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나부터 챙겨줍시다.
난 "내 사람만 챙겨"라고 말하는 사람들을 보며, 당연한 말을 왜 저렇게 비장하게 하나 생각했다. 그게 좀 불편하고 미묘하게 다른 느낌이었던 건, "네가 내 사람이 아니면 국물도 없다"는 뉘앙스가 느껴졌기 때문이다. "나에게 간택되어야 혜택 같은 걸 누릴 수 있다"는 느낌이 났기 때문일 것이다.
나는 사람을 정말 좋아한다. 그렇게 좋아하는지 몰랐다. 기본적으로 꼬리 흔드는 개처럼 사람을 좋아한다.게다가 ADHD적 솔직함으로 나에 대해 과도하게 솔직하여. 좋아하면 거리를 확 줄이고 다가갔다.
만날 때마다 최선을 다해서 좋아하고, 나를 좀 낮추거나 죽이더라도 맞추려고 했다. 돈도 시간도 마음도 에너지도 팍팍 썼다. 나의 그런 모습을 인지하지 못한 채 인생의 초점을 남에게 맞춰 살아갔다. 근데 그 초점이 잘 맞진 않아서, 엉뚱한 부분만 배려를 과하게 하고 정작 필요한 곳은 놓치고 말았다.
그러다 보니 좋은 사람은 내 과한 배려에 부담을 느꼈고, 별로인 사람은 그걸 이용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 사람만 챙겨"라는 말이 처음엔 이해가 안 됐다. 근데 그 말의 진정한 의미는 "내 사람 아니면 안 챙겨"였던 것 같다. 챙김의 기본값이 달랐던 거다. 일반적인 기준과 나와의.
내 사람만 챙기는 것에 전적으로 동의하진 않지만. 이제는 나도 그런 면이 필요하다는 걸 알겠다.
이것을 깨닫고 사람들을 관찰해보니 그랬다. 나는 언제나 있는 힘껏 다른 사람들에게 무리하고 있었는데 굳이 그럴 필요가 없었던 것이다. 남에게 맞추는 게 습관이 돼서 정신을 차리면 언제나 그러고 있었다. 지금은 남보다 나에게 맞춰가는 걸 연습하고 있다.
그전의 핀트 안 맞는 나보단 훨씬 나을 것이다. 부담스러운 친절을 과하게 하는 것보다도 나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