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새로운 동네에 이사를 온 지 두 달이 넘었다. 그리고 얼마 전 주말에 새로운 동네 근처의 맛집을 찾다가 인생 최고의 치킨버거를 맛봤다. 그곳에 대한 아내의 감상평을 빌리자면...
오~ 치킨으로도 짱 맛, 버거로도 짱 맛인데~!!
짱 맛 내슈빌 핫 치킨 버거 - 강서 자이온 버거
그런 칭찬을 아끼지 않던 동네 맛집을 가기까지는 꽤 긴 시간이 걸렸다. 바로, 험난 했던 이사 날을 시작으로 약2개월 동안의 집안 청소와 수리를 해야만 했기 때문이다.
이사를 하는 당일, 한글날 연휴에 하루 휴가를 더해 4일 동안의 이사, 짐 정리까지 충분할 거라 생각했었다. 그러나 과거 신축으로만 이사를 했던 터라 구축으로 첫 이사는 차원이 다른 경험이었다. 20년이 넘은 아파트로의 이사는 멘탈 붕괴의 순간이 끊임없이 연속적이었다. 계약의 문제, 부동산 중개인과의 마찰, 관리사무소의 잘못된 정보 안내로 전 주인과 오해를 비롯하여 짐 정리, 청소, 그리고 돌아서면 온통 보수할 곳들이 널려있었다. 정말 순서와 상관없이 여기저기서 이슈들이 터져 나왔다.
심난하고 혼란스러운 며칠을 보내고 차츰차츰 강제적 DIY를 하면서 나의 그리고 우리의 집으로 변해갔고, 대신 아내와 난 매 주말을 반납해야만 했다. 쓸고, 닦고, 칠하고, 쏘고, 고치고 심지어 톱질, 전기선 연결까지 정말 많은 것을 해야만 했다.
허리 아프고 팔이 저리고 근육통에 시달리던 청소와 집수리가 얼추 마무리돼서야 집 근처를 걷고 맛집도 찾아볼 마음의 여유가 생겼다. 그렇게 가본 곳이 바로 동네에 있는 자이온 버거였다.
동네에 맛집이 어디 있는지 산책하듯 골목의 분위기도 느껴가며 아내와 함께 걸었다. 주변 근처 맛집 중에 걸어서 갈만하고 동시에 평점이 가장 높은 집을 찾았는데, 적당한 수제버거 집이 있었다. 요즘이랄 것도 없이 몇 년 전부터 유명하다는 수제버거집을 가보면 사실 기본 이상의 맛 평준화가 되어 있고 차별화될 만큼 맛을 내기도 어려운 터라, 큰 기대는 하지 않고 일반 주택을 개조한 입구로 들어섰다. 전반적인 인테리어는 미국의 로컬 햄버거집과 유사한 분위기로 잘 꾸며놨고 예쁜 가게였다.
아내와 난 고민 끝에 가장 기본인 버거와 핫치킨 버거를 주문했다. 기본인 버거도 준수한 수제버거 맛을 뽐냈고, 콜라를 먹을 수 있는 얼음잔에 넣어준 레몬도 좋았다. 단, 감자튀김은 쏘쏘, 개인적으로는 바삭한 타입을 좋아하는데 포실한 감자튀김 스타일이라 딱히 인상적이지는 않았다.
평점 정도는 보고 왔지만 메뉴에 대한 정보까지 탐색을 하지 않아 메뉴판에서 추천으로 쓰여 있는 메뉴로 선택했다. 역시 매장에서 추천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법이니.
내슈빌 핫치킨 버거는 핫(hot)이라고는 했지만 전혀 맵지 않았다. (미국의 내슈빌 지역에 유명한 핫치킨집이 있다는데, 그곳의 매운맛 단계는 마일드부터 단념할 정도(chcuk up)까지 있다고 한다.) 오히려 적당한 핫소스와 피클, 기본 소스와 함께 기름진 맛을 잡아주는 조화가 좋았다. 핫소스가 타 재료와 이어달리기를 하듯 맛이 교차되며 입안 풍미가 가득했다. 그리고 무엇보다 치킨의 맛이 좋았다. 튀김옷도 적당한 두께감에 바삭하게 잘 튀겨내 치킨 맛집이라도 해도 될 만한 수준이었다.
버거와 프렌치프라이
핫치킨 버거만큼은 기존의 프랜차이즈 등이나 수제 버거집에서 먹던 매콤한 맛으로 승부하던 그런 버거가 아니라 치킨으로도 버거로도 다 손색없을 만큼 균형감이 뛰어났다. 최근에 온 수제 버거집 중에 핫치킨 버거만큼은 만족도 100% 였다.
이제 동네의 맛집을 다닐 만한 주말의 여유가 반갑다. 강서의 맛집 탐방기의 첫 테이프를 끊었으니 강서의 또 다른 짱 맛을 기대하며 아내와 함께 동네 맛집 탐방기를 시작해 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