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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er Dec 02. 2017

정말로 비우면 행복합니까?

영화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얼마 전에 미니멀리즘이 뜨는 이유라는 기사를 봤다.


 “미니멀리즘은 당신의 삶에서 과하다고 느껴지는 것들을 제거하며 정말 중요한 것에 대해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도구다. 이를 통해 당신은 행복과 충만함, 그리고 자유를 느낄 수 있다.”라는 그들의 정의가 흥미로웠다. 흥미로운 글이었지만 내 삶에 적용 가능한 생활 습관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공과금 납부에도 손이 떨리는 마당에, 내가 가진 것을 비우고 최소화하는 삶이 가능하려나.' 하는 생각이 머릿속을 비집고 새어 나왔다. 자의반 타의반으로 내 공간에는 생필품을 제하고는 물건들이 별로 없긴 했다. 책 몇 권, 노트북과 옷가지가 전부였다. 비워진 삶을 살고 있는 입장으로써 봤을 때, 이런 삶을 행복하다고 단정 지을 수 없었다. 누군가가 그에 대해 물어본다면 나는 ‘그렇다’고 대답하지 못한다. 필요하지만 사지 못한 물건들이 잔뜩 있었으니까. 이런 상황 속에서 미니멀리즘이 인기가 있다는 이야기나, YOLO 같은 말은 마냥 사치처럼 느껴졌다. 있어봤던 사람들이니까, 없이 사는 일이 '일탈'처럼 느껴졌던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나는 취업 대신 창업으로 지금 일을 하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취준 세대’라는 불안은 여전히 마음 한쪽에 남아있다. 시간이든 돈이든 넉넉해보고 싶은 소망을 담은 한 마디가 떠올랐다.


비우기 전에 채울 수나 있으면 좋겠다.


 이 다큐멘터리를 보았다. 풍족한 삶을 누리며 살았지만, 본인을 둘러싼 환경이 행복하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된 사람들이 가진 것을 포기하는 형태로 살아가는 모습을 담아낸 이야기였다. 인상적인 부분이 몇 개 있었다. 스스로의 삶을 규정하면서 내린 '정의'에 대한 것들이다. 이들은 그들의 삶을 일컬어 경제적 이득이 아니라, 경제적 ‘자유’라 표현을 했다. 이는 본인에게 알맞은 삶의 패턴을 스스로 설정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이 말을 듣고 나서 미니멀리즘이라는 단어나 기사의 설명에서 오는 첫인상이 얼마나 빈약한 상상이었는지를 느끼게 되었다. 비우는 삶을 사는 사람들은 단지 '버리는 것'으로 본인들의 생활을 설명하지 않는다. 미니멀리즘은 본인 삶의 주도권을 포기를 통해 얻어낸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다른 형태의 사고방식이었다. 소유와 소비가 지상 최고의 미덕이던 과거의 생활 방식을 거부하고, 스스로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찾고 그에 맞춰 행동한다는 것. 말로만 ‘내가 내 삶의 주인이다’고 외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본인 삶에 있어서 삶의 양식을 정해 행동한다는 것. 이 부분이 그들이 다양한 사람들을 설득할 수 있었던 이유라고 생각이 들었다.


 다른 문화권에서도 이런 움직임에 공감을 할까? 하는 생각을 했다. 만약 미니멀리즘이라는 것이 단지 ‘가지고 있던 것을 버려라! 버려야 건강해지고, 행복해진다!’는 이야기였다면 공감을 사지 못할 것 같았다. 무언가를 버리기 위해서는 그것의 필요성을 다시 생각해봐야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이 나를 설명하는 것이니까. 필요하지 않다면 그 이유는 무엇인지 생각해야 하고, 다시 무언가를 채워야 하는지도 알아봐야 한다. 이 모든 사고의 과정을 거치면서 사람들은 개개의 삶에 대해 무엇이 필요하고 무엇이 필요치 않은지를 고민하게 된다. 이런 생각을 해보지 않고 그저 집에 있는 물건들을 내다 버리는 일은 지구에 쓰레기를 더하는 일일 뿐이다. 행복해지지도 않을뿐더러 잘못 버리면 행복은커녕 벌금만 얻게 된다. 그러니, 버리는 일도 허투루 하면 안 된다. 버리고 싶은 것이 있다면, 확실하게 해야 했다. 버리는 이유나, 처리하는 방식이나.


 짐을 최소화하는 것. 짐은 상대적이다. 사실, 물질적인 짐은 그나마 딱지 붙여서 버리거나 하면 되는 일이니 처리는 간단하겠지만 그보다 처리가 힘든 것이 마음의 짐이다. 고민이 너무 많아서, 처리가 힘들 정도로 쌓아두고 사는 사람들에게 있어서는 그 고민들을 버리는 일부터 시작해야 맞다. 나는 고민이 많은 편이 아니지만, 만약에 그랬다면 물건을 버리면서도 이 물건이 혹시 나중에 필요하지는 않을까 걱정하면서 불안해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을 위로하고 달래기 위해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도 어떻게 보면, 이런 미니멀한 생활 방식과 닮아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감정이나 고민이나, 쌓아두고 있어봤자 도움되는 일은 없으니까. 생활 방식을 바꾼다는 개념에서 크게 차이는 없지만, 한국과 미국의 차이가 그런 부분에서 드러난다는 느낌을 받았다. 미국에서 사람들은 물건을 비우는 일에 공감을 했고, 한국에서는 감정이나 고민들을 비우는 일에 더 공감을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삶의 기록을 어떤 형태로 남기느냐에 따라서 그 사람의 성격이 규정된다. 누군가는 이렇게, 스스로의 삶의 궤적을 통해 본인의 삶을 기록으로 남겼다. 선택하지 않았던 조건과 상황에 이끌려 삶이 휘둘린다면, 변화가 필요해진다. 필요를 따지면서 한 번쯤은 이런 질문을 던질 수도 있지 않을까.


 정말로 비우면 행복합니까?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미니멀리즘: 비우는 사람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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