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간의 신호수 체험 이야기
지난주 수요일부터 토요일까지 4일동안 아스팔트 공사 현장에서 신호수 알바체험을 해 보았다.
신호수란 건설현장 또는 도로공사 현장 등 위험해질 우려가 있는 장소에 배치되어 근로자의 출입을 통제하거나 건설장비의 작업시 차량을 통제하기 위해 현장에 서있는 사람을 말한다.
노란색 조끼를 입고 헬멧(일명 하이바)을 쓴 채 깃발을 흔드는 이들을 종종 도로에서 본 적이 있을 것이다.
그 일을 체험해 본 것이다.
여태껏 몸으로 부딪혀 돈을 벌어본 적이 없던 나로서는 처음 해보는 육체노동이었다.
이렇게 말하면 참 쉽게 살았다 라고 약간의 핀잔 섞인 멘트를 날리는 사람들이 분명 있겠지만 일의 경중을 논하기 전에 몸 담고 살았던 직장의 성격이라고 구분 짓는게 나을 것 같다.
사무직으로 평생 살았다 보니 육체노동은 경험해 보지 못했다는 단순 논리이니 이 부분은 패스 ~~
(대신 스트레스는 만땅 받고 살았음은 장담한다)
돌아가서 "신호수" 라는 단어 조차 생소했던 나로서는 아주 단순한 그 일 조차 첫 날에는 어찌할 바 몰라 버벅대는 모습을 자주 보였으니 역시 어떤 일이든 무조건 쉬운 법은 없었다.
먼저 언급하고 넘어갈 것은 이 일이 그냥 나에게 주어진 것이 아니라 소위 빽이 작동해서 하게 되었음을 밝힌다. 즉 이 곳 강화에 와서 친하게 지내게 된 이웃 형님의 권유로 어려운 문턱을 넘고 일하게 된 것이다.
그것도 상당히 고액의(?) 일당을 받고.. (주관적인 기준이니 구체적인 금액은 밝히기 어렵다)
모든 일에는 개인적이든 공통적이든 어려움이 따르는게 만고의 이치일 것이다.
신호수 또한 노동의 강도로 해석될 수 있는 몇가지 고충이 분명히 있었으니..
첫번째는 지나가는 차량들이 내 뿜는 매연과 먼지를 고스란히 받아내야 한다는 것이다.
당연히 차가 지나다니는 도로 위에 배치되는 관계와 수신호로 차량 통제를 해야 하는 업(業)의 성격상 차를 피해 다닐 수 없는 이유로 평소 외면하는 매연과 먼지들을 똑같이 멀리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루종일 그 불순물들을 삼키고 나니 목이 칼칼한게 절로 막걸리와 삼겹살이 생각이 났다..
두번째는 하루 온종일 서 있어야 하기에 다리가 무지 아프다는 것과 하루가 너무 길게 느껴질 정도의 무료함과의 싸움이다.
일은 혼자서 하는 일도 있고, 다른 이와 같이 하는 일도 있지만 신호수는 철저히 혼자 해 내는 일이다.
물론 반대편 신호수를 계속 보면서 신호를 주고 받는 일이지만 대화도 없고 오직 눈만 의지하고 판단하는 일이다 보니 아주아주 시간이 더디 가고 다리는 아플 수 밖에 없다.
아주 잠깐이라도 앉을 수도 없고, 자리를 뜰 수도 없다. 언제 어떤 사고가 발생할 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세번째는 추운 날씨에는 정말 하기 싫은 일이다.
3월이었지만 꽃샘추위가 장난이 아니었다. 봄바람이라고 말하기에는 너무 매서운 바람이 몰아쳤고, 햇살 대신 구름이 잔뜩 자리 잡은 대기를 휘감는 냉기가 첫 날부터 나를 주눅 들게 하였다.
다행히 둘째 날부터 조금씩 날씨가 풀렸기 망정이지 계속 그 날씨가 지속되었으면 아마도 4일은 커녕 둘째 날 정도에 기권했기 쉽상이었다.
그 외에도 심리적인 자괴감도 나름 몽실거렸고, 혼자 중얼거리는 요상한 버릇마저 생길 뻔 했으니.. 이만하면 신호수라는 일이 그렇게 쉽다고는 하고 싶지 않다.
그런데.. 세상이 또 한 쪽만 있는게 아니지 않은가?
빨간색이나 파란색 진영 논리를 펼칠려는게 아니고 무슨 일이든 힘든 게 있으면 나름 보람도 있고, 하기 싫은 면도 있지만 그 속에서 발견되는 내면의 끈기나 깡다구 같은게 보이기도 하고..
어쨌든 나는 이번 4일의 체험을 통해 또한 아주 색다른 긍정 마인드가 스멀스멀 올라옴을 느꼈다.
특별한 것은 아니고 먼저 돈(money)에 대한 아주 진지한 관점을 갖게 되었다.
당연히 돈 버는게 어렵다는 것을 누누히 입에 달고는 살았지만 글쎄.. 이번처럼 절실하게 느꼈을까?
역시 돈은 어렵게 벌어야 그 가치를 제대로 알 수 있을 것 같다. 4일의 수당을 다 합한들 얼마나 되겠냐만 며칠이 지나도 아직 그 돈은 쓸 수가 없었다. 하긴 이 돈 저 돈 가리는게 우습지만 통장에 꽂힌 그 노동의 댓가는 쉽게 빼 내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은 몸으로 해 내는게 진짜라는 노동당 당수(黨首)와 같은 생각이 들었다.
무슨 개떡 같은 논리냐고 할 수 있지만 진짜 노동은 땀을 흘리고 약간의 육체적 고통을 몸에 새겨 넣으면서 하는게 진짜이지 않을까?
그렇게 하루 낮을 보내고 밤을 맞이하니 밥맛도 정말 꿀맛이었고, 좀처럼 깊이 자지 못하던 잠도 저절로 숙면으로 빠져들게 되었다.
이게 진짜 노동이구나 라는 생각이 절로 드는 4일이었다...
만약 다시 그 일이 주어진다면 나의 선택은 어떠할지 아직은 모르겠다.
하지만 분명한건 경험해 보지 못한 여러가지 선택들을 선뜻 결정할 수는 있을 것 같고, 무엇보다 몸으로 부딪히는 일은 이전보다 훨씬 쉽게 찾게 되지 않을까 하는 느낌이다.
나에게는 아주 오랫동안 잊혀지지 않을 추억을 남긴 4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