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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짱구아빠 Mar 01. 2022

아지 아지!

번역 : 아저씨 아저씨!

짱구는 '아저씨'를 좋아한다. 이모(여자 어른을 말한다)도 좋아하지만, 유독 아저씨를 잘 따른다. 옆집 아지, 경찰 아지, 블리피 아지(유아용 콘텐츠 Blippi에 나오는 미국인 아저씨이다), 앙투앙 아지(프랑스계 캐나다인인 이웃집 남자이다), 아지 쌤(어린이집에 근무하는 남자 선생님이다) 등 많기도 하다. 짱구는 미국에 와서 말이 많이 트였는데, 아저씨도 그중 하나였다. 짱구는 어쩌다 여기서 아저씨를 처음 말하게 되었을까?


미국에서는 처음 본 사람에게도 곧잘 인사한다. 지나가다 눈만 마주쳐도 "Hi, how are you?"를 듣게 된다. 슈퍼마켓에서 계산이라도 할라 치면, 종업원이 부담스러울 정도로 이런저런 안부를 묻기도 하고, 때론 눈만 찡끗하기도 하는데, 뭐 어느 쪽이든 가슴 한켠이 따땃해지는 느낌이다.


짱구에게도 예외는 아니었다. 지나가는 사람마다 늘 짱구에게 먼저 인사를 해주었다. 짱구가 갓 말문이 트여 'Hi'라고 받아칠 수 있게 되자, 사람들마다 귀엽다 사랑스럽다 반응도 각양각색이었다. 흥이 난 짱구는 더더욱 'Hi'를 외쳤고, 전방 50미터 떨어진 곳에 지나가는 사람에게도 목에 핏대 세워가며 'Hi'를 외쳤다. 하아아아이이이!


짱구가 전방 50미터 앞에 걸어가는 대학생에게 인사하고 있다.


한 번은 샌프란시스코의 피셔맨스와프(Fisherman's Wharf)라는 관광지에 놀러갔다. 어렵게 주차장을 찾아 들어갔는데, 주차장 입구에 도널드 트럼프 아니면 헐크 호건(1990년대 전후 최고의 프로레슬러)을 똑 빼닮은 주차관리인이 서있었다. 얼굴을 잔뜩 찌푸린 채 쩌렁쩌렁한 목소리로 "You 블라블라 $30 블라블라"라고 하는데, "시간 상관없이 무조건 30달러이고, 싫으면 나가라"는 의미인 거 같았다. 왠지 그대로 나가면 더 혼날 거 같아서 주차하고 계산하려 하는데, 트럼프 주차관리인이 저벅저벅 걸어오는 게 아닌가?


잔뜩 쫄아서 ‘내가 뭘 잘못한 거지’라고 생각하고 있는데, 트럼프는 한쪽 무릎을 꿇고 눈높이를 낮춘 다음 솥뚜껑만 한 주먹을 짱구에게 내밀었다. 주먹 인사를 하자는 거였다. 짱구가 수줍게 주먹을 맞대니, 트럼프는 오버액션을 하며 연신 손이 아프다고 흔들어댔다. 짱구는 깔깔대며 웃었고 그 후로도 족히 대여섯 번은 트럼프와 주먹 인사를 하였다. 짱구는 그렇게 주먹 인사를 배웠다.


트럼프 닮은 주차관리인이 가로등 뒤에 숨으려 애를 썼지만, 그 큰 덩치가 가로등 양옆으로 계속 삐져나왔다.


희한한 게, 나에게 무섭게 대하든 무례하게 대하든, 짱구에게 다정하게 대해주니 그렇게 고마울 수가 없었다. 웃음과 여유를 가진 어른들이 많다는 걸 짱구에게 인지시켜 준 것만으로 감사했다. 트럼프 주차관리인 덕분에, 어린이 명예 경찰 스티커를 건네 준 경찰 아저씨 덕분에, 버스에 대해 한참을 설명해준 기사 아저씨 덕분에, 짱구가 이 험난한 사회생활을 괜찮게 시작할 것만 같았다.


새삼 나는 어떤 아저씨인지 생각해본다. 빌어먹을 코로나 때문에 낯선 른들의 호의도 부담으로 다가오는 요즘, 어떻게 하면 아이들에게 친근함을 표할  있는지도 생각해본다(윙크만 살짝?). 그리고 작은 소망이라면, 비록 나에게 아저씨는 바리깡으로 멋지게 셀프 이발한 다음 악당 수십 명을 처단하는 무서운 '아저씨'이거나, 우울함  사발 먹고 짠내 풍기는 '나의 아저씨'이지만, 짱구에게는 이곳 캘리포니아에서 만났던 수많은 '아지'들로 기억되었으면 좋겠다.




못다 한 말 : 생각해보면 내 아저씨들도 말이다, 겁나 무섭고 무뚝뚝하지만 정 붙일 데 없는 소녀를 끝까지 챙겨주었고, '회사는 기계가 다니는 뎁니까? 인간이 다니는 뎁니다!'라고 목소리 낼 줄 알았으니, 뭐 그 정도도 훌륭하지 않나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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