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 : 자동차 장난감으로 놀자!
짱구(나는 내 2.6세 아들 녀석을 짱구라고 부른다)는 차를 사랑한다. 승용차든, 버스든, 트럭이든 상관하지 않는다. 특히 뽜이여뜨럭(번역 : 소방차)과 경짤짜(번역 : 경찰차)를 제일 좋아한다. 내가 운전석에서 운전하고 있으면, 짱구는 카시트에 앉아 도로에 있는 모든 차를 스캔하고 있다.
당연히 집에 있는 장난감의 8할은 자동차다. 장난감 종류가 이렇게 많은지 몰랐다. 자동차만 있으면 좋으련만, 자동차 트랙도 있고, 무선 자동차도 있다. 아, 필시 자동차 장난감 회사에서는 뚜껑 있는 차에 로망이 있는 아빠들도 소비자 타깃으로 삼은 게 분명하다. 내 마음 짱구 마음 합쳐서 자동차 하나씩 사모으고 트랙 조금씩 연결했더니 1층 거실 전체가 자동차 트랙이 되었다.
그리하여 짱구가 맨날 하자고 하는 게 '차 뻥!'이다.
차 뻥이란, 트랙 한쪽 끝에서 차를 보내면 트랙 반대편에서 차를 받는 단순한 놀이다(이 글을 쓰면서 드는 의문인데, '차'라는 단어는 어디서 배웠겠지만, 도대체 '뻥'이라는 단어는 누가 가르친 걸까?). 짱구는 한동안 '차 뻥, 차 뻥'을 입에 달고 살았다. 너무 많이 들어서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처음에는 열심히 같이 놀아주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 단순하고 반복적인 놀이가 과연 짱구에게 무슨 도움이 될까?'
안 그래도 이맘때 아이들의 뇌는 스펀지 같다는데, 자동차 주고받는 게 어떤 교육적인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었다. 다양한 놀이를 통해 뇌를 막 좋게 만들어주고픈 욕심도 있었다. 그래서 다른 놀이를 하자고 유인해보았지만, 짱구는 차 뻥만 하자고 난리였다. 그만하자고 할수록 더 떼를 썼다. 난감했다.
그때 아내가 이런 얘기를 해주었다. 짱구 입장에서는 단순한 놀이가 아닐 거라고 말이다. 어떻게 하면 차가 멀리 나가는지, 힘을 약하게 주면 차가 어디까지 굴러가는지, 차가 어떤 진동을 일으키며 굴러가는지, 차가 멀어지면서 크기는 얼마나 작아지는지 하나하나가 다 배움이지 않을까라고.
아차 싶어서 짱구를 유심히 살펴보았다. 짱구는 우주의 기운을 모아 갓 피어오르는 손가락 감각에 초집중하여 차 하나하나를 정성을 다해 밀고 있었다(반면 나는 손가락 감각이 무르익다 못해 노화되고 있기에 건성으로 차를 밀고 있었다). 그야말로 짱구는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생각해보면 짱구는 매사에 집중하고 자세히 관찰했다. 모든 게 처음일 테니까. 짱구가 잠이 쏟아질 때 어김없이 하는 '문 열고 닫기 무한 반복'도 그렇다. 짱구가 기껏 2.6년 동안 얼마나 문을 열고 닫아 봤겠는가? 반면 나는 지난 38년 동안(또르르..) 얼마나 많은 문을 열고 닫았겠는가? 내 입장에서는 너무 당연한 행동들이라 의미 없다고 폄하했는데, 짱구 입장에서는 도전과 성취의 연속인 셈이었다.
이제는 나도 최선을 다해 짱구에게 차를 보내고 받는다. 물론 건성으로 할 때에 비해 당이 딸리고 체력이 금방 방전되는 단점이 있지만, 적어도 의무방어전으로 차 뻥을 한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짱구에게 매우 중요한 놀이라고 생각하니 내 마음가짐도 달라졌다.
그렇다고 다양한 놀이를 보여주고 싶은 내 욕심도 포기했느냐? 그렇지 않다. 차 뻥의 본질을 해하지 않는 선에서 최대한 변화를 꾀하려 노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트랙에 터널을 만든다거나,
높낮이를 만든다거나,
아니면 롤러코스터처럼 트랙을 한 바퀴 돌려버린다던가.
못다 한 말 : 곰곰이 생각해보니,, 짱구랑 놀다가 차를 더 세게 보내고 싶은 마음에 그만 흥분해서,, 나도 모르게 내뱉었던 적이 있는 거 같다.. 뻐어어어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