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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낭만 스케치북 Jun 05. 2024

이런 뒤지럴 노마 - 01. 건강

진짜 디지털 노마드가 전하는 리얼 일상 스토리


01. 건강


디지털 노마드로 일하면서 가장 큰 문제 중 하나는 건강 문제였다. 노트북만 들고 원하는 장소에서 일을 한다는 개념자체는 낭만있어 보이지만, 그로 인해 얼마나 치명적인 건강문제를 겪게 될지 몰랐다. 


작년 여름 즈음, 아침에 일어나려다 갑작스러운 허리 통증으로 침대에서 일어날 수 없었다. 사실 전날부터 일을 하면서 허리가 아파왔었다. 그럴 때마다 스트레칭을 하려 했지만, 종종 까먹거나 귀찮아서 하지 않는 날이 더 많았다. 결국 그날부터 거의 일주일 이상을 침대에 누워서 일을 해야했다. 다행히 누워 일할 수 있는 침대용 노트북 거치대를 미리 구매해 둔 덕분에 손가락만 겨우 까딱까딱 거리며 일을 하며 버텼다. 따뜻한 여름이이라 그런지 일을 하다 졸아버리는 일도 허다했다. 병원을 가보니 결국 허리 디스크 초기 판정을 받았다.


생각해보면 허리가 아프지 않을 수 없었다. 사실 내 자세가 좋지 않다는 것을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키가 남들보다 크다보니 대부분의 책상에 앉게 되면 자연스레 허리가 굽어졌고, 학교생활 때 부터 컴퓨터가 아닌 노트북으로 쭉 작업을 해오다보니 그로 인해 시력, 허리, 목에 무리가 많았다. 가끔 작업을 위해 가는 카페에서도 사실 테이블과 책상 높이가 일을 하기에 적합하진 않다. 해외에 살면서 남는 시간들에 꾸준히 운동도 하며 건강을 챙기려고 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처럼 꾸준히 운동을 하지만 근본적인 나쁜 자세를 고치지 않고서는 개선되지 못하고 오히려 방치를 해두는 것과 같았다.



가장 좋은 예방 방법은 잘 알고 있었다. 책상과 의자 높이를 내 앉은 자세에 맞춰 조절하고, 모니터 화면은 내 시야와 평행하게 맞추어 최소 30cm 거리를 유지한다. 마우스와 키보드는 팔과 팔꿈치가 불편하지 않도록 위치시킨다. 그리고 엉덩이를 의자 뒤로 쭉 빼고 허리를 자연스럽게 펴고 가슴을 연다. 중요한 것은 일하는 중간중간 가볍게 목과 허리 스트레칭을 꾸준히 해주는 것이다. 하지만 매번 여러곳을 떠도는 나는, 이런 추가 장비들을 매번 이동할 때 마다 챙기거나 구매하는 게 쉽지 않다. 물론 장비들을 챙겨 다니거나 모니터가 있는 숙소로 갈 수 있겠지만, 디지털 노마드로서 나는 짐이 늘어나는 것을 선호하지 않는 편이다. 또한, 그런 숙소를 찾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가능한 노트북과 친하게 지내는 것이 최선이었다. 


왜 사람들이 원격근무 대신 회사에서 일하는 것을 선호하는 지도 알 것 같았다. 회사에서는 최적의 업무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다. 단순히 팀원들과 더 나은 대면 소통을 위해서만이 아니라, 회사에서 제공하는 큰 모니터 혹은 멀티 모니터, 업무용 높낲이 조절 책상, 키보드와 마우스, 그리고 심지어 적정 습도를 가진 실내 환경들을 통해 최적의 자세를 찾아 더 건강하고 효율적으로 일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회사에 출근하는 이유 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해가 갈수록 굽어지는 허리와 거북이와 변하는 내 목을 보며 건강에 대한 걱정은 여전히 줄지 않는다. 나도 충분히 노력을 하고는 있지만, 환경 때문인지 쉽지 않다. 내가 이런 뒤지럴 노마 생활을 오래 건강하게 지속할 수 있을까? 한 군데 정착해서 더 나은 업무 환경을 갖추는데 집중해야할까? 많은 고민이 든다.



*본 스토리는 골뱅이무쵸의 개인경험을 바탕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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