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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wanderer Jul 08. 2018

Art Life

영화 '버든: 잔혹의 매혹'

"167호 5번 락커, 4월 26일-30일, 오전 8시-오후 10시"

크리스 버든은 가로, 세로, 높이가 60cm인 락커 안에 들어간다. 5일 동안.

그것이 그의 졸업논문이었다.


 조각은 사람들을 움직이게 만든다. 다양한 각도에서 조각을 바라볼 때 조각은 비로소 예술이 된다. 조각의 핵심은 행동이다. 조각이라는 형태를 넘어서면 무엇이 예술이 될 수 있을까? 예술의 본질은 무엇일까? 크리스 버든은 자신을 학대하면서 생각을 표현했다. 그는 삶의 경계를 넘나드는 위험을 감당했다. 중요한 건 오직 메시지였다. 생과 죽음이 오가는 그 경계의 표현을 위해서 그는 삶을 걸었다. 불규칙한 압력 속에 일상의 리듬은 요동친다. 생생한 고통으로 깨어나는 순간들을 기록하고 순간들을 온전히 감각했다. 조각낸 세계를 사람들은 다시금 인식한다. 그 순간에 다시 묻는다. 조각난 삶은 예술이 되는가?


 가족 간의 불화. 스트레스가 그의 힘이었을지도 모른다. 압력이 존재해야 방향과 의미가 생기는 것일까? 안정과 행복은 삶을 습관 속에 정주하게 만든다. 관성을 흔드는 압력으로 세계는 비틀린다. 기준을 흔드는 이들은 존재 자체로 기준을 넓힌다. 대부분은 싫어하지만 누군가는 그의 세상을 이해했다. 온전히 이해할 수는 없었지만 그럴 수도 있었겠다 싶었다. 금기시하거나 구체화할 수 없어 상상의 영역으로만 머무는 생각들을 그는 표현했다. 삶을 자극하는 발칙한 상상들을 보여주기를 좋아했다. 아이 같은 발상이라는 느낌도 받았다. 가끔 아이들은 정말 순수하게 충격적인 무언가를 자랑하려고 하니까.

 Metropolis 2

 어느 순간부터 그는 본인을 대상으로 하는 자극적인 행위 예술을 하는 대신 다른 형태의 예술 작업을 시도했다. 사람들이 그의 예술에서 자극적인 부분만을 본다는 생각에서 생긴 변화였다. 70년대 초기의 그는 행위 예술을 위주로 활동했다. 강렬한 이미지, 사진들로 그는 사람들의 기억 속에 남았고 나이가 들면서 그는 변했다. 시간이 오래 지났음에도 사람들은 여전히 그를 초창기의 예술로만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그와 얽힌 사고도 발생하면서 그는 변하기로 마음먹었던 것 같다. 메시지를 주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사람들은 여전히 그의 일에서 자극적이고 폭력적인 부분만을 기억하고 있었으니까.


 후기 작품들. 행위 예술을 벗어난 조각들은 그의 초기 작품들처럼 인상적이다. 가학적이지 않은 조각들은 순수한 아이의 상상을 그대로 닮아있다. 거대한 구조물들, 철길 구조와 자동차들이 쉴 새 없이 움직이는 조각들은 그 자체로 머리를 움직인다. 어떤 이야기가 있을지를 상상하면서 나름의 이야기를 고민하게 된다. 예술이 만들어지고 기능하는 방식이 이와 같을지도 모른다. 끊임없이 상상하고 무언가를 만들어내고 만들어낸 물건들을 통해서 상대를 이해해가는 일 말이다. 결국엔 그의 조각들도 사람들과 이어졌다. 초기 작품들과 다른 모습으로 그의 메시지는 사람들에게 보다 친숙한 모습으로 다가갔다.


 초기의 활동들이나 후에 변화된 그의 모습이나 여전히 크리스 버든이라는 사람이 만들어낸 작품들이다. 그가 바뀐 이유는 무엇일까. 그가 말했던 내용들을 들여다보면 얼핏 알 거 같기는 하다. 그는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지 못하는 예술은 예술이 아니라고 말을 했다. 그의 작품들이 사람들을 생각하게 만들지 못한다면 그 또한 마찬가지다. 그는 사람들이 자극적인 부분에 대해서만 관심을 갖고 그가 무엇을 말하고자 했는지에 관심을 갖지 않았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의미를 갖기 이전에 소통조차 할 수 없다면 방식을 고민해볼 필요는 있으니까. 메시지는 소통을 전제로 하고 피어난다.


사진 출처: 다음 영화 '버든 - 잔혹의 매혹', 위키피디아 'Chris Burde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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