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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화|쿠팡이 선택을 대신해준다 ― 랭킹이 바꾼 장바구니

왜 랭킹은 나보다 빠르게 결정을 내릴까

by 제이제이



20230427500598.jpg ⓒ쿠팡




소비자가 ‘베스트셀러’에 마음을 빼앗기는 순간


 온라인 쇼핑할 때 가장 먼저 확인하는 건 가격표보다도 ‘몇 위’인지, ‘리뷰 몇 개’인지예요. 쿠팡에서 물건을 고르다 보면, 스스로 고민한 적 없는 브랜드를 장바구니에 넣고 있는 경우가 많죠. 선택은 분명 내가 했는데, 사실은 랭킹이 대신 내린 셈이에요.




‘베스트셀러’ 단어가 주는 안정감


 쿠팡 메인에는 ‘베스트’, ‘실시간 랭킹’ 같은 코너가 항상 전면 배치돼 있어요. 브랜드 이름이 낯설어도 ‘1위 상품’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순간, 신뢰가 생기죠.많이 팔렸으니까 나도 안전하다’는 심리가 작동하는 거예요. 이건 가격 비교보다 훨씬 빠르게 뇌를 안심시켜주는 장치예요.



화면 캡처 2025-09-18 184708.png ⓒ쿠팡 페이지 캡처




리뷰 수와 별점이 만든 자동화 선택



 쿠팡은 단순한 랭킹에 그치지 않고, 리뷰 수와 별점을 함께 노출해요. ‘5만 개 리뷰, 평점 4.8’이라는 숫자는 객관적 데이터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심리를 자극하는 장치예요. 한두 명의 평가가 아니라 ‘집단이 검증했다’는 착각을 주죠. 그러다 보니 우리는 깊이 고민하지 않고, 클릭 한 번으로 ‘자동구매’ 루틴을 밟게 돼요.




체험단 리뷰가 만드는 착시 효과


 여기에 더해 자동 정렬된 리뷰에는 쿠팡 계열사 직원의 체험 리뷰도 적지 않게 섞여 있어요. 소비자는 ‘리얼 후기’로 믿고 신뢰하지만, 사실상 마케팅성 리뷰가 소비 심리에 영향을 끼치는 셈이죠. 특히 쿠팡 PB 상품은 직원 체험 리뷰가 집중적으로 달리면서 순식간에 랭킹 상위에 올라가기도 해요. ‘베스트셀러’라는 꼬리표가 단순한 결과가 아니라, 전략적으로 만들어진 구조라는 거예요.



84982_65097_921.jpg ⓒ쿠팡




랭킹 구조가 바꾸는 소비 습관


 재미있는 건, 이런 패턴이 점점 더 강화된다는 거예요. 한 번 ‘베스트셀러’에 의존해 구매 성공 경험을 하면, 다음 번에도 같은 방식으로 선택하죠. 결국 소비자는 가격, 기능, 브랜드보다 ‘순위와 리뷰’를 먼저 보게 돼요. 쿠팡이 만들어낸 이 구조는 소비자에게 ‘고민 없는 쇼핑’을 습관화시켰다고 볼 수 있어요.



PB의 가격 신뢰 vs 랭킹의 사회적 증거


 과거에는 PB 상품이 가격 신뢰의 대표였어요. 예를 들어, 쿠팡의 곰곰(식품), 탐사(생필품), 코멧(생활용품), 비타할로(건강기능식품) 같은 메인 PB는 같은 제품군에서 늘 10원이라도 더 싸게 책정돼 있어요. ‘싼 맛’으로 안정감을 주었죠. 하지만 지금은 랭킹이 새로운 신뢰 장치로 기능하고 있어요. PB가 단일 브랜드의 약속이라면, 랭킹은 다수 소비자의 선택이라는 사회적 증거예요. 즉, 신뢰의 무게중심이 기업에서 ‘집단’으로 이동한 셈이죠.



2024052914595098728_l.jpg ⓒ쿠팡




트렌드 키워드와 랭킹 중독

 이 현상은 ‘작은 사치’, ‘한정판 중독’ 같은 트렌드와도 맞물려요. 예를 들어, 화장품에서 랭킹 1위 제품은 곧바로 SNS에서 ‘요즘 필수템’으로 번지죠. 랭킹은 단순히 판매 데이터를 보여주는 게 아니라, 트렌드를 증폭시키는 스피커 역할을 하고 있어요. 소비자는 트렌드를 놓칠까 두려워 랭킹을 다시 확인하고, 이 과정이 중독처럼 반복돼요.




랭킹은 소비를 대신 결정해도 될까


 ‘내가 고른다’고 믿었지만, 사실은 쿠팡이 내 선택을 미리 설계해준 건 아닐까요. 다이소 갈 시간은 없고, 급하게 대충 쓸 물건을 담고보니 쿠팡 PB였던 경험 있으신가요? 빠르고 편리한 만큼, 내 소비의 주도권이 어디에 있는지 가끔은 의심해봐야 할지도 몰라요.
 다음 글에서는 <나를 위한 심리적 보상 작은 사치품>을 다루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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