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글감나무

문득

아들이 엄마의 입장으로 상상한 글

by wanderer

18.9.17

문득 네가 이해할 수 없는 옷차림을 하고 집을 나서면 나는 때때로 내 것이었던 그 순간이 무척 아쉬워지곤 해

이해할 수 없는 모양새가 너만의 스타일이라며 나서는 너를 보며 나도 한때 저랬을까 궁금해지곤 해

내가 이해할 수 없는 옷차림으로 집을 나선다는 점에서 생각해보니 어렸을 때랑 변한 건 없더구나

그때도 이상한 옷을 입고 친구들이랑 몰려다녔는데 말이야.

적어도 좋아하는 로봇의 이름을 부르며 돌아다니진 않으니 다행일까?

거꾸로 적당한 옷만 찾아 입게 되는 시기가 오면, 그때쯤이면 너도 내가 했던 말을 이해할 수 있을까?



듣고 보니 오늘 엄마의 질문은 무언가 이상했다. 그렇게 입고 나가냐는 질문이 무언가 다르게 들렸다.

엄마는 어릴 적에 어떻게 입고 다녔는지 모르지만, 나처럼 무언가 이상하게 입고 다녔을까?

그럼 이렇게 입고 나가는 나를 보면서 엄마는 가끔씩 그때 생각을 할까?

어렸을 때에는 자주 엄마는 어렸을 때 어떤 사람이었냐 물었다.

본인이 공부를 잘했다는 말은 별 감흥이 없긴 한데, 엄마의 입에서 나온 그 말은 무언가 아프게 들렸다.

가끔 공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하다 보면 본인의 꿈을 나를 통해 푸는 부분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어떤 환경 속에서 내가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고, 그를 이룰 환경이 되고, 지지하는 관계가 있다는 사실은

무척 이루기 어려운 조건임을 망각하고 살게 된다. 살다 보니 그래 된다.

살다 보니 그래 되지만 그렇게만 살지는 말자고 다시 한번 다짐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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