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영 ─ 싼 맛은 안정감, 콜라보는 긴장감
PB 팔레트는 딱 보면 “싼 맛”이에요. 가격도 합리적이고, 실패해도 덜 아깝다는 안도감이 있죠. 그런데 콜라보 제품만 나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색조가 조금 특별해서일까요? 아니면 ‘한정판’이라는 말이 주는 중독성 때문일까요. 9월 올리브영 매대에서 벌어진 현상을 보면, 소비자의 지갑이 움직이는 이유가 조금 보입니다.
올리브영 앱 랭킹 TOP10을 보면 흥미로운 패턴이 있습니다. PB 팔레트도 꾸준히 자리 잡고 있지만, 상위권은 대부분 콜라보 제품이 차지합니다. ‘산리오 에디션’, ‘짱구 한정판’ 같은 이름만 붙어도 리뷰 수가 폭발적으로 늘어나죠. 소비자는 PB에서 ‘실패해도 괜찮은 가격’을 찾지만, 콜라보에서는 ‘놓치면 끝난다’는 긴박감을 느낍니다.
지난 7월, 올리브영 PB 팔레트 신제품은 출시 직후 하루 1,000개 리뷰를 모으는 데 그쳤습니다. 반면 같은 시기 진행된 콜라보 팔레트는 3일 만에 리뷰 5,000개를 기록했죠. 네이버 검색량도 PB 제품명은 한 달 2만 건 수준인데, 콜라보 제품은 10만 건을 훌쩍 넘습니다. 단순히 제품 퀄리티만의 차이가 아니라, ‘한정판’이라는 레이블이 소비자의 행동을 바꾸는 셈입니다.
소비자 심리에는 두 가지 키워드가 숨어 있습니다.
안정감: PB 제품은 ‘가성비’와 ‘일상적 선택’이라는 안전지대를 제공합니다.
소장욕: 콜라보는 ‘SNS 인증’과 ‘나만의 아이템’을 충족시키죠.
특히 Z세대는 “이거 샀어”라는 순간을 온라인에 남기는 것 자체가 소비의 목적이 되기도 합니다. 그래서 콜라보는 단순히 화장품이 아니라 콘텐츠가 되어버립니다.
여기서 브랜드 전략이 갈립니다.
PB는 가격 신뢰: 언제든지 안정적으로 살 수 있는 ‘기본템’ 역할.
콜라보는 스토리텔링: 브랜드 아이덴티티와 문화적 코드를 녹여내, 소비자에게 ‘소장 가치’를 심어줍니다.
결국, 플랫폼과 브랜드는 서로 다른 역할을 맡아 소비자의 장바구니를 꽉 채우는 전략을 쓰는 셈입니다.
이 현상은 2025 소비 키워드와도 맞닿아 있습니다.
작은 사치: 부담 없는 가격으로 기분 전환.
한정판 중독: ‘지금 아니면 못 산다’는 희소성.
플랫폼-브랜드 동맹: 올리브영 같은 채널이 트렌드의 무대가 되고, 브랜드는 그 안에서 스토리를 팔아 소비자를 사로잡습니다.
다음 달 올리브영 신상, 또 지갑 열게 만들까요? PB는 여전히 ‘안정감’을, 콜라보는 끝없는 ‘유혹’을 건넬 겁니다. 저는 이번엔 참았지만, 리뷰창을 스크롤하다가 이미 마음은 흔들렸습니다.
다음 글에서는 "향과 포장지로 판매 점유율 우위를 차지하기 위한 <물티슈와 세제의 차별화 전략>을 다뤄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