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중력을 적당히 유지하는게 너무 어려워.
마치 몰입은 천운처럼 찾아오는 기회 같다.
ADHD의 특성 때문일까, 아니면 나만의 특성인지 모르겠지만, 몰입하는 것 자체가 쉽지 않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그 몰입을 끊는 건 더 어렵다.
몰입이 찾아오면 일의 효율이 갑자기 10배가 되는 기분이다. 그 기회를 놓치기 싫어 체력을 한계까지 끌어쓴다. 집중되는 이 김에 다해야 해. 나에게 다음 기회는 없어. 그런 착각과 망상에 빠져있다.
ADHD를 가진 사람들에게는 만성적인 체력 부족과 피로가 큰 문제다. 언제나 졸린 기분에 생명력을 소진하는 느낌이다. 일하다가 낮잠을 자고 싶지만, 몰입의 텐션이 사라질까 봐 멈추지 못한다. 쉼에 몰입하지 못해 항상 애매하고 어정쩡한 상태로 있으며,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한다.
다른 사람들이 일의 시작과 끝을 어떻게 쉽게 조절하는지 도무지 이해가 안 간다. 회사에서 점심시간에 밥 먹으러 가지 않고 그냥 앉아있는 사람들을 보며 의문을 가졌었다. 이제는 그들의 마음을 조금은 알 것 같다. 집중이 되면 일을 더 잘해놓고, 다시 몰입하기까지 시간이 걸리니까. 그들은 몰입을 쉽게 경험하니까 그럴 수 있었던 것이다.
나는 과몰입을 제외하고는 몰입 자체를 자주 경험하지 못했다. 가끔 찾아오는 몰입이 너무 달콤해서 빠져나가기가 힘들었고, 결국 체력을 넘어 생명력을 소진하는 경험을 자주 했다. 몰입은 참 달콤하지만, 그 대가는 생각보다 크다.
약을 먹고 나서야 알게 되었다. 다른 사람들은 몰입에 들어가고 나오는 게 좀 더 쉽다는 것을. 그래서 요즘은 몰입에 대한 생각을 가볍게 하고, 적당한 집중을 유지하며 집중을 왔다 갔다 하는 것을 연습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