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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회자정리 Apr 23. 2021

제주에 가면, 고등어 회는 필수!

[제주, 제주시] 월령작야:달의 객잔

 보통 지역마다 떠오르는 유명 음식이 있는데, 제주도는 흑돼지, 고기국수, 갈치가 가장 보편적으로 꼽히는 음식이 아닐까 싶다. 좀 더 토속적인 것 중에서 직접 먹어본 것은 몸국, 멜젖 정도. 먹어보지는 못했지만 경험해 보고 싶은 음식으로는 각재기국이 궁금하다.


 그와는 별개로 토속음식이라고 하기보다는 섬이라는 지리적 여건으로 생선회가 생각나기도 하는데, 이는 동해나 서해 바닷가를 가도 마찬가지. 회는 사실 유통망이 발달되어 어쩌면, 서울에서 가장 신선한 상태로 회를 먹을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사람 심리가 바다에 왔으니 회 좀 먹어볼까 라는 생각이 드는 것이 당연지사. 특히, 제주도라면 유독 생각나는 생선이 있는데, 바로 고등어 회다. 예전에는 고등어가 성질이 급해 해안가가 아니면 먹기 힘든 회였지만, 최근에는 해안 근처 가두리 양식이 가능해져 서울에서도 취급하는 곳이 많아졌다.


'월령작야' - 가게 전경



 

 제주에 왔다면, 서울에서 흔히 먹을 수 있는 광어, 방어, 우럭 등은 패스. 적정한 가격에 현지 기분도 낼 수 있는 생선으로는 고등어가 제격이다. 아무리 유통망이 발달했다고 해도 현지 버프는 무시할 수 없으니까.


 고등어 회를 밥과 곁들여 먹는 방식의 횟집은 서울과 제주에서 몇 번 가봤기에 고등어 숙성회를 하는 곳을 찾게 되었다. 적당한 곳을 검색하는 도중 유난히도 평점이 높고 눈길 가는 이름의 한 곳을 발견.


 '월령작야(月令昨夜): 달의 객잔', 어젯밤 달빛이 스며드는 객잔이라는 의미일까? 이름이 묘(妙)하다. 가게가 위치한 곳은 월령 포구가 있는 월령리다. 월령리는 초승달이 가장 잘 보이는 동네라고 하니 무언가 더 범상치 않다. 역시, 이곳은 어선 3곳과 계약을 해 직접 고등어를 수급받는다고 한다. 그래서 조황에 따라 영업을 못하는 경우도 있다는 어느 블로거 글을 읽고 바로 '달의 객잔'으로 걸음을 향했다.




 달빛이 비치는 객잔의 고등어회는 3가지. 숙성 사바, 즈케사바(간장), 시메사바(초회)로 아내와 난 숙성 사바와 시메사바를 주문했다. 먼저, 나온 것은 숙성 사바. 하루 전에 숙성을 시켜서 인지 고등어 특유의 비린 맛이나 향은 거의 없었다. 오히려 개인적으로는 특유의 향이 너무 없어서 아주 조금 아쉬움이 들 정도였는데, 담백하고 적절한 식감으로 처음 고등어회를 접하는 사람들도 즐길 수 있을 것 같은 은은한 풍미가 있었다.


 뒤이어 나온 시메사바는 초회답게 적당한 수준의 향으로 입맛을 돋우고 고등어 회 다운 맛과 향을 즐길 수 있었다. 고등어회는 숙성도를 비롯해서 전체적으로 균형감이 좋았다. 함께 나온 고사리는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시그니쳐로 회를 먹고 나서 먹으면 고사리의 향이 스며들듯 입을 다시 깔끔하게 바꿔주기에 충분했다. 고사리를 먹을 때마다 가게에 들어설 때처럼, 기대감 가득한 미각 상태가 되는 듯했다.


 그리고 이곳은 짬뽕이나 기타 안주도 여타 중화요리 전문점 못지않게 맛이 좋았다. 불향과 감칠맛 등 회와 함께 술 한잔 먹기에 이만한 것이 없을 정도였다. 맛만큼은 뭐 하나 부족할 것 없었던 객잔을 아내와 꼭 다시 방문하여 먹어보지 못한 메뉴를 먹어보리라.


초회 (왼쪽), 숙성회 (오른쪽),  짬뽕(아래)




 고등어회 말고 이 곳의 특이할 점은 또 있다. 바로 고양이다. 가게 앞에서 아내와 순서가 오기를 기다고 있을 때였다. 가게 앞을 지키던 고양이 녀석이 아내의 다리 사이를 지나간다. 꼬리를 살랑 거리며 의도적으로 몸을 비비며 스쳐간다.


 훗! 영악한 녀석. 상대적으로 좀 더 호감을 많이 표시하는 아내에게 접근하는 것이 '월령작야' 앞에서 산전수전 다 겪은 느낌이다. 그런 호감의 표현으로 귀여움을 받거나 무언가를 얻어먹었던 것이 분명하다.



 어두운 밤, 달빛 아래 고양이. 오고 가는 손님들에게 또 다른 이야기 꼭지를 주는 밉지 않은 녀석이다. '월령작야'의 관계까지는 알 수 없었지만 고양이 녀석이 묘(猫)한 분위기를 더한다. 아내가 나오는 길에 고등어 회 꼬다리를 하나 나눠 주었다. 그렇게 우리를 반겨 주었던 점박이 고양이는 '월령작야'에서 고등어회를 함께 즐겼다.



제주도 향토 음식에 대한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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