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새벽 언저리즈음 유난히 눈이 빨리 떠졌다.
흐릿하게 보이는 오빠의 실루엣을 보며 잠깐 생각에 잠겼다. 오빠에 대한 생각, 친구들에 대한 생각, 직장에 대한 생각, 앞으로에 대한 생각, 생각에 대한 생각, 생각, 생각, 생각..
5시 15분이 되자 오빠의 핸드폰에서 알람이 울렸다.
그러자 오빠는 훈련 중인 군인 마냥 벌떡 일어나 알람을 껐다. 방 안 가득 가라앉은 어둠 속에서도 재빠른 움직임이었다.
고요를 깨고 물었다.
“뭐 그렇게 벌떡 일어나?”
내가 깨있는지 몰랐을 오빠는 살짝 놀란 눈치였지만 이내 목이 잠긴 목소리로 말했다.
”잇다가 깰까 봐”
나라면 더 느렸을 텐데.
너는 매일 나를 생각해 주고 있었구나.
나지막이 답하곤 이부자리로 돌아와 내 품에 폭 안겼다. 상체에 감긴 팔과 볼에 닿은 이마가 아기처럼 보드라웠다. 그 촉촉함에 새삼 이렇게 피부가 좋았나 조용히 감동했다.
#2.
밤이면 밤마다 나의 내일 끼니를 걱정하는 남자가 있다. 비정기적으로 직장에 가는 날이면 “내일 밥 주나?”라고 묻고, 자기가 출근하거나 약속이 있는 날엔 “아보카도 딥이랑 당근이랑 검은콩 두유 만들어 놨어. 두유에 꿀이랑 소금은 조금 넣어야 돼, 알겠지?”라고 말한다.
그게 그렇게 중요한 일인가? 싶다마는 이 남자한텐 제법 진지하고 긴요한 일인가 보다. 식사를 걱정하느라 약간 초조해지고 생각이 많아지는 얼굴을 보고 있노라면 옅은 웃음이 나온다. 엄마 보다 내 끼니를 더 챙기는 사람은 아마 이 사람뿐일 거다.