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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수 Dec 19. 2020

[DAY109(1)] 낮에 마신 맥주는 약간의 활력소?

지수 일상 in Amsterdam


아침 겸 점심을 먹기 위해 오늘도 파이팅 넘치게 길을 나섰다. 처음으로 밥 한 끼를 먹겠다고 버스와 메트로까지 타고 도착한 이곳, HOLA POKE. 그렇다 바로 포케를 먹으러 왔다. 포케는 서퍼들이 먹던 음식으로 알고 있었는데 아침 겸 점심으로는 적당히 포만감 있고 적당히 가벼운? 되게 말도 안 되는 거 아는데 하여튼 맛있을 것 같아 한 번도 먹어본 적은 없지만 이걸 먹으러 왔다. 매장은 새로 오픈한 지 얼마 안 되었는지 깔끔하고 분홍분홍 한 인테리어가 특징이었다. 하와이 한 포케의 바이블인 연어가 듬뿍 든 포케, 역시나 너무나도 맛있었다.



그런데 매장에 도착해 주문하고 앉아있는데 갑자기 하늘에서 구멍이 뚫린 것처럼 비가 쏟아져 내렸다. 정말 위에서 바가지로 물을 갖다 붓는 줄 알았다. 비 온다는 소식은 없었던 터라 우산도 안 가지고 나왔는데... 하지만 오랜 유럽여행에서 얻은 조금의 여유랄까?(사실은 베를린에서 비가 계속 내릴 것 같아 야경도 포기하고 집으로 돌아왔는데 집에 도착하니 하늘이 말끔하게 개었다는 것^^) 딱 보니 소나기처럼 보이는 느낌이라 일단 음식부터 먹고 있으면 금방 비가 그칠 것처럼 보였고 역시나 내 감은 들어맞았다. 포케를 배불리 먹고 난 다음 나갈 때쯤이 되니 하늘은 개었고 다시 맑은 하늘이 까꿍 했다. 다행이다, 오늘도 베를린처럼 비 때문에 집으로 돌아가야 할 뻔했어. 비가 와서 그런지 길거리에 있는 나무들이 더 푸릇푸릇해 보이는 느낌?



포케 가게에서 멀지 않은 곳은 골목골목마다 쇼룸들이 모여 있었다. 한남동에서 볼 법한 쇼룸들이 많이 있어 스윽 들어가 옷이나 소품 등을 실컷 구경했다. 근데 옷이 쇼룸이라는 이름답게 비쌌는데 신기하게도 질이나 스타일이 보세 같았다. (길거리에 가다가 보면 현금 할인도 받을 수도 있을 것 같은 느낌?) Anna&Nina라는 쇼룸에 들어갔다가 수많은 컵을 보고 눈이 돌아갔다. 컵이나 그릇 같은 식기류에 꽤 욕심이 있어서일까, 정말 사고 싶은 마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가 가지고 온 캐리어를 생각하니 절로 참게 되었다. 아쉬워.





여긴 어딜까요? Heineken Experience. 이곳은 글로벌 맥주 브랜드로 유명한 하이네켄의 역사와 맥주 만드는 과정을 직접 볼 수 있는 체험 공간이다. 덴마크의 효자 기업인 하이네켄의 공간에 한 번쯤 와보고 싶었던 나는 이곳을 함께 방문할 동행을 구했는데 놀랍게도 바로 1시간 전에 약속을 취소해버렸다. 기분이 많이 상했지만 어쩌겠는가. 나 혼자서라도 가야지? 미리 입장권을 구매한 나는 직원에게 e-쿠폰을 보여주니 팔찌 하나를 주었다. 그리고 팔찌에 있는 단추 같은 게 쿠폰 같은 거라고 설명해줘서 잃어버리지 않게 품고 있었다. 2시에 함께 투어 하는 사람들은 나를 포함해 줄을 서서 기다렸고 얼마 지나지 않아 한 직원 언니가 앞쪽에 섰다. 완전 서비스직에 찰떡인 것 같은 성격을 가진 이 언니의 잠시 들은 후 건물 안쪽으로 들어가서 모기 목소리를 가진 남자분의 설명도 들었다. 다양한 사람들이 이곳에 있구나?



하이네켄이 오랜 시간 동안 거쳐온 수많은 로고들을 지나, 병들의 변천사들을 담은 곳도 빠르게 지나갔다. 그리고는 한 공간으로 들어갔는데 맥주가 만들어지기 위해 필요한 물, 보리, 홉, 비밀 시크릿 A를 담아놓은 미니 사일로가 있었는데 하이네켄이 맥주는 만드는 법을 소개해주는 한 언니도 있었다. 그런데 너무나도 어이없게도 함께 투어 하는 사람들의 집중력이 떨어져서일까, 뒤에 서있는 사람들은 설명을 듣지도 않고 시끄럽게 떠들었는데 매너리즘에 쩔어있는 설명해주는 언니가 마이웨이로 들리든 말든 식으로 계속 진행해서 웃겼다. 나는 듣고 싶었는데 말이지? 그래도 나는 꽤 앞쪽에 서 있어서 미어캣처럼 직원 언니의 입을 바라보며 집중해 들었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도착한 곳! 하이네켄 맥주 탄생의 시작점을 잘 설명해주는 탄생과정을 살펴볼 수 있었다. 알코올이 전혀 들어가지 않은 청소년 단계도 있었는데 직접 시음도 해볼 수 있었다. 조심스럽게 한입 마셔보니 단내가 엄청나던 것과는 달리 달지 않고 곡식 맛이 났다. 그리고 물이랑 보리만 들어가서인지 약간 달지 않은 식혜 같은 느낌이었다. 그래서 언제 완성된 맥주를 맛볼 수 있는 거죠?? 저 지금 목마르단 말이에요.

 


기대했던 것보다 꽤 훌륭했던 부스 여러 개를 지나오니 드디어 맥주를 시음할 수 있는 공간이 나왔다. 입구에서 받은 팔찌에 있던 쿠폰을 하나 꺼내 직원에게 건네니 300ml 한 잔의 맥주를 받을 수 있었는데 맥주를 만든 지 얼마 안 된, 원산지인 암스테르담 특히 맥주회사 본사에서 마셔서 그런지 너무나도 신선했고 심지어 바나나 맛이 나는 것 같았다. 무료로 마실 수 있는 쿠폰 두 개를 알뜰살뜰 써서 두 잔의 맥주를 마신 나는 갑자기 기분이 좋아졌다. 약간의 알코올은 사람을 행복할 수 있게 만드는 법이지?



기프트샵이 먼저 안 나오고 맥주부터 마시게 하는 이유를 알겠다. 서비스 차원에서 제공하는 맥주로 알코올을 약간 적셔주면 알아서 기프트샵에 가서 지갑을 열게 되니 하이네켄 입장에서는 Experience라는 이름에 맞게 시음 체험도 하게 해 주고 추가적인 돈도 벌어들이니 말이다. 이야 역시 글로벌로 돈 버는 회사들은 우리들의 돈을 스리슬쩍 빼가는 게 장난이 아니다. 그래서 나도 그 장단에 맞춰 맥주 컵 하나를 장만했다. 집에서 맥주를 잘 마시는 편도 아닌데 말이다. 마셔봤자 가끔 밖에 나가서 친구들과 마시는 소맥이 전부인데 말이다. 아마 한국으로 돌아가면 맥주컵에다가 오렌지 주스나 마셔야겠다(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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