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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Nov 13. 2020

이게 원래 보통의 출근길이죠.

모든 직장인들이여 파이팅!

 느지막이 노량진 환승역에 도착, 마침 1호선 열차가 플랫폼에 들어와 있어 빠른 걸음으로 서둘러 탔다. 안도의 숨을 몰아쉰 것도 잠시. 음, 뭔가 이상하다. 타자마자 문이 금방 닫혀야 하는데, 문이 닫히지 않는다. 안내 방송이 흘러나온다.


서울역에 있는 1호선 열차가 열차 이상으로 지체되고 있습니다. 급하신 분들은 다른 교통수단을 이용해주시길 바랍니다... 블라블라~



 일단 바로 태세 전환에 들어가지 않고 기다려 본다. 5분이 지났는데도 딱히 달라진 것은 없고 안내 방송만 한 번 더 나왔다. 10시까지 출근이니 지금 탄 1호선이 바로 출발하면 오히려 몇 분의 여유는 있지만, 교통수단을 바꿀 경우 제시간에 도착하지 못하는 것은 명약관화한 일이다. 그래서 빨리 상황이 나아지길 기다리는 마음으로 아내와 메신저로 잠시 출근길 수다를 떨며 지하철이 고장이다라는 이야기를 한다. 


 여전히 망설이고 있는 찰나, 20대 대학생처럼 보이는 한 남자가 통화를 하며 열차에 올라섰다.


"몰라~ 서울역에 차량이 고장 났다는데... 난 아직 노량진이야...
벌써 20분이나 더 기다렸어!! 블라블라~



 아뿔싸 판단 착오다. 몇 분만에 상황이 바뀔만한 사태가 아닌 것이다. 이미 꽤 오래전부터 이런 상황이었던 것이다. 이제야 경로 변경이라는 판단을 내리고 나도 뛰기 시작한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찾아본 버스 노선을 타기 위해 출구로 향한다.


 출구에서 나와 중앙차로 버스정류장 앞 횡단보도에 도착했다. 신호를 기다리는데 타야 할 605번 버스가 저 멀리 보이기 시작한다. 횡단보도 신호는 아직 빨간불. 초초하게 신호가 바뀌길 기다리고 나보다 빠른 판단을 했던 사람들은 이미 저 버스를 타고 있는 것 만 같았다. 


 집에서 좀 일찍 나올 것을, 조금 더 빨리 다른 대안을 선택할 것을... 돌이 킬 수 없는 후회를 하고 있는 찰나 신호가 바뀐다. 마지막 찬스가 온 것 만 같다. 서둘러 버스를 타고 재택을 하고 있어 집에서 궁금해할 아내에게 메신저를 보낸다.



 얼마 전에 이사를 했다. 이사하기 전에는 회사가 가까워 운동 삼아 걸어서 출퇴근도 가능했는데, 이제는 대중교통으로 1시간 정도가 걸린다. 하지만 서울에서 직장 생활한다면 약 1시간이 기본 아니던가?  또, 이런 지하철 고장을 만나는 것도 보통의 직장인이 만나는 당연한 일상이 아닐 수 없다. 


 그동안 집이 가까웠던 시절이 그리워지는 건 어쩔 수 없지만, 그래! 이게 바로 보통의 출근길이다. 모든 직장인들이여 파이팅!!



P.S. 결국 7분 지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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