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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Mar 17. 2022

아니야 쨰운

번역 : 아니야 채훈이 스스로 할 거야

겁만보 짱구가 조금씩 변하고 있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뭐든지 아빠 엄마가 해달라고 졸랐는데, 점점 본인이 하겠다고 한다. 자기 의사가 뚜렷해지는 건 바람직하지만, 중간과정 없이 훅 바뀌니까 살짝 당황스럽기도 하다.


일단 방문을 여닫는 것, 형광등 불을 켜는 것은 무조건 짱구가 해야 한다. 혹여 내가 먼저 했다가는, 바로 ‘아니야 째운’을 듣기 십상, 어쩔 수 없이 두 번 방문을 여닫고, 두 번 형광등 불을 켠다. 말만 들으면 양호하지, 본인 가슴을 세차게 치거나, 때로는 내 손을 탁 치기도 한다.


며칠 에는 밖에서 놀다가 집에 들어와서 손을 씻겨주려고 하자, 고개를  돌려 째려보고는 버럭 "아니야!!"라고 소리를  지르는데순간 진심으로 화나고, 서글프고, 서럽고, 상처받아서 소파로 돌아와 한동안  밖을 보며 앉아있었다( 너무 오래 앉아있으면  좁은     같아서, 금방 괜찮은 척했다).


기어코 혼자서 옷을 벗겠다고 해서 가만히 놔둬보았다


사실 와이프와 나는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의 겁만보들이다. 어릴 때부터 개근상은 기본이요 나라에서 정한 교육과정을 한치의 어긋남 없이 이수하였으나,  과정에서 보지 못했던 세계를 마주할 때는 도전의식보다 온몸이 경직되는  우선이었다. 나를 둘러싼 울타리 안에서는 자유롭게 춤을 추지만,  울타리  면적이 코딱지만하다.


자연스럽게 짱구의 행동이나 말에 대해서도 엄격하게 재단하여 사전 차단하게 된다. 이건 위험해서 안되고, 저건 지저분해서 안되고, 그건 남의 것이라 안된다. 짱구 눈에는 호기심 넘치는 게 수두룩한데, 정작 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짱구가 가장 빨리 배운 한국어 중 하나가 '아니야'인 것은 결코 우연이 아니다.


그런데 여기 아이들은 맨발로 뛰어놀든, 미끄럼틀 지붕 위에 올라가든 개의치 않는다. 기저귀 패션으로 놀이터 바닥을 빗자루처럼 쓸고 기어다니는 베이비들도 심심찮게   있다(여기서 베이비들이라 함은, 짱구가 본인보다 나이가 어린 친구들을 지칭하는 말로써, 대략  돌이 지나지 않은 아기들을 말한다). 미국 생활 초반에 충격을 받은 장면이 있는데, 14 남짓 되는 여자 아이가 아파트 2 높이쯤 되는 놀이터 지붕 위에 올라가 걸터앉아 있는 것이었다(이후로  여자 아이가 놀이터에서 보이면 나도 모르게 슬금 피하게 되었다).


물론 아이가 위험한 상황에 놓이는 경우까지 방치하면  되겠지만, 충분히 혼자   있거나 약간 위험한 상황이라면 되도록 아이가 스스로   있게 방치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 싶었다. 넘어져서 조금 다칠 수도 있고, 옷차림을 가볍게 해서 콧물이  나올 수도 있지만,  정도는 아이들도 이겨낼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걸 이겨냄으로 인해서 아이들은 더욱 성장한다.




하지만 짱구는 모른다. 아니야 아니야를 수천번 외치며 혼자서 의기양양 다닐 때도, 그 뒤에는 항상 엄마 아빠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뛰어갈 때는 항상 그 뒤에서 같이 뛰는 엄마가 있고, 어디 기어 올라갈 때는 항상 그 밑에서 손을 뻗어 상시 대기하고 있는 아빠가 있다는 것을 말이다.


물론  역시도 그렇게 컸겠지.  혼자  자랐다고 생각할  있지만, 기억 1도 나지 않는 그 어릴  뒤에 졸졸 쫓아다닌 누군가가 있었기에 지금의 여기 는게 아닐까(잘 된 모든 것은 오롯이 본인이 이뤄낸 것이라고 굳건하게 믿는 와이프에게  해주고 싶은 말이기도 하다. 보고 있나).


조금씩 짱구 스스로 하도록 내버려 둔다. 형아들에게 조금 밀쳐지거나 뛰다가 넘어지더라도, 순간 도와주려고 몸이 앞으로 나가는 본능을 억누른 채 그대로 놔둔다. 그렇게 짱구는 성장할 것이고, 그렇게 짱구는 나의 도움에서 멀어져 갈 것이다.


그래도 방심하면 금물이다. 아직 혼자서   있는  양말 벗기 정도가 전부인 짱구가 언제 이렇게 부를지 모르기 때문이다.


"아니야 째운...... 아빠아아??? 아뽜와아아아아아아ㅏㅏ!!!!!!"    

혼자서 옷 벗기가 실패로 끝난 짱구가 아빠의 도움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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