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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낙낙 Nov 23. 2024

서서히 초점이 맞기 시작했다

그동안엔 뿌옇게 보였던 것들이  

눈이 좋아서 뭔가가 잘 보이기 시작하면,

그동안 안 보이던 것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예쁜 걸 더 자세히 볼 수 있는 즐거움도 있지만,

그 반대도 있다.



식물 뒤에 숨은 거미줄, 지저분한 먼지들,

더러운 오염물, 그리고 나쁜 사정들까지.

보지 않아도 되는 것들이 눈에 들어온다.



최근에 약을 먹고 나서 인지가 전보다 또렷해지고

감각이 예민해지면서,

마치 안경을 쓴 것처럼 초점이 맞는 느낌이 든다.

잘 보이고, 더 많이 알게 되는 그런 느낌.



그런데 이게 꼭 좋은 것만은 아니다.

내가 힘들어지는 이유들을 더 자세히 알게 되니까.



그래도 뭐, 

나를 괴롭게 하는 게 뭔지 알아야 피할 수 있으니까.

결국, 잘 보이는 게 꼭 행복한 건 아니지만,

그렇다고 모른 채로 사는 것보단 낫다.



결국 내가 겪어야 할 건

내가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거니까.


피하지 않고 알아보려한다. 

맞서보려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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