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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v 10. 2020
가구점이 아닌 맛집 이케아
[고양시] 이케아 - 대구필레
이사를 한 후 몇 가지 살 것들이 있어 오래간만에 이케아 고양점을 방문했다. 가구를 구경하고 필요한 것을 사기 전에 제일 처음 아내와 난 푸드코트로 향했다. 창고형 매장(예를 들어 코스트코, 이케아 등등)에 오면 쇼핑 전 후, 그곳의 시그니쳐 음식들을 먹는 것이 즐거움이자 과정이 되어 버린 듯하다. 한 번에 두 가지를 할 수 있으니 더 시너지가 나는 걸까? 점심때가 조금 지난 시간이었지만 역시 푸드코트에는 사람들이 꽤 붐볐다.
이사를 해 훨씬 가까워진 이케아 고양점그동안 몇 번 방문했던 푸드코트에서의 메뉴 선택들은 대체적으로 무난함 이상이었다. 특히, 지난번에 들렸을 때 대구 필레라는 메뉴를 처음 봤는데 푸드코트에서 먹기엔 왠지 어울리지 않은 듯하여 주문하지 않았었다. 왜냐하면 푸드코트보다는 레스토랑에서 먹어야 제대로 된 맛을 느낄 수 있을 것 같은 편견이 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식사 때를 놓쳐 방문했던 터라 편견은 기억에서 사라지고 먹고 싶은 것을 먹겠다는 의지만 활활 타올랐다.
주문은 했지만 필레의 뜻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검색해 보니 필레(fillet)는 프랑스 조리 용어로 고기나 생선의 뼈 없는 조각을 말한다고 한다. 대구 필레는 굳이 번역한다면 '뼈 없는 대구 토막 생선살 ' 정도 될까? 음, 번역의 노하우가 없는 나로서는 필레가 조금 더 함축적이긴 하다.
'뼈 없는 대구 토막 생선살'과 함께 자주 먹어봤고 오면 꼭 시켜야 할 것만 같은 스팸 김치볶음밥을 주문했다. 그리고 추가로 연어샐러드, 돈가스... 결과적으로 배고픔에 너무 욕심을 냈다. 욕심을 냈고 조금 무리해서 먹긴 했지만 시장이 반찬이라는 말처럼 아내와 난 맛있게 먹었다.
둘이서 4가지 메뉴그리고, 개인적인 맛의 기준에서는 대구 필레가 아주 만족스러웠다. 음식의 맛은 개인마다 취향 차이와 경험의 유무, 기분, 날씨, 분위기, 그리고 누구와 함께 했는지까지 그 차이를 만들어내는 요소는 미묘하지만 매우 다양하다.
그날 먹었던 대구 필레의 대구는 조금 퍽퍽하거나 심심했을 수도 있지만 생선살 자체로는 담백하고 좋았다. 오히려 약간의 퍽퍽함은 오일리한 토마토 베이스 소스와 궁합이 잘 맞았고 무엇보다 은은한 향신료와 잘 어울렸다. 익숙하고 분명 경험해봤던 향신료인 것 같긴 했지만 아직 내공이 부족한 탓에 정확하게 유추하기는 어려웠다. (다음에 한 번 더 먹으면 꼭 추측해보리라.)
아마도 내게 더 맛있던 이유는 첫째, 개인적으로 생선을 무척 좋아한다. 평생 고기와 생선 중 두 가지 중 하나만 먹을 수 있다면 나의 선택은 생선이다. (단, 고기에 치킨은 제외다. 소고기, 돼지고기는 다 포기할 수 있지만 치킨을 위한 닭고기는 포기할 수 없다.) 둘째, 향신료를 좋아한다. 향에 민감하고 향신료가 들어간 음식들을 즐긴다. 셋째, 다소 늦은 점심이었다. 배가 고픈 상태에서 향신료에 대한 취향까지 비슷한 아내와 함께 먹은 점심이니 맛이 없을 수가 없었다. 실제로 필레에 대한 아내의 평도 좋았다. (역시 아내와 난 짝꿍이자 취향이 잘 맞는다.)
이삿짐이 정리되고는 있지만 잘 못 산 커튼 봉도 환불받아야 하고 소소하게 필요한 것들이 더 생겨 이케아에 다시 방문해야 한다. 그때도 우리는 가구점 이케아가 아니라 맛집 이케아에 들릴 예정이다.
스팸 김치볶음밥과 함께 인기 메뉴 중 하나인 미트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