찮을만한 곳? 한 5분 정도 찾아봤을까. 결국 내가 도착한 곳은 바로 베이글 집! Bagels & Beans. 수많은 메뉴들 중 그래도 베이글 집에 왔으면 베이글을 먹어야지라는 생각에 가장 베이직한 메뉴인 BLT를 주문했다. 커피도 마시고 싶었지만 1일 1 커피를 마시기 위해 이곳에서는 잠시 참았다. 주문한 베이글은 턱이 빠질 만큼 맛있었고 탄수화물을 먹은 나는 기운을 다시 차렸다. 다음은 어디를 가볼까?

작가의 이전글 [DAY107] 잠들지 않는 도시, 암스테르담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